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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복날 서울 한복판에서 모내기??
여기는 덕수궁 대한문 앞..
무더웠던 초복날, 하늘은 찌푸려 비를 뿜을 태세입니다.
그런데 시멘트와 아스팔트, 보도블럭으로 덮여 있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모내기가 벌어졌습니다.
모내기 철도 지났건만, 물이 찰랑거리는 논바닥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모를 심느다고?
다름 아닌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유기농 집회에서 벌어진 퍼포먼스입니다.
줄을 맞춰 구호를 외치는 전형적인 집회의 모습과 사뭇 다릅니다.
참여자들의 재기발랄한 참여를 유도하는 세계 최초 유기농 집회입니다.
모내기를 하고 지나간 자리에는 간절한 글귀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시위용품은 화염병도 쇠파이프도 아닌
바로 호박과 가지, 피망과 볏대입니다.
시위용품을 손에 들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상생의 땅 두물머리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유기농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의 수질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주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농산물을 생산하였습니다.
이렇듯 자연과 농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공생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유기농의 정신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정부와 경기도에서 지원하고 장려해 왔던 유기농업을
이곳 두물머리에서 더 이상 하지 말랍니다.
농민들은 모두 농토를 떠나랍니다.
왜?
다름아닌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들기 위한 4대강사업 때문입니다.
두물머리 유기농지가 있는 지역은, "남한강살리기 사업" 1공구 두물지구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배정된 공사비가 약 30억원.
정부는, 이 돈을 써서 레져시설을 만들어야 하므로
40년 넘게 유기농업을 해온 농민들에게 두물머리를 떠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새벽, 두물머리에 나타난 포크레인
지난 7월 18일은 자진철거 시한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이날까지 두물머리를 나가지 않으면 정부는 다음달에 행정대집행을 시행하겠답니다.
다시 말해서 공권력을 동원해서 강제로 농민들을 쫓아내겠답니다.
그런데 자진철거 시한이 끝나기도 전인 17일 새벽,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시공사를 앞세워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두물머리로 들어왔습니다.
농민들과 학생들, 그리고 오랜동안 두물머리에서 기도를 해왔던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들이
온몸으로 공사를 막아섰습니다.
정부는 그들 스스로가 제시했던 자진철거 기한도 지나지 않았는데,
무엇이 그리 급했던 걸까요.
4대강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걸어둔 플래카드가 보입니다..
펜스 너머가 공사가 시작된 구간입니다.
두물머리를 사랑하는 종교인, 시민, 학생들, 그리고 농민들이 트럭 앞에서 온 몸으로 공사를 막고 있습니다.
종교인들과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공사는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두물머리 철거 반대입장과 더불어, 이제는 정부 여당에서조차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다급했을 것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두물머리 공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물머리가 4대강사업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상징처럼 남아있길 바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두물머리 농민들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 남아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지금까지 그랬듯이 땅에서 생명을 기르며,
자연과 농민,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유기농업을 지속하고 싶어합니다.
또한 자전거도로와 유기농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대안도 연구하여 제시한 바 있습니다.
농토를 모두 걷어내기보다, 자전거를 타고온 시민들이 두물머리에서 잠시 쉬어가며,
유기농업도 체험하고, 농민들과 막걸리 한 잔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안마저 정부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다 나가랍니다. 농사짓는 땅은 보기 싫답니다. 농민들 쫓아내고 어서어서 공원으로 만들고 싶답니다.
상생.. "함께 산다"는 유기농의 정신은 손톱만큼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바로 이 정부입니다.
평화란 무엇인가
대한문 앞 유기농 집회에는 용산참사의 유가족과 쌍용자동차 노동자도 함께 하였습니다.
용산, 강정, 쌍용자동차, 두물머리...
이들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들의 외침은 하나같습니다. "함께 살자"는 것입니다.
이들의 바램은 작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소박한 삶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 소박한 외침과 바램을 외면하고 짓밟는 국가와 자본의 행태 또한 한결같습니다.
이반일리치라는 학자는 평화의 의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평화는 각 시대와 각 문화영역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각 문화영역 내에서도 평화는 중심부와 주변부에서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중심부에서는 "평화의 유지"가 강조되지만, 주변부의 사람들은 "평화로이 내버려두어져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30년간의 이른바 '개발의 시대' 동안에 후자의 의미, 즉 '민중의 평화'는 사라져버렸습니다.
같은 말을 사용해도 그 의미는 다릅니다.
이 정부가 두물머리 농민들을 쫓아내는 명분도 다름아닌 "남한강 살리기 사업"입니다.
정부의 "살리기"와 두물머리 농민들의 "살리기"는 다릅니다.
권력자의 "평화"와 용산, 강정, 쌍용, 두물머리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평화"는 다릅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작은 삶터를 지키고자 했던 용산철거민들의 바램,
구럼비 바위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바램,
강물, 강바람과 더불어 땀방울로 흙을 일구고 싶은 두물머리 농민들의 바램,
자신의 노동으로 일군 공장에서 해고당하지 않고 일하고 싶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바램,
"평화로이 내버려두어져 있기"를 바라는 지극히 소박한 바램입니다.
이것이 진짜 평화입니다.
정부는 두물머리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8월6일로 예고했습니다.
소박한 평화를 꿈꾸는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스레 가르쳐주는 곳이
바로 2012년 7월의 대한민국입니다.
"삽보다 삶"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깊히 박히는, 2012년 여름입니다.
유기농 집회에서 낭독된 두유작전 선언문 (끝까지 읽어주세요..)
국토해양부가 정해주신 자진철거 시한 7월 18일에 대한문에서 두물머리 밭전위원회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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