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강물 앞에서 당당한 이유는?


낙동강 녹차라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낙동강 하류 경남도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하류에서 피어오른 녹조 때문입니다. 

본포취수장과 칠서취수장 근처에는 말 그대로 녹색페인트를 풀어놓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수자원공사는 무척이나 당당했습니다. 

이유는 당시 클로로필-a라는 녹조측정수치가 기준에 못미치칠 정도로 낮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언론에 났던 기사의 내용입니다.


<초록색으로 변한 낙동강... 녹조 원인 놓고 공방> (연합뉴스 2012년 6월 29일 기사 중) 


본포교에는 낙동강 본류에서 하루 28만t의 물을 취수하는 본포취수장의 취수구가 있다.

이날 오전 10시께 취수구쪽 강 가장자리에는 폭 7~8m, 길이 20m의 초록색 띠가 형성돼 있었다.
강물이 녹조류로 뒤덮여 불투명한 초록색을 띠었기 때문에, 성인 무릎 정도의 수심에도 불구하고 수면 아래를 전혀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강 가장자리 모래와 돌 위에는 연한 초록색 가루처럼 보이는 죽은 녹조들이 덮여 있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녹조현상이 심해진 건 4대강 사업으로 보가 건설되면서 낙동강이 '거대한 호수'로 변했기 때문"이라며 "낙동강 8개 보의 수문을 당장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본포교에서 측정한 클로로필-a(조류 농도를 측정하는 단위) 수치가 이달 최고 26.1ppb로, 수질예보제 발령 최저 수치인 70ppb를 한참 밑돈다고 밝혔다.


이날 수자원공사가 밝힌 발언을 잘 살펴보면,

수질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를 "수질예보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4대강의 16개 보의 수질은 이 수질예보제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습니다. 

수질예보제는 정부는 4대강사업 완공을 앞둔 2011년 말,

서둘러 환경부훈령 제967호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4대강의 "수질예보제"에 꼼수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결론적부터 말하자면 4대강 사업 이후 실시된 수질예보제가 4대강 수질악화에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 완공 직전 시행된 "수질예보제"의 문제점


이 꼼수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수질예보제"를 "조류경보제"와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조류경보제는 4대강사업 이전, 90년 대 말부터 시행되어오던 제도입니다.

팔당호, 대청호와 같은 주요 호소(호수와 늪)의 수질을 관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조류경보제는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8조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아래와 같이 클로로필-a 농도와 남조류 세포수에 따라 주의, 경보, 대발생의 3단계로 나누어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조류경보제]

경보단계

발령 · 해제 기준

조류 주의보

2회 연속 채취 시 클로로필-a 농도 15mg/m3 이상이고

남조류의 세포 수가 500세포/mL 이상인 경우

조류 경보

2회 연속 채취 시 클로로필-a 농도 25mg/m3 이상이고

남조류의 세포 수가 5,000세포/mL 이상인 경우

조류 대발생

2회 연속 채취 시 클로로필-a 농도 100mg/m3 이상이고

남조류의 세포 수가 1,000,000세포/mL 이상인 경우

해제

2회 연속 채취 시 클로로필-a 농도 15mg/m3 미만이거나

남조류의 세포 수가 500세포/mL 미만인 경우


[용어설명]

- 클로로필-a는 남조류, 녹조류, 규조류 및 편모조류 등 모든 조류에 비슷한 농도로 공통으로 포함되어 있는 광합성 색소로 물속에 존재하는 총 조류의 농도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사용됨

- 남조류는 주로 부영양화된 수역에서 많이 발생되며 독성물질(마이크로시스틴 등)을 생산하는 종이 다수 포함됨. 따라서 유독 남조류가 생산하는 독성 물질이 상수에 포함될 경우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 



4대강에 적용하는 "수질예보제"도 조류경보제와 동일한 항목, 곧 클로로필-a와 남조류 세포수를 측정항목으로 정하여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관리하고 있다. 이 수질예보제의 대상은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이다.  


[수질예보제]

수질관리 단계

남조류 세포수(세포/)

500 미만

500 이상

5000 이상

관심

수질관리 강화기준  (클로로필-a 농도 70/초과하고 초과한 날 이후 전반적으로 뚜렷한 농도 상승 예상

관심 단계 유지

주의 단계로 조정

경계 단계로 조정

주의

수질관리 강화기준 50% 초과

(클로로필-a 농도 105/)하고 7일 중 4일 이상 유지

수질관리 강화기준

70% 초과(120/)하고 7일 중 4일 이상 유지

경계 단계로 조정

심각 단계로 조정

경계

수질관리 강화기준 100% 초과(클로로필-a 농도 140/)하고 7일 중 4일 이상 유지

수질관리 강화기준

130% 초과(160/)하고 7일 중 4일 이상 유지

심각 단계로 조정

심각 단계로 조정

심각

수질관리 강화기준 150% 초과(클로로필-a 농도 175/)하고 7일 중 4일 이상 유지

수질관리 강화기준

185% 초과(200/)하고 7일 중 4일 이상 유지

심각 단계 유지

심각 단계 유지


그런데 문제는 클로로필-a 농도 기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위 표에서와 같이 조류경보제의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단계는 15/㎥ 입니다.

하지만 수질예보제의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단계는 그 기준을 70/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류경보제의 경보단계 기준(25 /이상)보다도 약 3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또한 수질예보제의 주의”단계는 클로로필a의 농도기준치가 105mg/㎥인데, 

이것은 조류예보단계의 "대발생" 단계 기준인 100mg/와 비슷한 수준인거죠.


