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강추한 MB 덕분에 피서를 망쳤다.

 활동이야기/4대강현장       2012. 7. 12. 07:0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휴가까지 챙기는 꼼꼼한 대통령


날씨가 무더워지고 있습니다. 휴가철을 맞아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친절한 대통령께서는 휴가지까지 직접 추천하시는 꼼꼼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지난 월요일 93차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강추한 휴가지는 바로 "4 대 강"!!

자신의 임기 동안 가장 많은 예산과 공을 들인 곳이 바로 4대강이니 나름 뿌뜻한 자부심에서 추천했을 듯 합니다.

대통령은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 각 지역의 독특한 멋과 정취를 느껴"보라며 세세히 언급한 강 주변 지역을 언급해 주었습니다. 

임진강 임진마을, 영월 한반도 마을, 옥천 도리뱅뱅이 마을, 영주 무섬마을 등이 바로 그곳들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대통령의 연설을 가만히 살펴보니, 대통령이 4대강을 추천하기는 했는데, 정작 가장 심혈을 기울인 4대강사업의 주변지역은 거의 없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마을들 대부분은 4대강사업으로 소위 "천지개벽"한 지역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22조를 들여서 건설한 16개의 보 주변과 강가의 각종 공원, 캠핑장은 추천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애써 자신의 치적을 감추려는 겸손의 미덕을 보인걸까요?? 



이명박 대통령 93차 라디오 연설 중


(2012년 7월 9일)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서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근래 대한민국에 가 볼 데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몇 곳을 오늘 추천할까 합니다. 지난 해 이맘 때 여러 곳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그 곳에 다녀오신 분들이 다들 우리나라에 이렇게 훌륭한 곳들이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고 말씀하셔서, 정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 구석구석에는 숨겨진 좋은 여행지들이 정말 많습니다.


전국 1,800 킬로미터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서 각 지역의 독특한 멋과 정취를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4대강 자전거 종주 인증자가 벌써 만 명을 넘어섰고, 외국인들의 관심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 자전거 마니아들이 여행 중에 있고, 가을에는 단체로 자전거 투어를 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유럽이나 북미 쪽 사람들도 내년쯤이면 많이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임진강 임진마을은 황복으로 유명하고, 인근 율곡리 화석정은 율곡 이이가 제자들과 학문을 논했던 장소입니다.


영월 한반도 마을은 동강과 서강의 두 물결과 첩첩한 산자락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합니다.


금강 길에는 옥천 도리뱅뱅이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인근에 아름다운 서정시 '향수'로 유명한 시인 정지용 생가가 있고, 1500년이 넘는 신라 고찰 용암사에서는 장엄한 해돋이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진안 원촌마을은 말의 귀 모양을 한 마이산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낙동강 길에 있는 영주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고 해서 무섬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내성천과 서천이 합류해 마을 전체를 태극 모양으로 한 바퀴 휘감고 있고, 예전에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외나무 다리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함양 개평마을은 선비의 마을로 수려한 누각과 정자, 고택이 즐비합니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일두 정여창이 태어난 마을로, 일두 고택에선 조선 사대부가의 정신적 품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섬진강 쪽으로는 징검다리와 아홉 구비 물줄기가 만든 임실 구담마을의 절경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영산강 길을 달리다 보면, 전라도 삼백리를 흐르다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무안 하늘백련마을이 있습니다. 원래 갯벌이었던 이곳에는 이제 은은한 백련이 피어 있습니다. 저녁에 달 뜰 때도 좋고, 바람이 연잎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가보았습니다.

MB 강추 휴가지, 4대강으로 무더위를 피해 피서를 가보았습니다. 

대통령이 겸손의 미덕으로 애써 드러내지 못했던, 4대강사업이 벌어진  바로 그곳을 찾아 갔습니다. 

자 함께 떠나보시죠~~



공원으로 변한 습지, 그리고 공중부양 데크


먼저 남한강의 유명한 바위늪구비 습지로 갔습니다.

여기저기 공원 시설들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쉬어가려고 나무 데크로 향하던 중 깜짝 놀랄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데크가 공중 부양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건 어찌 된 일일까요? 엊그제 남한강에 왔던 비에 공원의 사면이 쓸려가면서 데크 아래 지면이 침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작년의 역행침식과 유사한 상황일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준설로 낮아진 본류 때문에 본류로 유입되는 물살이 세어져 주변이 깎여나가는 현상 말이지요.

