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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야생동물학교 참가자 / 버덩 (박가은)
캠프 때문에 두근거리는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야생동물 학교를 가는 날. 나는 부산에 살기 때문에 전날 가방을 다 싸는 건 기본이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초스피드로 준비를 한 뒤, 5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친구들과 모둠 선생님들과 만나자마자 인사하고 악수하고 껴안고 어떻게든 우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그리곤 버스에 앉아 여태껏 못했던 수다를 다 늘어놓고 웃고 즐겼다.
그렇게 3시간정도를 달려 설악산에 도착했다. 그리곤 우리가 2박 3일 동안 머무를 백담사로 향했다. 눈 쌓인 설악산 풍경은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감동 시켰다. 몇몇 야생동물들의 발자국도 살짝살짝 스쳤다. 이런 달력 같은 풍경을 며칠동안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황홀했다.
눈길은 살짝 미끄러운 정도였다. 그곳에선 우리의 협동심을 발휘해 서로서로 당겨주며 올라갔다. 난 이럴 때 마다 역시 우린 섬 캠프 친구들이야 라는 것을 산뜻하게 느낀다.
그렇게 4km정도 올라갔다. 도착해서는 저녁공양을 하러갔다. 공양이라 길래 무슨 절올리고...뭐 그런 것인줄 알았는데 사찰에선 밥먹는 것을 공양이라 한다고 했다. 사찰밥은 왠지 몸속이 깨끗해지는것 같았다. 밥을 다 먹은 뒤 박그림 선생님의 야생동물 이야기를 들었다.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닐 야생동물들의 귀여운 발자국을 보고 우리끼리 상상을 하는 즐거움은 정말 신선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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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고, 조별모임에서 내일 무엇을 할 것인지 대략적으로 계획을 세운 뒤, 우리는 야생동물을 찾아 떠나는 내일만을 기다렸다. 친구, 언니들과 이불속에서 약간의 수다와 함께^^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나는 아침을 알리는 알람소리를 들어 본적이 거의 없다. 그런 내가 희한하게 새벽6시 아침공양을 알리는 목탁소리는 기가 막히게 들었다. 아침밥 먹기는 정말 재미있다. 맛있는 게 아니라 재미있다. 별이 떠 있는 시간에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에 대충 잠바만 입고 먹기 때문에 솔직히 맛을 잘 느낄 순 없다. 그냥 서로 보면서 웃는다. 밥을 다 먹고 나서 그제서야 씻기 시작하는데, 또 씻을 때만큼 행복 할 때가 없다. 뜨뜻~한 물로 머리를 감고 머리를 터는 동안 그 따뜻한 물에 발을 넣고 있노라면, 몸이 나른해지고 그냥 막 기분이 좋아진다. 다 씻고 나면, 그때서부터 우리는 사람의 모습이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자연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날이다. 스패치를 착용하는 등 간단한 안전교육과 준비운동을 하고, 누구나 들어갈 수 없는, 소중한 장소인 길골로 향했다.
[imgleft|070213-007.jpg|180||20|3]박그림 선생님과 함께 갔는데 선생님의 모습이 얼마나 든든하고, 옆집 할아버지 같고, 카리스마 있었는지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배설물 자국, 발자국 등을 보고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추리해 내시는 모습은 재미있고, 순수해 보이셨다.
그때도 우리는 단순하게 너무 추워서 볼을 비비고 귀를 잡고 장갑을 꼈다 벗었다 그렇게 분주해하고 있었는데 박그림 선생님께서는 맑고 청아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시던 것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 바람과 설악산의 공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세요. 설악산에서 이정도면 러시아 산지에 사는 사람들은 여기 왔을 때 와 따뜻하다 이래요. 볼을 스치는 상쾌한 공기도 도시로 가면 접하기 어려운 것이잖아요. 여기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단어 하나하나는 우리 가슴에 시가 되어 새겨졌다. 올라가면서 너구리, 노루, 멧돼지, 쥐, 수달, 족제비의 발자국을 보고, 사진도 찍고, 발자국의 모양도 익혔다. 나는 쥐 발자국이 기억에 남는다.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놓은 듯 귀여웠고, 꼬리를 질질 끌고 간 자국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곤 조별활동을 했다. 우리는 사실 제일 험한 코스를 갔다. 눈 때문에 나와 몽생이는 거의 기어가다 시피 했다. 그 순간에도 우리는 깔깔거리며 야생동물들의 흔적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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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노루의 발자국과 똥, 멧돼지의 발자국을 찾았다. 냄새도 맡았다. 그렇게 지독하진 않았다. 오히려 구수했다. 널린 게 야생동물들의 똥이기 때문에 거부감 0%이다. 내려오면서는 밀렵도구 보물찾기를 했다. 사람이 봐도 나뭇가지랑 올가미랑 구분이 잘 안 갔는데, 짐승들은 오죽할까 생각하며 열심히 찾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다 찾아버렸다. 그래도 계속 이 산을 샅샅이 뒤지며 올무고 덫이고 다 찾아버리고 싶었다. 우리 몸에 가시가 박히면 뽑아버리고 싶은 것처럼….
내려오는 길은 한결 가뿐했다. 주변에는 나무가 그네처럼 생긴 것도 있었고, 땅과 평행하게 줄기가 뻗은 것도 있었고, 서로 엉키는 듯, 손을 잡은듯하게 꼬인 나무도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꽃은 주의 깊게 못 찾아 본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계곡이 얼었었는데 그 얼음결정들을 관찰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먹기도 했다. 그냥 얼음이랑 같았다. 아니, 더 시원하고 상쾌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선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우리들만의 행사(?)를 했다. 최고의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그리고 어쩜 제일 재밌었는지도 모르는 바로바로 눈싸움!! 우리는 처음으로 눈을 먹어봤고, 등에 넣어도 봤으며, 눈에서 굴러도 봤다. 덕분에 우리는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자연도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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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별을 보러 가기도 했다. 깜깜한 밤 서로 손을 잡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걷는 순간, 눈밭에 누워 콩 만한별을 보는 순간은 그냥 살아있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황홀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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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청아한 목탁 소리에 잠이 깼다. 오지 않아도 괜찮을 마지막 날이었는데...
빛의 속도로 지나간 것만 같은 2박3일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들을 만났다. 이런 캠프에 내가 있었다는 게 행운이었던 것 같다. 난 행복하다. 야생동물학교의 캠퍼들도 모두 행복할 것이다.
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는 다시 만날까. 이제 각자 다른, 또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같이 지낸 무수한 시간들 속에서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우리들만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 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어떤 역경이라도 이겨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이 우리를 같은 방향으로 인도 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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