요약하자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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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경보 vs 수질예보]


   조류경보제  수질예보제
 측정항목  클로로필-a, 남조류  클로로필-a, 남조류

 측정기준 (가장 낮은 단계)

 클로로필-a 농도 15mg/m3  클로로필-a농도 70mg/m3
 시행시기  1998년  2012년


한마디로 4대강 보에 적용하는 수질예보제는 너무 느슨하고 완화된 기준입니다.  

그러다보니 4대강 수질에 무슨 문제가 생겨도, 

정부측은 앞서 본포 취수장 녹조사건에서와 같이,

"수질예보제"를 내세워 문제없다고 자신하는 것입니다. 

결국 4대강 수질관리를 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 오히려 수질 악화에 면죄부만 주는 셈이되고 말았습니다. 


꼼수를 넘어 거짓해명까지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환경부는 수질과 관련하여 조류경보제가 언급될 때만다, 

그것은 "호소(호수와  늪)"에 적용되는 기준이지 4대강과 같은 "하천"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이미 조류경보제를 2006년부터 하천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래는 환경부에서 발간한 2011년 <환경백서>에 실린 내용입니다.

2006년에 "한강 하류 5개 취수장 등"까지 대상을 확대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조류경보제 시행 대상에 한강의 10개 지점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하천인 한강에 적용한 사례가 있음에도 환경부는 거짓해명을 한 것입니다. 

한강에 적용된다면 다른 하천,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수질을 조류경보제 수준에 따라 관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 주변에는 

시민들의 식수를 공급하는 취수장들이 있습니다. 

녹차라떼로 유명해진 낙동강의 본포, 칠서 취수장도 바로 함안보 주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실 4대강은 이미 거대한 호수가 되었습니다. 

거대한 보에 막혀버린 4대강에는 흐르는 하천의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고인물, 정체된 호수입니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2조에 따르면 보로 막힌 현재의 4대강은 호소로 규정하는 것이 합당합니.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제2조

 

13. "호소(湖沼)"라 함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지역으로서 만수위(댐의 경우에는 계획홍수위를 말한다)구역 안의 물과 토지를 말한다.

가. 댐·보 또는 제방(「사방사업법」에 의한 사방시설을 제외한다) 등을 쌓아 하천 또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가두어 놓은 곳

나. 하천에 흐르는 물이 자연적으로 가두어진 곳

다. 화산활동 등으로 인하여 함몰된 지역에 물이 가두어진 곳


아래 사진을 보면 상주보로 가로막힌 곳에 넓디넓은 호수가 생겼습니다. 낙동강이 아닌 "상주호"라고 불러야 맞겠지요?



16개 보 건설로 인해 사실상 거대한 호수로 변해버린 4대강에는 호소 수질 기준이 적용되어 관리해야 합니다. 

이미 올해 들어 여러차례 녹조가 대량 발생하는 것을 보아도, 4대강 수질은 심각히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4대강사업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질예보제는 그 기준이 대폭 완화되어 실질적인 수질관리에 적합하지 못합니

그런데도 4대강의 수질을 안전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는 환경부는 설득력없는 변명으로만 일관합니다. 



설득력 없는 해명, 이제는 지겹다


환경부는 7월 25일 해명자료를 통해서 조류경보제와 수질예보제의 취지가 다르다는 점을 아래와 같이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류경보제와 수질예보제는 목적, 운영방법 등이 다름

- 조류경보제는 남조류로부터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조류농도 및 남조류 개체수를 실측(주1회 이상)하여 실측치가 기준이상 시 현장 대응하는 제도

- 수질예보제는 기상예보처럼 기상, 수질, 수량, 오염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수질을 미리 예측(주 2회)해서 예측치가 기준이상 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제도임 


조류경보제는 "상수원 보호"를 위한 제도이고, 수질예보제는 "사전예방대책" 수립을 위한 제도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환경부의 해명자료에는 그 어디서도 왜 수질예보제의 기준이 조류경보제보다 완화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만일 환경부 해명대로 조류경보제가 상수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식수를 공급하는 취수장과 정수장이 있는 4대강도 그에 따라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또한 수질예보제가 "예방"에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오히려 수질이 나빠지기 전에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게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기준이 느슨하게 만든 것은, 마치 폭우가 쏟아지고 나서야, "집중호우가 닥칠 예정이니 단단히 대비하셔야겠습니다"라고 일기예보를 하는 셈입니다.


지금 낙동강 8개 보에는 독성 있는 남조류가 득실대고  있습니다. 


<낙동강 보에 독성 남조류 과다번식> (경향신문 7월23일자 중 발췌)


ㆍ간암 유발 물질 … 환경단체 “물 정체로 발생”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23일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낙동강 함안보에서 유해유해남조류 개수가 1㎖당 1만7672개 검출됐다”면서 “4대강 보의 남조류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유해남조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간암을 유발시키는 물질로 지정한 독성물질이다.


이는 “4대강 공사로 수질이 좋아졌다”는 정부 발표와는 상반된 결과다.


곳곳에서 수질이 나빠지는 징후에 시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저런 변명과 꼼수가 아닙니다.

바로, 

맑은 물, 깨끗한 하천, 그리고 생명이 살아있는 강입니다.


환경부도, 수질제도도

모두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