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마지막 갯벌을 바라보는 저어새

 활동이야기/야생동물       2009. 7. 10. 08:29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철딱서니의 네이밍 ‘11공구’

마치 숨을 쉬듯, 밀물과 썰물을 그 긴긴 시간동안 다 받아낸 갯벌. 그렇게 만들어진 바닷물 아래의 산맥, 갯골. 물이 빠지면 들어나는 그 긴긴 갯벌에 살아가는 수없이 많은 생명. 그리고 철따라 갯벌로 찾아 드는 철새, 그중에도 전 세계에 2천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귀한 손님 저어새.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송도 갯벌에 무식하고 촌스러운 어떤 사람들은 송도 11공구라는 철딱서니 없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imgcenter|20090710_01.jpg|600|▲ 인천의 마지막 갯벌 송도. 이곳이 위태롭다. |0|0]
무엇 때문에 그따위의 이름을 붙여 놓았냐고. 이곳은 지난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1611만평의 갯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갯벌을 매워 그 위에 국제업무센터, 호텔, 무역센터, 아파트와 골프장등을 건설하겠다는 계획 하에 온갖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 바로 송도이다.

이렇게 인천의 갯벌 99%가 사라졌다. 새만금이 사라졌다. 그렇게 송도 1,2,3,4,5,6,7,8,9,10공구가 사라졌다. 세계 3대 갯벌이라 불리던 서해안의 기나긴 역사가 단칼에 잘려나갔다. 숭어와 망둥어, 갯지렁이와 백합이 사라지고 부리를 저어 먹을 것을 찾아내는 저어새가 갈 곳을 잃었다.

갈 곳을 잃은 저어새가 공사로 인해 소음이 시끄럽고 물이 고여 썩어가고 악취가 심한 남동유수지에 들어온 지 벌써 몇 개월째다. 남동유수지는 이미 매립된 10공구에 자라나는 건물이 바로 코앞에 있는 호수 같은 곳이다. 예전에는 갯벌이고 온통 다 바다였다지만 매립 이후로 그곳은 고인물이 되어버렸다. 그곳 바로 저어새의 섬에서 저어새들은 올라가는 온갖 건물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다. 13쌍의 저어새, 그리고 새로 태어난 8마리의 어린 새들이 바로 송도 갯벌의 주인이다. 일찍 태어난 녀석들은 벌써 송도 11공구, 아니 아니, 인천의 마지막 갯벌 송도 갯벌로 먹이를 찾아 날아오른다.  

[imgcenter|20090710_02.jpg|600|▲ 남동유슈지의 저어새의섬. 인공섬에 저어새가 모여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바로 뒤로 매립한 갯벌위로 건물을 짓는 공사현장이 있어 공사 소음이 심하고 유수지의 물이 고여있는 상태라 악취가 심하다. |0|0]
저어새, 온몸으로 말하다  

이 녀석들이 살아 있다는 것, 그것 하나 만으로 산다는 것이 그야말로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마냥 희망이 아닌 것은 이들이 삶이 시한부인생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먹이 터인 송도 갯벌도 매립위기에 처해져 있다. 이대로라면 아마 이곳에는 투자금이 없어 공사가 진행될지 안 될지 모르는 컨벤션 센터의 부지가 생겨날 것이고 나랏님들이 모여 정사를 논하며 돈다발이 오고갈지 모르는 골프장의 부지가 생겨날 것이다.  

그야 말로 생명,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인 송도 갯벌을 매워 건물을 쌓아 올리겠다는 인천시는 이곳을 친환경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 자체가 저어새의 서식지인 송도 갯벌을 모두 없애버리고 저어새를 위해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겠단다. 참말로 기가 찰 노릇이다. 개념을 매립해 버린 금뱃지 단 양반들은 똥물도 정수기에 걸러 내기만 하면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 정수기 이름이 ‘친환경 녹색성장’인가보다.    

[imgright|20090710_03.jpg|350|▲ 저어새가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 이 곳에 13쌍의 저어새가 8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0|0]생명이 생명답기 위한 그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생명답기 위해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것이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쫓겨나고 있나. 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나고 있나. 그 잔인한 재개발 때문에 그 뻔한 컨벤션 센터 때문에 그 뻔뻔한 경제 성장 어쩌고 때문에.

그러한 절망에 대한 질문 그것에 온몸으로 자신들의 생명을 걸고 묻고 있는 이들이 바로 저어새이다. 꿋꿋하게 자신들의 몫을 다하며 어린 새끼들이 날개 짓을 배우고 어미새들은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자신들의 몫을 모두 내 던져버린 인간들이 답해야할 차례이다. 생명이 생명다운 것을 지켜내는 것, 구겨진 그 가치를 다시 펼쳐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반생명의 시대에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우리의 몫이다.

글 : 보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사진 : 인천녹색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