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이포보에 김양식장이 생겼다??

 활동이야기/4대강현장       2012. 4. 16. 06:0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김양식장(?)으로 변한 이포보

 

홍수예방, 수자원확보, 수질개선 등등등.. 이 모든 것이 4대강사업의 목적이다. 참으로 다목적 사업인 셈이다. 그런데 또다른 숨은 목적이 밝혀졌다. 바로 “어업발전"이다. 4대강에 김양식장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1차산업까지 배려하는 이 꼼꼼한 정부의 손길이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우스개 소리다. 하지만 한강의 이포보를 가보면 누군가 김양식장, 파래양식장에 비유했듯이, 온통 녹색으로 뒤덮였다. 바로 녹조류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46일이다. 당시 남한강에 흙탕물이 발생하였다는 소식에 녹색연합은 팔당댐에서부터 상류를 향해 모니터링 중이었다. 그런데, 오후 5시경 이포보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우안의 고정보와 수중광장에서 고약한 악취와 함께, 녹조류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포보 우안 상류에 깔린 자갈밭에도 녹색의 띠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곳은 이포보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강물의 흐름이 느린 구간이다. 이 지점의 수질이 악화된 것은 육안으로도 확연히 나타났다. 물의 투명도가 매우 낮았으며, 인근에서는 심한 악취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폐사한 물고기의 사체도 이포보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이포보 우안에 콘크리트로 만든 수중광장 위가 녹조류로 덮였다. (2012-04-06)

 

 

고정보 위도 녹조류가 덮였다. (2012-04-06)

 

  

 

며칠 뒤 같은 고정보 위에 물고기 사체가 발견되었다. 현재 이포보의 상황을 상징하는 듯 하다. (2012-04-10)

 

 

수중광장 상류의 자갈밭에서는 심한 악취와 함께, 물가에 녹색 띠가 생겼다. (2012-04-06)

 

 

탁한 물과 함께 물속에도 조류가 자라고 있다. (2012-04-06)

 

 

 

이포보 녹조류의 원인

 

이번에 녹조류가 발생한 이포보 우안 지역은, 4대강사업 이전에 아름다운 모래톱과 습지가 잘 발달되었던 곳이다. 모래와 습지는 강물을 맑게 하는 천연정수기의 역할을 한다. 강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수로가 아니라, 물과 모래, 주변의 식생, 미생물, 물고기와 각종 야생동식물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하고도 정교한 생태시스템이다. 하지만 4대강사업을 추진한 이들은 이러한 강의 본질에 대해 참으로 무지했다. 준설과 댐 건설은 살아있는 강의 시스템을 파괴했다. 모래톱과 습지를 걷어낸 자리에는 인공공원을 만들고, 흐르던 강물은 거대한 댐으로 막아버렸다. 이포보의 수질 악화는 이러한 무지의 결과이다. 특히 모래와 습지가 사라지고 물이 막히면 오염물질의 정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고, 물 속에 영양염류가 증가하는 부영양화가 가속화된다. 이포보의 녹조류 번성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

 

그날 현장에서 만난 정부기관(한강물환경연구소)의 전문가는 이포보 구조물에서 발생한 것이 녹조류의 일종인 spirogyra 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조류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녹조류가 발생한 원인이다. 바로 부영양화, 곧 수질악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녹조류가 발생한 수중광장은 물놀이시설이라고 정부의 조감도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조류가 끼고, 악취가 나며, 탁해진 물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용지물 시설을 만든 셈이다. 

 

이포보 우안의 비교사진. 위사진은 2009년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2012년 현재의 모습이다. 수변에서 자연정화기능을 하던 모래톱과 습지들이 4대강사업으로 인해 사라지고, 인공공원만이 남았다. (사진: 박용훈)

 

  

이포보 주변에 설치된 조감도이다. 녹조류가 발생한 수중광장에서 물놀이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정부측은 수중광장의 용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린이 물놀이 장소는 악취와 녹조로 접근하기도 어려운 곳이 되었다. (2012-04-09)

 

 

 

물놀이 장소의 수질 상태는 육안으로도 매우 탁하고 안 좋았다. 물 바닥에도 조류가 발생하였다. 정부가 자랑하는 명품보의 친수공간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포보는 대림 거다!!"