데크 아래 깊숙이 자갈과 모래가 쓸려가 위태로운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주변 둔치는 사람 키만큼씩 패여나갔습니다.

본격적인 장마도 오기 전에 이러니, 여름이 지나면 성할 곳이 없을 것 같네요.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장소이기보다, 오히려 시민의 안전이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각종 유지관리와 보수공사에 시민들의 세금은 또 얼마나 들어가려나..






예전에 아름다운 습지를 가로지르던 여강길이 기억이 났습니다. 하지만 2012년 찾아간 바위늪구비는 예전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고, 인공공원으로 탈바꿈했더군요. 바위늪구비 "습지"는 바위늪구비 "공원"이 되어있었습니다.


공사 전 바위늪구비 습지의 모습 (사진: 박용훈)


공사 중의 바위늪구비 모습 (사진: 박용훈)


공사 후 모습. 상당한 면적이 준설로 사라지고, 나무들은 다 베어졌다. 거기에 공원시설과 조경나무들이 썰렁하게 느껴진다.



남한강 다른 지역의 공원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강변놀이터"라는 간판이 멀리서 보였습니다. 

물놀이도 실패하고, 쉴 곳도 찾지 못한 터라 재밌는 것이 있을까 싶어 달려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이터에는 오직 그네, 그네 만이 있더군요.

"그네, 그네, 그네".... 요즘 한창 바쁘신 어떤 분의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그네"만 있는 이 곳은, 바로 그 분께 헌정된 놀이터가 아닐까하는, 말도 안되는 우스개 생각만 떠올랐습니다. 


 



죽어가는 나무들


지금 4대강 주변에는 예전에 있던 버드나무 군락지 등 강가에 자연스레 자라던 나무들은 대부분이 베어졌습니다.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였죠.

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다른 나무들이 심어졌습니다. 강변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이 심어졌습니다. 공원을 조성하는 조경회사들이 선택한 것들입니다.

피서를 위해 찾은 이번 4대강 방문에서 공원 곳곳의 나무들에 나타난 이상한 징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여주보 주변에 만든 공원입니다. 나무들이 목이 마른지 물주머니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본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했습니다. 여름이면 한창 녹음을 자랑해야할 시기인데 단풍은 아닐테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말라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녹색이어야 할 나뭇잎들은 갈색으로 변해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4대강 주변 공원에 애써 심은 나무들이 죽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급하게 조경을 한 탓인지, 강변에 적합하지 않은 수종을 선택한 탓인지, 애꿎은 나무들만 죽어나갑니다. 

지난 봄에 남한강변을 찾았을 때도 무수히 많은 나무들이 죽어서 베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능지처참 당한 듯이 줄기와 가지가 토막토막 잘라져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5월 바위늪구비 공원에서 잘려나간 나무들의 모습입니다. 

지난 5월 바위늪구비 공원에서 잘려나간 나무.




청단풍 30주를 심었다는 홍보판이 있지만 그 뒤에 있어야 할 단풍나무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심자마자 죽어버렸다는 것이지요...




수영금지 물놀이 시설


여기는 남한강의 이포보입니다. 

작년 가을 그랜드오픈 행사에 대통령이 친히 참석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명품 보 입니다.


이포보로 간 것은 공원 여기저기를 다니다보니 물놀이가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이포보는 유일하게 어린이의 물놀이를 위한 "수중광장"을 만든 곳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휴가지로 찾을 수 있도록한 친수시설이지요.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시원하게 물이 넘쳐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라?? 왠 표지판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물놀이를 금지"한다는 위험안내 표지판입니다.

단단하게 박혀있는 표지판을 보니 장마철 동안의 임시조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가가보니 물도 그리 맑지 못합니다. 지난 4월에는 녹조도 심하게 발생했던 것이 생각나더군요.

어쩌다가 완공하고서 1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채, 이포보의 수중광장은 무용지물이 된 걸까요??

애시당초  전시성 시설이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이포보 수중광장의 모습. 그 앞에 간판이 서 있다.



이포보 수중광장에 설치된 물놀이을 금지한 표지판. 이건 수영장에 수영금지표시나 마찬가지.




남한강에 설치된 이포보 조감도



조감도에 나온 수중광장의 세부설명




이포보 주변 곳곳에는 강물에 떠내려온 쓰레기와 부유물질들이 곳곳에 모여 있습니다. 멀리서 떠내려온 냉장고도 보입니다.

