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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내가 누구인지에서 시작해 나와 세계의 관계를 찾아가는 학문입니다. 녹색인문학은, 인간의 윤리와 문명사회의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는 현재를 성찰하기 위해 지구생태계의 원리와 인류가 일궈온 사회문화를 녹색의 시선으로 이해하는 강좌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녹색인문학 강좌가 2기를 맞았습니다.
녹색으로 세상을 읽는 것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깨닫는 일입니다. 사람을 만들어온 지구생태계의 원리와 사람이 만들어온 역사와 문화와 철학으로 차린 녹색인문학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 감동의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5월 9일 녹색인문학 첫 강좌가 있는 날이었다. 7시 반이 되자 동성로 백주년 기념관이 가득 찼다. 제1강은 이현주 목사님의 강연으로 주제는 ‘녹색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 몸과 세상살이’였다.
다르게 생각하기
이현주 목사님은 모든 가치가 돈으로 매겨지며 사람들끼리 무한 경쟁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며 자발적인 가난과 심플하게 살기를 제안했다. 돈 없이도 살 수 있으며 굳이 많은 물건들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강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넓은 길로 가지 말고 좁은 길로 가라’였다. 본인의 신도림역에서의 경험을 예로 들며, 예전에는 넓은 길과 좁은 길이 따로 있는 줄 알았지만 좁은 길은 넓은 길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넓은 길인 세상, 대중이 좇는 것을 거스르는 것이야말로 좁은 길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좁은 길을 걷는 소수들에 의해서 바뀐다고 하셨다. 그 말이 참 위안이 됐다. 내가 걷는 길이 맞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함께 강연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에게 우린 같은 길을 걷고 있구나 하는 동류의식이 일어 왠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몸이 선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자연의 법도대로만 살면 그게 천국이다. 이현주 목사님은 자연을 강조했다. 특히 몸이 선생이라며 몸이 이끄는 대로 따를 것을 얘기하셨다. 몸의 각 기관들은 불만불평하지 않는다.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며 조화와 협동을 이룬다. 몸은 하나의 세상이고 우주인 것이다. 천지는 나와 한 뿌리고 만물은 나와 한 몸이다. 이렇듯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인 관점이야말로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각이다. 나 자신에 집중하고 자연을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이 아닐까.
‘되든 안 되든 소망을 품고 사는 것이 중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욕을 버리고 자연의 법도대로 청빈하게 사는 것. 사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도 있을 뿐더러 문명에 익숙해진 우리는 어느새 조금의 불편함도 참기 힘든 존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경쟁하지 않고 서로 협동하고 조화를 이루는 세상, 돈을 넘어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 그런 날이 올까?
내 고민이 들리기라도 했던 걸까. 목사님은 이러한 꿈이 실현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되든 안되든 간에 소망을 품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끄덕끄덕. 물론 살아 생전 그런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기쁘겠다. 하지만 어떠한 가치를 좇고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 그 자체로서 이미 충분히 값진 일일 것이다.
이 날 수강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이 쏟아졌다. 비록 난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녹색이라는 가치 안에 사람들이 모여 함께 강연을 듣고 고민하는 이 시간이 참 좋았다. 녹색인문학은 내가 듣는 첫 번째 녹색 강의다. 사실 녹색이라고 하면 아직 나에겐 좋은 것, 가치 있는 것 정도의 막연한 개념이다. 하지만 녹색 인문학 강의가 다 마친 후엔 스스로 한 뼘 더 성장해 있기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교감하는 시간들이 되기를. 앞으로의 강의가 기대된다.
글 : 김은아(춤추는시민팀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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