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발은 뜨겁다

 기부이야기       2009. 9. 30. 10:3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녹색연합에는 유독 발이 큰 사람이 많습니다. 다녀야 할 곳이 많아서일까요? 유명 발레리나만큼은 아니지만, 상처 나고 곳곳에 물집이 잡혀 거칠거칠 합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녹색운동에 자신의 삶을 던진 이들의 하루는 어떤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환경운동 10년차 이모 팀장의 이야기

요즘 부쩍 허리통증이 심해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덕분에 오늘... 지각이닷!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서둘러 나간 곳은 시청역. 폼 나는 사무실이 아니다. 나는 녹색연합의 홍보 캠페이너. 내가 하는 일은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녹색운동을 전하고 참여와 후원을 부탁하는 일이라 나의 현장은 늘 지하철역과 거리이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까닭에 허리와 다리가 좀 아프다. 나이도 있고 경력도 되는데 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왜 없을까. 하지만 녹색세상의 기본은 생명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녹색생각을 가진 시민이라 믿기에, 그들을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거리에 녹색의 씨앗을 뿌린다. 한 사람, 한 사람, 회원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오늘, 이만큼, 녹색이 커진 것에 감사한다.  


그런가하면 나는 매일 매일 내 생각과는 사뭇 다른 수많은 생각들을 만난다. “4대강이 필요한 거 아닌가”, “골프장을 왜 반대하느냐”, “당신들 때문에 국책공사가 중단되면서 세금이 낭비되지 않느냐”, “야생동물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개발을 해야 먹고 살 것 아닌가”… 가끔, 아주 가끔, 난 절망한다. 과연 녹색운동이 모두에게 공감을 얻으며 환영 받는 날이 올까? 캠페인을 잠시 접고 점심을 먹는다. 하루 중에 그래도 마음이 가장 편한 시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밥을 먹는다. 공통점이다. “밥” 유일한 공통점인 “밥”을 넘어서 “녹색”이 공통점이 될 수 없을까? 그것을 ‘화두’로 붙들고 엄지발가락에 힘 빡! 주고, 또 현장으로 간다.



자연생태국 신임부서장 고모 국장의 이야기

오늘은 선비의 고장 안동이다. 내가 안동을 찾은 이유는 울산, 부산, 진주를 거쳐 전국의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돌아보는 출장 때문이다. 늘 일이 많다보니 일정이 빡빡하다. 차 안에선 피곤하다가도 현장에서 야생동물구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기운이 솟는다. 통유리창에 부딪혀 골절상을 입은 황조롱이, 도로에서 구조된 고라니가 이들의 손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이들이 있기에 야생동물에 대한 기초 자료를 모을 수 있다. 인력이 조금 더 늘어나고 투자가 적극적으로 된다면 구조, 치료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동네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을 직접 보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을텐데... 이런 문제를 알려야겠군! 하며 돌아선다. 내일은 울진으로 향한다. 울진에 지리산길처럼 ‘길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바닷가 울진에서 내륙 봉화까지 사람들이 물건을 지고 걸어갔던 12고개, 십이령길을 복원하고 있다. 이 길에는 아름답고 웅장한 금강소나무가 즐비해 있다. 이제 사람들은 길을 걸으면서 진짜 울진을 알게 되겠지. 전통이 있고 생명이 있는 울진을... 요즘 대세라는 ‘착한 여행’이 되면 좋겠다.



대안과 희망을 찾고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활동은 반대 운동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활동이다. 그래서 쑥스러움 많고 말 수 적은 내가 과연 이런 활동에 적당한가 라는 고민이 많았다. 과연 내가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 하고...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환경운동가는 말을 하는 것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게 더 중요한 일임을 알아가고 있다. 현장에 있는 주민들뿐 아니라 말 대신 죽음으로, 아픔으로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는 다른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나는 말하기보다 경청하는 걸 더 잘한다. 그래. 장점을 살려서 야생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자. 녹색성장과 생태복원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정책이 펼쳐지지만 어쩐지 내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지는 듯하다. 지역의 민원은 더 많아지고 심지어 학자들의 민원이 줄을 잇는다. 정부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사람들이 부르는 곳이 있다면 가야 하는게 환경운동가의 운명이다.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이 오늘도 길 위에서 있을 것이다.








다시,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


가슴에 푸른 한반도를 품고 방방곡곡을 다니는 이들을 지지해주세요.

2010년 활동비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을 엽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 일시 : 2009년 10월 15일(목) 6시 30분

  • 장소 : 헤라 베토벤 하우스 (신사역 1번 출구 도보 7분)

  • 특별후원 계좌 : 하나 187-910002-89304 (예금주:녹색연합)

  • 특별회비 신청 : 10월 30일(금)까지 녹색연합 홈페이지나 전화, 문자로 이름, 전화번호, 금액을 알려주시면
    11월 회비 출금 시 기존 회비에 더하여 출금됩니다. 12월부터는 기존 회비만 출금됩니다.

  • 문의 : 이선화 활동가 070-7438-8536, 박효경 070-7438-8525

    문자 010-2480-2842



글 : 이선화 (녹색연합 시민참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