비만 오면 보 주변 공원 곳곳이 이럴텐데, 청소하고  관리하는 데에 수고와 예산이 이만저만 아닐 듯 싶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 이포보 자리의 모습입니다.

모래톱이 아름답던 곳입니다. 시민들이 찾아와 낚시도 하고, 강물에 발도 적시던 곳입니다.

습지와 모래 덕분에 물도 지금보다 훨씬 맑았었죠..

자연 속에서 휴가를 보내기에는 그 때 그 모습이 훨씬 나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박용훈)






자전거 타려고 산을 죽이나


편히 쉬며 휴가를 즐기러 왔는데,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기로 했습니다. 시원스레 강변길을 달리며 기분전환을 할까하고요..

3천억원을 들여서 강변을 따라 건설한 1600km의 자전거길은 우리 대통령님의 큰 자랑거리니까요.

라디오연설 도중에도 이런 말씀을 하셨죠.


"이미 일본 자전거 마니아들이 여행 중에 있고, 가을에는 단체로 자전거 투어를 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유럽이나 북미 쪽 사람들도 내년쯤이면 많이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명성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가 크신 것 같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신나게 달렸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세종대교 부근에서 잠시 쉬어가려던 찰나...

그런데, 어라.. 심하게 깎여나간 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4대강사업 전에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파헤쳐지고 깎여나간 모습이 몹시도 흉측해 보였습니다. 

알고보니  산 아래로 길을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서 산이 이 지경이 되었다는군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자전거가 다니기 위해, 멀쩡한 산림을 이렇게 망가뜨린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종대교 부근 소양천 합수부에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면서 산 하나가 반토막으로 깎여나갔다. (사진: 박용훈)




4대강사업으로 자전거도로가 건설되기 이전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아래는 공사전과 후의 비교사진입니다. 공사 전에는 나무가 울창했던 산이, 4대강 사업 이후 나무가 다 베어지고 반토막으로 잘려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2009년 공사 전의 모습. (사진: 박용훈)


2012년 공사 후의 모습 (사진: 박용훈)


 


이곳만이 아니라 충주 부근에도 이렇게 산림을 파괴하고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현장이 있었습니다.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충주댐방향으로 진행하다보면, 바로 이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몇 개의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아 산지가 파헤쳐지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도로를 위한 도로확장공사 때문입니다.

 







MB 덕분에 망친 올 여름 피서


하루동안 대통령 추천 4대강을 돌아보았습니다. 시원한 강가에서 피로를 풀어버릴 생각을 했는데, 온통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건 저만이 아닙니다. 남한강 유역에는 여주군이 있습니다. 요즘 여주군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골머리를 싸고 있답니다. 

바로 4대강사업으로 새로 생긴 강변의 친수시설 때문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유지관리비용은 약 5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친수시설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투여되는 예산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변의 친수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에 큰 부담이 되는 실정입니다.

앞에서 보았다시피 비만 오면 부서지고 깨지는 시설물들, 과도하게 설치된 자전거도로, 강변 공원의 조경사업 등이 모두 시민들의 큰 짐이 될 것입니다.


습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라 불리웁니다. 준설과 콘크리트 보 건설로 파괴된 강가에는 멀쩡한 습지들을 파헤쳐 각종 인공시설물들을 만들었습니다. 자전거도로, 조경시설, 체육시설 등등... 정부는 시민들을 위한 위락시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계속해서 시민들의 세금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4대강사업은 돈먹는 하마이자, "4대강 살리기" 가 아닌 "4대강 낭비" 사업입니다. 


대통령이 강력히 추천한 4대강으로 더위를 피해 피서를 왔지만, 하루도 못 지나 실망감으로 가득합니다. 아니 불안함과 답답함, 각종 염려와 고민으로 가득합니다. 

엄청난 예산을 투여해 만든 4대강변의 각종 시설들이 과연 시민들을 위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피서가고 싶었던 곳은, 인공조경과 체육시설, 각종 시설물로 꾸며진 공원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울과 소가 어울어지며, 그 안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자라나는 곳, 그것이 강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도 휴식과 위안, 치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을 살린다고 하더니, 정작 살아있는 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대통령 때문에 망쳐버렸습니다. 올여름 피서...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