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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이번 방학엔 중3 준비로 방학마다 가던 캠프 하나 신청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나무 선생님한테서 밀렵방지캠페인을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왔어요. 밀렵방지 캠페인이라고 해서 그냥 캠페인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직접 산에 올라서 올무나 덫을 제거하는 캠페인이었어요. 올무나 덫은 직접 본적도 없을 뿐 아니라 내가 덫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부담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손으로 밀렵으로 인해 멸종되어 가고 있는 야생동물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자신감이 생겼어요.
드디어 출발입니다. 31일 서울에서 출발! 녹색연합 시민모임이라고 하는 “녹색친구들”의 언니, 아저씨들과 함께 갔어요. 서울에서 봉화까지는 거의 6시간이 걸렸습니다. 정말 멀군요! 덜커덩 덜커덩... 드디어 숙소 ‘청옥산 자연휴양림’ 앞에 도착했습니다. 버스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가자 차갑지만 시원한 산바람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본 하늘, 처음으로 보인 것은 오리온자리였습니다.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까만 하늘의 반짝이는 별이었어요. 도시에서는 오염된 하늘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은 불빛 때문에 자연의 빛을 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곳 휴양림의 깜깜한 밤하늘은 기분 좋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전문가 선생님들의 설명을 들었는데요. 선생님들은 몸소 시범까지 보여주시며 올무에 동물들이 어떻게 걸려 죽어 가는지를 보여 주었어요.
선생님은 또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올무나 덫 같은 장비로 몸보신을 하기 위해 야생동물들을 죽이는 인간들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야생동물과 똑같은 이 땅의 한 생명체라고. 잘못된 보신문화로 얼룩진 이 산하에서 지금도 수많은 생명들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고요.
[img:wildfriend_02.jpg,align=left,width=228,height=300,vspace=5,hspace=10,border=1]그런 말을 듣자 같은 사람으로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내일 산에서 나쁜 사람들이 쳐 놓은 올무를 꼭 찾아야지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해도 미처 뜨기 전에 우리는 숙소에서 내려오는데요, 어슴푸레한 산길, 우리 눈은 어젯밤처럼 자연의 빛으로 어둡지 않았습니다.
올무제거는 4모둠으로 나뉘어서 가게 되었는데요. 제가 갈 곳은 경북 봉화군 애당면 춘양리에 위치한 산이었습니다. 처음엔 차를 이용해 임도를 타고 올랐지만 싸인 눈으로 차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부터는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동물의 발자국과 함께 사람의 발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동물의 발자국과 함께 사람의 발자국도 사라졌습니다. 첫 밀렵꾼의 흔적이었습니다. 발자국이 사라진 지점 옆 부분으로 산을 타고 올라가자 멧돼지가 요동을 친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토끼똥, 노루똥, 꿩똥을 발견했습니다. 야생동물들의 흔적들을 보자 더욱 더 자신감이 붙었고 더욱 더 기운이 났습니다.
다시 산을 오르는데 눈이 쌓여 깊은 곳은 허벅지까지 빠질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양의 눈을 본 것이 처음이었기에 신기하기도 했지만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쉬어갈 겸 잠시 눈밭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앉았던 곳에서 첫 올무가 발견되었습니다. 발견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한 생명을 살렸다는 생각을 하자 너무나 기뻤습니다.
산을 내려가며 더 찾아보았지만 결국 우리 모둠은 두 개의 올무 밖에 찾지 못했어요. 어떤 모둠은 15개의 올무와 덫을 찾았다고 자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올무이긴 했지만 제 힘으로 야생동물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게 정말 뜻 깊었답니다.
[img:wildfriend_05.jpg,align=,width=270,height=138,vspace=5,hspace=5,border=1][img:wildfriend_01.jpg,align=,width=270,height=138,vspace=5,hspace=5,border=1]
동물의 왕인 사자나 호랑이도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만 사냥을 한다고 합니다. 항상 사납다고만 생각하는 동물들도 절대 욕심은 부리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욕심을 부려 이 땅의 많은 야생동물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습니다. 이번 밀렵방지캠페인으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제 힘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에 더없이 고마웠습니다. 야생동물이 살 수 없는 이 땅은 인간들도 다른 생명들도 살아나갈 수 없습니다. 산에서는 야생동물을, 하늘에서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만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함께 밀렵방지캠페인을 다녀온 김민정 학생은 지난 여름, 제주도 섬환경캠프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함께 사는 방법을 알게 된 지구의 미래를 푸르게 만들 친구입니다.
글 : 녹색연합 회원 김민정
[img:wildfriend_06.jpg,align=,width=548,height=258,vspace=5,hspace=10,bord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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