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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북한산을 만나러 가기 위해 모인 아이지엘 회원들은 매우 들떠 있었다.
물론 이날은 생태 모니터링을 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아이지엘 회원들의 정모이기 때문이다.
요번 북한산에서의 만남은 “잠시 잊고 있었던 자연성 찾기” 라는 주제로
평소에 학교와 도서관, 학원을 다니느라 자연과 잠시 떨어져 있어야 했던 우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약속된 시간보다 약 20분이 흐른 뒤 아이지엘 회원들은 북한산으로 향했다.
주택 사이사이에 ‘등산로’라고 적혀있는 팻말을 따라 매표소에 도착.
모두들 북한산이 바위로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험한지는 몰랐단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힘들다고 쉬엄쉬엄 가잔다.
하지만 이러한 바위 사이사이에서도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을 보면서 모두들 감탄하고 있었다.
평평하고 앉기 좋은 자리를 찾자 모두들 자신이 싸온 도시락을 꺼내 먹고 아이지엘 운영위원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자연 속에서 나의 이름 찾기’.
내 주변에 있는 나무나 꽃 같은 여러 생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그 이름을 오늘 모임 하루동안 내 이름으로 삼는 거다.
소나무, 밤나무, 억새풀, 바위, 돌멩이, 미끼, 구름 등... 저마다 쑥스러워도 했지만
자기 이름에 꽤나 만족해했다.
다음은 '낙엽을 통한 자연'.
저마다 낙엽의 중요성과 하는 일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벌레들의 먹이, 거름, 토양을 구성하는 성분, 그리고 자연의 일부... 모두들 낙엽의 소중함을 느꼈다.
아이지엘 회원들 모두 자기 주변에 있는 낙엽을 줍고 그 낙엽에 구멍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자연은 하나의 그림이었다.
낙엽에 난 구멍은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바르게 난 것도 아니었지만 구멍을 통해 본 바깥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작은 구멍을 통해 본 조그만한 돌맹이와 그 사이에 난 이끼들, 그것은 낙엽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었다.
마지막으로 했던 것은 '자연과 하나 되기, 나무와 하나 되기'
오늘 했던 활동 중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
눈을 감고 누워서 자연의 소리를 느껴보니, 바람이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스치면서 들리는 소리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 바람이 나를 스치는 것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자연의 소리는 작고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만드는 소리는 크고 날카로웠다. 사람들이 등산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저마다 떠드는 소리였지만 자연과 하나 되기에서 들은 그들의 소리는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북한산이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버리는 쓰레기와 밟고 꺾이는 나뭇가지에 얼마나 아파했을지...
한 산림청 관계자가 한 말이 기억이 난다. “나무도 경쟁을 한다.” 보통 몇 백 년, 몇 천 년을 사는 나무들은 절대 산에 있는 나무가 아니라 마을 근처에 사는 나무였다. 그들은 경쟁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좋은 양분과 햇빛을 맞이하면서 살고 있다. 북한산을 보면서 나무도 경쟁을 한다는 것이 새삼스레 느꼈다.
바위틈에서 올라오는 나무들, 그 딱딱한 바위를 뚫고 올라오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곳에서 올라와 그들이 보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는 얼마나 작아 보였을까.
아이지엘 회원들은 북한산에 오르면서 그 곳에 사는 나무들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평소 입시와 인간관계로 인해 외면했던 자연을 몸소 느꼈다.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많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느꼈으면 좋겠다.
글 : 이혜영 (영덕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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