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수로 전락한 4대강 수질

 활동이야기/4대강현장       2013. 2. 8. 17:0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우리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저 강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두 손 오므려 목을 축일 그날이 올 때까지...”


흐르는 물을 그 자리에서 두 손으로 떠 마실 수 있는 맑은 강. 상상만 해도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 강을 만들겠다며 시작한 것이 바로 4대강사업이었다. 

앞서 인용한 문구는 바로 4대강사업 초기 정부에서 만든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4대강사업이 완공된 후 4대강은 어떻게 변했을까? 정말 지금이라도 강으로 가 얼굴을 담가 목을 축일 수 있는 걸까?


정부측 4대강사업 홍보동영상의 한 장면


공업용수 수준의 4대강


녹색연합은 4대강사업 이후 정부 말처럼 수질이 개선되었는지를 직접 검증해 보았다. 

이를 위해 4대강사업으로 보건설과 준설이 이루어진 20개 지점을 대상으로 사업 전(2006년)의 COD수치와 사업 후(2012년) COD수치를 비교해 보았다. 모든 수치는 환경부에서 측정하여 공개한 자료이다. 

분석 결과 20개 지점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15개 지점에서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이 좋아지기는 커녕 대다수 지점에서 나빠진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4대강 사업 전에 3급수 이상이었다가 지난해 4급수 이하로 나빠진 곳이 전체의 70%인 14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낙동강은 전체 9개 지점 중 최상류 2곳을 제외하고 7곳이 4급수 이하로 나빠졌다. 낙동강의 달성이라는 지점은 얼마 전 식수원 위로 자전거도로를 만든다고 논란이 되었던 대구의 문산, 매곡 취수장 근처이다.


(이것은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하천COD기준에 따라, 그리고 사업 이후에는 호소COD기준을 적용하여 수질 급수를 적용한 결과이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BOD나 COD 수치에 따라 가장 좋은 1급에서부터 가장 나쁜 6급까지 물의 등급을 설정해 놓고 있다. 3급수 이상은 생활용수로 사용가능하나 4급수부터는 농업용수 또는 공업용수로만 사용할 수 있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규정한 수질등급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는 4급수(약간나쁨)가 농업용수 또는 공업용수로만 사용가능하다고 나온다.


왜 COD인가?


그렇다면 왜 BOD가 아닌 COD를 적용했는지, 그리고 하천기준이 아닌 호소기준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BOD와 COD는 두 가지 다 수질을 보여주는 지표다. BOD, 곧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Biological Oxygen Demand)은 물속에서 사체나 음식물 찌꺼기 등의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할 때 소비하는 산소의 양이다.

화학적산소요구량라고 불리는 COD는 (Chemical Oxygen Demand) 미생물이 아닌 산화제 등을 이용해서 화학적인 방법으로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을 말한다.BOD, COD의 수치가 높다는 것은, 유기물 분해에 사용하는 산소의 양이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오염이 심하고 수질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BOD는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기 어려운 소위 난분해성 유기물은 측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서 COD는 BOD가 측정하지 못하는 물질도 측정할 수 있다. 공장폐수 같은 경우에 BOD 수치는 좋게, COD는 나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비유하자면, 시력을 측정하는데 어떤 방법은 근시만 측정하고, 다른방법은 근시만이 아니라 난시까지 나타낸다고 할 때, 어느 것이 더 좋은 방법인지는 사실 자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물이 정체된 곳에서는 BOD가 아닌 COD가 적합하다. 호수에는 하천보다 많은 양의 조류가 존재하고, 이 조류의 호흡에 의해서 BOD 측정이 교란되기 때문에 COD를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환경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환경부의 물환경기본계획에서도  “BOD는 난분해성 유기물질 및 조류 발생으로 인한 오염을 측정할 수 없고” “호소의 경우에는 COD로 측정한다”고 나옵니다.


2012년 여름, 합천보에 가로막혀 낙동강이 거대한 호수로 변했다. 보에 막힌 상류에 녹조가 발생한 모습.


4대강사업 이후 4대강은 현재 보에 물이 막혀 호소로 변한 상태이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제2조에는 " 댐·보 또는 제방 등을 쌓아 하천 또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가두어 놓은 곳"을 호소라고 규정하고 있다. 16개의 거대한 댐(보)에 막혀버린 4대강은 거대한 호수로 토막났다. 

따라서 하천이 아닌 호소를 기준으로, 그리고 BOD가 아닌 정체된 물에 적합한 COD를 기준으로 4대강 수질을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다. 


지난 1월 감사원의 감사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4대강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 53쪽에는 다음과 같이 4대강사업 수질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2012년에 하천기준 2급수 수질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였을 뿐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되는 보 구간에 대하여는 호소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COD, 조류농도, 총질소, 총인 항목별로 수질을 관리하도록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마스터플랜>의 수질 목표 달성 실패


수질과 관련해서 정부는 2009년 4대강사업을 시작하면서 2012년에 어떤 목표를 달성할지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을 통해 제시한 바 있다. 

그 목표는 첫째, 66개 중권역 중 57개 중권역에서 BOD기준 2급수를 달성하고, COD, TP, 비점오염에 대해 집중 관리한다는 것이다. 

둘째, 66개 중권역의 BOD와 TP를 어느정도로 개선할지 예측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에서 제시한 수질개선 목표


첫째목표와 관련해서, 4대강 사업 구간에 해당하는 11개 중권역을 살펴본 결과 하천 BOD 기준으로 9개 지점이 2급 이상이다. 하지만 "집중관리"를 내세운 COD를 기준으로 한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총 11개 지점 가운데 호소COD기준 2급수 이상은 단 1곳도 없는 것이다. 


둘째목표와 관련해서 4대강본류의 총 11개 지점 중 4개 지점(전체의 36%)만이 BOD목표치를 달성했고, TP의 경우는 11개 지점 중 6개 지점(전체의 55%지점 실패)만이 TP목표치에 도달했다.



한마디로 정부 스스로가 <마스터플랜>을 통해 제시한 수질 개선 목표는 완전히 실패로 판명난 것이다. 


공업용수로 목을 축여야 할 사람들

사실 작년 여름, “녹조라떼”라 불리는 대규모 녹조현상이 일어날 때부터 4대강사업이 강물을 썩게 만든다는 것은 자명했다. 

거대한 16개의 댐에 의해 가로막힌 4대강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 당연한 상식을 배우기 위해 22조원이라는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홍보관에 전시된 사진. 사진 아래 다음과 같이 설명이 적혀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4대강살리기 사업을 이끈 정부 주역들. 왼쪽부터 이동우 청와대기획관리실장,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장관,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 (2012. 9. 27. 합동보고 후 청와대에서)"


국민의 식수원을 공업용수로 전락시킨 것이 바로 4대강사업이다. 전락한 것은 수질만이 아니다. "보를 건설하면 물이 맑아진다"며 국민을 속인 거짓말 덕분에 정부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사업 추진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4대강사업의 "완공"과 "성공"을 자축하기 전에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스스로 지금 4대강으로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두 손 오므려 목을 축일 수" 있는가??

녹조 가득한 공업용수가 기다리고 있는 

그 강가에서 말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