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맹꽁이를 찾아 헤매다 쓴 글

 활동이야기/야생동물       2010. 8. 17. 15:22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환경을 왜 보호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다가 그 의문의 답을 얻기 위해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 그 의문에 한발자국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녹색연합에 자원활동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후 반가운 전화를 받게 되었다. 맹꽁이 서식현황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는데 참가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자원활동을 기다렸던 나에게 그것도 평소에 너무 하고 싶었던 생태모니터링이라 기쁜 마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후 맹꽁이에 대해 조사를 하기 전 사전교육 겸 오리엔테이션을 하였다. 여름철이면 논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비가 오면 시끄럽게 울어대며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맹꽁이가 농약의 사용과 서식장소의 감소로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 하나의 친구가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는 생각에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맹꽁이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여러 사업이나 공사현장에서 발견 되어 그동안 서식처 보호와 개발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 때문에 맹꽁이가 멸종위기종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맹꽁이의 개체수가 증가하여 멸종위기종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몇몇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보호의 손길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과연 적당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맹꽁이 모니터링 현장교육 모습. 사람들이 모여 맹꽁이 올챙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모니터링을 나가기에 앞서 먼저 서울시에 맹꽁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을 조사하였다. 대부분의 지역이 경기도와 접경을 이루는 지역이었고 주말농장이 많았다. 조사를 바탕으로 위성지도와 문헌자료를 참고하여 서울에 숲이 있고 물이 흐르는 지역을 조사지로 선정하고 조사를 시작하였다.

조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발견한 것은 참개구리와 청개구리 뿐. 조사를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내 귀에는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맴돌았다. 맹꽁이의 특성상 야행성이고 비가 와야 활동하기 때문에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방이동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외곽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형태의 올챙이를 발견하였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맹꽁이의 올챙이였다. 너무 기뻤다. 그 지역에서는 산개구리와 청개구리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맹꽁이를 찾은 지 2주 만에 처음 보게 되었다. 정말 서울에 있을 만한 장소란 장소를 다 찾아다녔지만 너무 찾기 힘들어서 ‘정말 멸종위기종이 맞구나’라는 생각과

청개구리 올챙이에 앞 뒷발이 모두 나왔다. 꼬리가 사라지고 나면 청개구리의 온전한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다
‘서울엔 맹꽁이가 살 수 있는 장소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찾게 되다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지역에서는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그리고 계속 된 조사를 하던 중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드디어 반가운 소리를 듣게 되었다. 맹꽁이를 발견하였다는 것이었다. 맹꽁이를 발견한 지역은 도봉산 아래 주말농장. 지금까지 노원·도봉에서는 발견되었다는 자료가 없었고 그 전에도 여러 번 갔던 지역이었는데 그 때는 발견하지 못하였던 곳에서 드디어 그 녀석을 보게 되었다. 그 녀석은 농사를 위해 물을 받아놓은 작은 시멘트 우물에 빠져있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낮은 높이의 공간이지만 맹꽁이는 이를 넘지 못하고 지쳐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많은 수의 올챙이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다 자란 녀석들도 있었다. 모두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지만 녀석들에게는 그 높이는 에베레스트산과 같이 느껴지는 듯 하다. 녀석들을 꺼내주니 한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풀숲으로 사라졌고 다른 한 녀석은 급하게 땅을 파고 숨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땅이 파지지 않자 녀석은 터질 듯이 몸을 부풀렸다. 매우 귀여웠다. 내가 맹꽁이를 보고 귀엽다는 생각을 하게 되다니 정말 내가 맹꽁이를 많이 보고 싶어했구나.


도봉구에서 발견한 맹꽁이 성체. 시멘트 우물안에 맹꽁이가 나가려고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조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였다. 서울의 많은 산이 이미 아파트가 산의 중턱이상까지 들어서면서 흙이 아닌 콘크리트로 도배가 되고 하천은 외형상으로는 생태복원을 내세우면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자전거도로나 보도블럭, 그리고 주변지역과의 펜스에 의해 고립되어 가고 있다. 무엇이 생태복원인지 물만 흐르면 그것이 생태복원인지 알 수가 없다. 하천은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생물들이 하천에 의지하여 생존한다. 그리고 많은 생물들이 산에서 흙을 밟으며 살아간다. 콘크리트로 메워진 땅에는 맹꽁이가 숨을 수 없고 고립된 하천에는 알을 낳을 수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맹꽁이의 소리는 추억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 우리가 듣고 있는 매미의 울음소리, 새소리가 내일도 들을 수 있다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우리의 친구들을 추억으로만 담기에는 아직 우리는 너무 어리다. 우리의 관심만이 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글 : 방상혁 (녹색연합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