 

우려했던 수질악화가 나타나니 정부와 시공사는 다급했던 것일까? 410, 취재를 위해 이포보를 찾은 언론사와 녹색연합 활동가를 맞이한 것은, 시공사 대림건설 직원들의 막말과 폭력이었다. 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밀치는가 하면,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하였다. 과도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이었다. 그들은 "여기는 대림건설 것이니 나가라, 왜 허락도 없이 들어오냐"며 취재를 방해했다. 그곳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아무런 방해없이 드나들던 공간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공시설물을 마치 건설사 사유물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연의 사유화. 어찌보면 이것이 4대강사업의 또다른 본질일지 모르겠다.

  

대림건설 직원이 언론사 카메라 앞을 막아서 취재를 방해하고 있다.

 

 무단도용과 거짓으로 얼룩진 정부의 해명자료 

 

국토해양부는 410일 이포보의 녹조류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언론에서 보도하기도 전에 먼저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 해명자료 조차 심각한 사실왜곡을 담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첫째, 정부의 보도자료에는 환경단체 간부는 이포보 수중광장 계단에 낀 물이끼를 녹조라고 주장하며 언론에 본인의 주장을 실어줄 것을 희망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환경단체라 함은 녹색연합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선 정부 측은 보도자료에서 말하고 있는 녹조녹조류를 가리키는 것인지, “녹조현상을 가리키는 것인지가 불명확하다. 만일 녹조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사실왜곡이다. 왜냐하면 녹색연합은 언론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서 이포보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부영양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녹색연합 주장의 요지였다. 한편 보도자료의 녹조녹조류를 가리킨다면 이것 또한 심각한 사실왜곡이다. 이포보에서 발생한 것은 녹조류의 일종이며, 이것은 한강물환경연구소의 연구관도 확인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도자료는 자신들이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수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수질 측정치를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Chl-a(클로로필-a)는 조류번성과 관련있는 수질항목인데, 정부는 2007년에서 2009년의 평균값과 2012년의 수치를 비교하여 4대강사업 이전보다 개선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치가 갑자기 상승했던 시기인 2009년을 제외하면, 2012년의 수치는 거의 2배에 달한다. 2009년의 수치가 왜 높게 나왔는지에 대한 분석도 없이 3년치의 평균값만으로 비교를 하는 것은 통계분석의 오류이다. 더군다나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클로로필-a 농도와 남조류 세포 수로 수질오염경보단계를 정하는데, 만일 클로로필-a 농도만 평가했을 때, 이포보의 20123월의 측정치 20.0mg/은 조류주의보를 넘어 조류경보에 가까운 수치이다.

 

셋째, 어처구니 없는 것은 국토부가 해명자료를 작성하면서 한 블로거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이다. 그 사진은 전직 녹색연합 활동가가 여행 중에 이포보를 촬영하여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정부 측의 입장을 해명하기 위해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시민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다. 사진을 촬영한 블로거는 현재 국토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환경단체 간부가 물이끼를 녹조라고 주장"했다는 허위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한편 "수중광장 물이끼 근경 사진"이라고 실린 사진이 전직 녹색연합 활동가의 블로그에서 무단으로 도용한 것임이 밝혀졌다.

  

썩은 것은 강물만이 아니라 이 시대의 영혼

 

환경단체와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4대강사업으로 인한 수질악화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대량 녹조류 발생과 수변의 악취 등은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이포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하천은 단순한 수로가 아니라 물, 모래, 습지, 어류와 조류 등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생태계 시스템이다. 4대강사업은 이러한 하천생태계 시스템을 파괴하였다. 이러한 살아있는 강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다.

 

날씨가 점차 더워지는 계절이 오면, 수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포보 하류에는 팔당식수원이 위치하고 있다. 더군다나 전국 4대강이 댐으로 막혔으니 수질 악화는 한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질이 나빠지면 식수공급을 위한 정수비용이 증가할 것이고, 물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되면 물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에 의한 사유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4대강사업으로 인해 썩어가는 강물을 보며 웃음 짓는 세력들이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이 없이는 그 어떤 생명도 유지될 수 없다. 물은 생명의 근원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강물이 썩어간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자기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무지가 낳은 결과가 바로 4대강사업이요, 썩은 강물이다. 맹목적인 성장과 개발, 돈을 향한 무한경쟁에서 생명의 근원에 대한 성찰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썩어가는 것은 물만이 아니라 이 시대의 영혼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포보 상류에서 죽어서 썩어가는 물고기 사체가 발견되었다. 4대강사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글: 황인철(녹색연합 자연생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