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만나보기

 활동이야기/백두대간       2004. 7. 2. 14:0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녹색친구들과 녹색연합은 2004년 6월~2005년 6월 「한북정맥 환경대탐사」를 진행합니다. 산줄기와 물줄기를 조사하면서 우리 땅 산줄기인 백두대간을 좀 더 잘 살펴보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6월 26일부터 27일까지 1차 한북정맥 마루금 훼손 실태 조사와 꼬리치레도롱뇽 서식 실태 조사 그리고 환경 실태 조사가 있었습니다.

[img:dscn040702_4.jpg,align=,width=550,height=293,vspace=0,hspace=0,border=1]


정맥, 한북정맥
쟁맥이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간 2차적인 산줄기로서 백두대간보다 규모와 세력이 작기는 하지만 큰 강을 가름하는 산줄기입니다. 이 산줄기들에 의해 두만강,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 등의 수계 또는 그 유역이 결정됩니다. 『산경표』에서 백두대간을 비롯한 15개 산줄기를 분류한 원리 또는 원칙은 ‘산은 물을 가르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지극한 상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이것은 우리나라의 산천(관)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원리요 원칙이 됩니다.
한북정맥은 한강 북쪽, 임진강 남쪽을 흐르는 산줄기입니다. 백두대간 분수령에서 강원도 평강의 백빙산으로 갈라져 나와 김화의 오신산, 불정산, 대성산, 경기도 포천의 운악산, 양주의 홍복산, 도봉선, 삼각산(북한산), 노고산을 지나고, 고양의 견달산을 거쳐 교하의 장명산에 이릅니다.

밤하늘 가득 메운 별들
강원도 화천을 찾아 들었습니다. 서울-의정부-포천-화천. 3시간여가량 도로를 달린 끝에 한북정맥 첫 출발점인 수피령 가까운 곳에 다다랐습니다. 차를 타고 오면서 굵은 빗줄기가 뿌리더니, 도착하자마자 다시 장대비가 시작됩니다. 야영을 위해 텐트를 급히 치고 늦은 저녁밥을 먹고 나니 어느새 비가 그쳤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잠시 후 올려다본 밤하늘.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비게인 맑은 밤에 볼 수 있는 은하수를 한참 올려 다 봤습니다. 역시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이 났습니다. 별 무리에 도시의 밤하늘이 겹쳐졌습니다.

군사시설
[img:dscn040702_5.jpg,align=right,width=300,height=194,vspace=5,hspace=10,border=1]한북정맥은 북한 땅의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로 민통선 남쪽인 수피령부터 민간인의 출입이 자유롭습니다. 비무장지대는 출입이 불가능하고 대성산-수피령구간도 군사시설 보호와 보안유지를 목적으로 한 민간인출입통제선으로 묶여 국방부 출입허가를 얻어야만 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분단의 최전방으로 북한과 남한이 군사로 대치하며 서로에서 총을 겨눠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유난히 군사시설이 많습니다.

많은 종주등산객들이 화천과 철원을 잇는 56번 관통국도에 수피령을 한북정맥 종주의 출발지점으로 삼고 있는데, 애초 이 도로는 군사도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일대 산에는 유난히 비포장도로, 참호, 교통호, 헬기장, 훈련장, 사격장 같은 시설물이 많은데, 모두 군사시설로 이용되었거나 이용되고 있습니다. 한북정맥 마루금을 따라 쭉 참호와 교통호를 만들어 두었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지 무너져 가는 곳이 많았습니다. 군부대에서 사용을 하지 않는 교통호나 참호, 군사시설을 제대로 조사해 주변산림 상황에 걸맞게 복구를 해야 할 곳이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분단의 상처는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굵은 빗줄기는 더덕 향을 재촉하고
[img:dscn040702_2.jpg,align=left,width=300,height=225,vspace=5,hspace=10,border=1]복주산 정상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굵은 빗줄기를 만났습니다. 급하게 조사장비를 젖지 않도록 배낭에 챙겨 넣고 무성한 숲을 지나는데, 알싸한 더덕향이 코끝을 진하게 자극했습니다. 더덕은 식물 전체에서 향이 나는 방향성 식물이기 때문에 간혹 습기가 많은 무성한 숲에서 강렬한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더덕 잎을 스치기라도 하면 그 향기는 더욱 진해집니다. 오늘은 빗방울들이 더덕 잎을 톡 톡 치면서 더덕의 향을 재촉하고 있는지, 고혹적인 향기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문득 이 좋은 더덕 향을 맡지 못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자연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던 몇 년 전까지 만도 산에서 더덕 향을 맡지 못했습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자연에서 필수적인 오감이 둔해진 탓이었습니다. 자연에 사는 동물들은 오감을 이용해 먹이를 구하고, 쉴 곳을 찾고, 위험을 감지하고 하지만 도시생활에서는 오감보다는 이성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눈으로 보는 감동, 코로 맡는 냄새, 입으로 느낀 맛, 귀로 듣는 소리, 피부와 발에 와 닿는 느낌에 우리게 모르게 둔해지고 무뎌지나 봅니다. 우리에게는 무뎌진 오감을 되찾고 더덕 향을 맡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꼬리치레도롱뇽의 보금자리
[img:dscn040702_1.jpg,align=right,width=300,height=225,vspace=5,hspace=10,border=1]꼬리치레도롱뇽 수온 20℃이하의 차고 용존산소량이 풍부한 산간계류에 서식하는 양서류입니다. 자연생태의 안정된 숲은 햇빛과 자외선을 막아주어 맑고 차가운 물 유지시켜 줍니다. 따라서 꼬리치레도롱뇽이 서식하는 산간계류는 안정된 숲이 있는, 산림생태계가 양호하고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꼬리치레도롱뇽의 존재는 계곡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름하는 잣대가 되어줍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한 일대 전 지역 높은 고도의 산간 계류에 널리 분포했으나, 수질오염, 산림파괴, 토양오염, 겨울잠을 자기위한 땅이나 물 부족으로 백두대간, 낙동정맥 같은 산간오지를 제외하고는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꼬리치레도롱뇽이 살 수 있는 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지요. 다행히도 한북정맥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산줄기 곳곳을 따라 흐르는 맑고 깨끗한 계곡 속에서 꼬물거리는 꼬치치레도롱뇽 유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 일대 계곡생태계가 아직은 보전상태 양호하다는 확인입니다. 또 꼬리치레도롱뇽의 친구들인 물두꺼비, 오소리, 족제비, 범꼬리, 돌마타리, 꿩의다리, 함박꽃나무, 중나리, 기린초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북정맥이 꼬리치레도롱뇽과 그 친구들의 영원한 보금자리로 남아있길 바랍니다.

[img:dscn040702_3.jpg,align=,width=548,height=333,vspace=0,hspace=0,border=1]


능선에 서서 시선이 끝나는 곳까지 굽이치는 산줄기를 바라봅니다. 산줄기를 가득 채운 풀꽃과 나무들 그리고 산줄기 곳곳을 따라 흐르는 계곡과 그 속에 살고 있는 꼬리치레도롱뇽, 날도래, 강도. 뭇 생명들과 만난 소중한 기억을 안고 한북정맥 1차 조사를 마무리합니다. 매월 넷 째주 토요일, 일요일 ‘한북정맥 만나보기’ 는 계속됩니다.

글 : 백두대간보전팀 정용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