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


우리는 60년이 넘도록 한국, 오키나와,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 때문에 환경오염과 소음 피해, 생존권 침해를 겪고 있는 주민들입니다.
주둔 미군은 위협에 대처한다는 이유로 일상적인 전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미군 군용기의 비행 소음, 사격 소음, 저공비행으로 우리들의 생활은 파괴되고 정신적, 신체적, 재산상의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폭격 훈련으로 버려진 불발탄이나 화학 물질,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기름 때문에 농지와 하천, 바다가 오염되지만 미군은 복원하지 않습니다.
미군은 기지 바깥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미군은 이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주둔한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미군 주둔으로 인해 큰 환경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imgleft|090914_01.jpg|267||0|0]미국이 말하는 안보와 평화는 무엇입니까?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기름 때문에 주변 주민들의 농지와 하천이 오염되었지만 기지 내부의 문제만 처리한 후 기지 바깥 주민들의 생활 지역은 복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군기지 바깥의 주민들은 오염된 땅에서 자란 농작물을 먹거나 오염된 물을 이용하게 되는 데, 오염을 유발시킨 미군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미국이 말하는 안보와 평화입니까?
2004년 오키나와 해병대 헬기가 대학 구내로 추락한 사고도 있었고 2009년 한국 평택에서는 민가 위를 헬기가 저공비행하여 집 지붕들이 부서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지에서 전투기 비행을 하면 많은 피해가 발생하니 비행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였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고 여전히 주민들 머리위로 위험한 전투기와 수송기, 헬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미군 전투기, 수송기, 헬기의 비행 훈련으로 소음피해를 겪는 주민들이 한국, 오키나와, 일본 모두 수백만의 가구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불안, 학습장애, 수면장애, 난청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 정책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군대의 훈련은 보장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안전은 외면하는 것이 미국이 말하는 안보와 평화입니까?
최근 미국은 ‘재편’이라는 이름 아래, 낡은 기지는 폐쇄하면서 첨단 시설을 갖춘 새로운 기지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평택에서 헤노코에서 다카에에서 이와쿠니에서 미국이 만드는 새로운 기지들은 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어민들의 어항을 빼앗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만드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미국이 요청하고 있는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계획으로  땅과 바다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주민들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고 심지어 ‘미국’의 ‘군대’라는 것을 내세워 주민들 위에 군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자신의 군사정책과 경제적 이해 때문에 이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자신의 군대 때문에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책임져야 하지만 주둔국인 한국과 일본 정부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민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군대가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하고 있는 미군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미국의 군대가 이곳에서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것을 파괴하고 있는지 직접 보아야 합니다.

[imgright|090914_02.jpg|186||0|0]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요구합니다.
미 국방부 지침 4715.5 (Management of Environmental Compliance at Overseas Installations), 해외환경규정집 OEBGD(Overseas Environmental Baseline Guidance Document),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 EGS(Environmental Governing Standards), 최종적용기준 FGS(Final Governing Standards)와 같은 미국 국방부의 해외 주둔 미군기지와 시설에 대한 규정,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정을 재검토해야 하며, 해외 주둔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해외에 배치하고 있는 미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피해를 책임져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은 해외를 순방하면서 그 지역의 미군 기지를 방문하여 미군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기지 군인들뿐만 아니라 해외 미군들 때문에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2009년 9월 10일
제2회 동아시아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한국-오키나와-일본 실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