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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라떼를 넘어 녹차곤죽
"고인 물은 썩는다"
수없이 했던 환경단체의 경고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수질재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낙동강 녹차라떼"라는 신조어를 낳은 대규모 녹조현상이 낙동강의 중상류를 향해 급속히 북상 중이다.
8월 초 현재, 함안보, 합천보, 달성보를 넘어 대구에까지 상륙했음을 확인했다.
심각해진 녹조는 "녹차라떼"를 넘어서 "녹차곤죽"을 만들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지난 8월 2일 대구지역, 낙동강 중류에 발생한 녹조의 사진이다.
녹조가 가득한 이 물을 비둘기들이 날아와 먹고 있다.
최근의 녹조현상은 독성 남조류가 주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남조류는 수질을 악화시키고 그 안에 들어있는 독성으로 인해 인체와 생태계를 위협한다.
이 물을 마신 비둘기들은 과연 무사할까? 그리고 이 물 속에 살아가는 물고기들은??
독성 남조류의 북상
아래 그림은 4대강사업 전후로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한 위치의 변화를 보여준다.
녹조가 중상류로 북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대강사업의 보로 인해 막혀 거대한 호수로 변해버린 낙동강은,
초유의 수질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월29일에서 8월3일 사이, 낙동강의 수질을 모니터링 하였다.
30일 일요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근처, 도동서원 앞 강물 위에는 초록색 물질이 둥둥 떠가고 있었다.
녹조였다.
이곳은 낙동강 하류로부터 두번째인 합천보와 세번째 달성보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다.
도동서원 앞 낙동강물 위에 녹조가 떠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8월 1일 다시 찾은 도동서원 인근의 녹조는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녹조는 북상 중이었다.
8월 1일에서 3일에 걸쳐 낙동강을 모니터링한 결과,
경남 합천군의 율지교에서부터 상류방향으로 대구시 달성군 고령교 인근까지 녹조가 번성하고 있었다.
율지교는 합천창녕보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서 강 상류 쪽으로 위치한 도동서원, 낙동대교, 박석진교, 그리고 달성보를 넘어서 고령교 인근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 정도는 심각했다.
박석진교 일대와 고령교 인근에서는
지난달 말 본포취수장 근처에서 발생했던 것과 유사하게
짙은 녹색페인트를 풀어놓은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아래 사진은 8월1일 도동서원에서 약 600미터 가량 상류에 위치한 낙동대교 부근에서 촬영한 것이다.
강 가운데로 녹조가 만들어낸 경계선이 나타나고 있다.
하루 뒤, 낙동대교 아래에는 녹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강물 속에는 초록색의 알갱이들이 매우 많이 떠 있었다.
수변의 돌위에도 녹조덩어리가 뭉쳐있다.
녹조는 낙동대교를 넘어 상류로 진행되고 있었다. 대구시 달성군에 위치한 박석진교 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6월말 함안보 인근 취수장에서 발생했던 정도로 진한 녹조현상, 소위 녹차라떼가 관찰되고 있다.
박석진교 아래로 내려가 가까이서 촬영하였다. 녹색페인트를 풀어놓은 듯한 모습이 뚜렷하다..
박석진교 상류에는 달성보가 위치하고 있다.
녹조는 달성보를 넘어서 대구시내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고령교 하류 지점의 모습이다.
녹차라떼를 넘어서 거의 녹차곤죽이 될 정도이다.
이곳은 지천과 낙동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이다.
지천에서 유입된 영양염류는 남조류를 자라게 하는 영양분이 된다.
정부는 인, 질소와 같은 영양염류의 유입을 막는 각종 처리시설을 4대강에 설치하였다.
그럼에도, 낙동강 녹조는 중류까지 올라오고 있다. 보로 인해 강의 흐름을 막은 것이, 각종 총인처리시설의 효과를 상쇄시킨 것이다.
강 본류에는 녹조가 심하게 발생한 반면, 지천 쪽에는 아래 사진처럼 오히려 녹조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본류의 물이 흐르지 못하는 것이 녹조의 원인임을 말해준다.
녹색물질의 정체는 독성 남조류
녹색연합은 이번에 녹조가 발생한 주요 지점의 시료를 채취해서 전문기관에 조류분석을 의뢰했다.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로 밝혀졌다.
이것은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번에 낙동강 중류에서 확인한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를 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는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해서
"맹독성으로 인하여 미량으로도 치사에 도달 가능"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같은 자료는 다음과 같이 남조류 독소 노출 경로를 밝히고 있다.
-오염된 음용수에 의한 장기적 섭취
-휴양지에서 물의 섭취와 코의 점액질의 막에 의한 접촉
-오염된 물에서 잡은 생선이나 조개류의 섭취
-독성 오염된 물로 목욕시 피부 접촉
-> 아이들은 작은 몸집과 우연한 섭취 등으로 인하여 더 독성에 영향을 많이 받음.
직접 마시지 않더라도, 녹조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거나, 물놀이 등을 통해서도 독소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낙동강에서 낚시와 수영은 위험천만한 일이 되어버렸다.
남조류의 독성은 사람과 가축, 어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류의 독성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세계적으로 공통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오염된 물의 투석으로 인해 50명 이상이 간질환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1990년대 캐나다에서 발생한 수만 마리의 오리와 물새류 폐사, 1981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발병한 피부 질환 및 눈병, 1991년 호주의 소 1600마리 사망 등이 직간접적인 남조류의 독성 때문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5년에 부산의 화명정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당시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고,
그 후 부산의 모든 정수장에는 녹조를 정수하는 시설, 곧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하였다.
인체에 직접적인 유해성 외에도
조류의 발생은 여과지 폐색, 응집제 과다 투입 등 정수과정에서 문제를 발생시킨다.
결국 정수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수도물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4대강사업은 시민들의 부담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만약 녹조가 구미까지 올라온다면?
지난 6월말 남조류가 발생했던 함안보 상류의 칠서정수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고도정수처리시설, 곧 조류의 독성물질 등을 정수하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정부에서는 조류논란이 있을 때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내세워 해명했다. 아래는 7월23일자 환경부 보도설명자료의 내용이다.
○ 낙동강 정수장의 경우 고도정수처리시스템이 완료되어 있어 조류발생으로 인한 수돗물 공급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음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낙동강의 정수장에는 고도정수처리시스템이 완료되어 있을까?
답은 "아니다."
낙동강 중상류에는 이런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정수장이 여럿 있다.
해평취수장과 연결된 구미정수장을 비롯하여, 상주 도남정수장과 안동, 예천의 몇몇 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대구의 문산, 매곡 정수장 또한 공사가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공 전이다.
녹조의 독성을 걸러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낙동강 중상류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남조류가
대구를 넘어 구미까지 이른다면,
수많은 시민들은 남조류의 독성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특히 구미 정수장은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정수장으로서 시설용량이 46만톤이 넘는 대규모 시설이다.
구미시를 비롯한 칠곡군, 김천시 등의 많은 시민들이 이를 통해 물을 공급받고 있다.
정수장 직원의 솔직한 증언
그러함에도 정부의 대처는 안이하다.
지난달 말 남조류가 발생했던 창원의 칠서정수장에서 만난 공무원은 솔직했다.
임영성 수질관리실장은 매우 중요한 증언을 해 주었다.
"18년 동안 일해오면서 이번(6월말)과 같이 남조류가 발생한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과거에 남조류를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뚜렷한 대처방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기준도 없고, 독성검사 장비도 없습니다.
수질예보제가 4대강 일대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지난 6월말 남조류 발생 때 수질예보제 시스템은 아무런 이상징후를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낙동강 중류의 녹조는 유례없는 현상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증언은
4대강사업 이전에는 부산 인근 지역 외에
낙동강에서 강물이 녹색으로 변할 만큼 남조류가 대량 번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대구 보건환경연구원의 공무원조차,
"대구 인근에서 눈에 드러날 정도의 남조류가 발생한 적은 과거에 없었다"고 인정했다.
독성 남조류가 북상하고 있다.
4대강사업이 원인이다.
거대한 8개의 보가 낙동강의 흐름을 정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남조류 번성이 유례가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대책과 거짓해명 뿐이다.
백번 양보해서 고도정수처리시설로 독성을 걸러낸다 해도,
낙동강 원수가 나빠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4대강사업의 목적 가운데 하나인 "수질개선"은 완전히 실패다.
고인 물은 썩는다.
고인 강물이 썩었다.
그리고 시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몰려오는 수질재앙, 번성하는 독성 남조류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할 때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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