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겠다구요?

 활동이야기/백두대간       2009. 6. 30. 11:49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imgleft|20090630_03.jpg|380| |0|0]케이블카는 와이어 로프를 이용해 선로를 설치하고 차량을 메달아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입니다. 보통은 높은 산을 오를 때 이용합니다. 아래쪽 정류장과 위쪽정류장 그리고 중간 중간 케이블을 지탱해주는 몇 개의 탑만 있으면 됩니다.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산의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관광용으로 설치되며 때에 따라 화물용 케이블카가 설치가 되기도 합니다. 비슷한 종류로 스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환식 곤돌라와 스키 리프트가 있습니다. 대도시의 관광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서울의 남산이나 부산의 금정산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풍경이 수려한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에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설악산 권금성의 케이블카와 덕유산 무주리조트의 곤돌라가 유명합니다. 권금성의 경우 30년이 넘었고, 무주의 경우는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2003년 두류산 도립공원에 설치된 것이 가장 최근의 것입니다.

케이블카가 가지는 첨단(?)의 이미지 때문인지 기존 설치된 곳이 대부분 적자운영임에도 불구하고 설악산(오색-대청), 가지산(얼음골), 속리산(문장대) 등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설치를 추진해 왔습니다. 국립공원은 보호가 우선이었으므로 케이블카 설치는 보류되었으나 결국 환경부가 나서서 설치 타당성 검토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2004년도에 ‘자연공원 내 삭도설치 검토 및 운영 지침’ 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지침’은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 맞게 엄격한 기준들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던 지자체나 건설업체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경파괴를 덜하면서 케이블카를 놓으려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설악산 대청봉이나 속리산 문장대, 지리산 천왕봉 등 그 산을 대표할 만한 곳에 설치하지 않으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2000년이 시작되면서 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예전처럼의 ‘놀다가는’ 관광객은 줄고, ‘땀흘리는’ 등산객은 늘었습니다. 사람들의 의식변화 때문이지요. 상인들은 애가 탔습니다. 숙박업소는 물론이고 식당조차도 힘들었습니다. 많은 곳이 문을 닫았고 남아있는 곳도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였습니다. 호황기 때의 건물들은 이제 흉물로 남게 되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관광단지를 만들고 상인들을 유치했는데 책임은 상인들이 그대로 떠안게 된 것입니다. 상인들은 지자체와 국가에 꾸준하게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2008년 4월, 국토해양부는 ‘동·서·남해안권 발전특별법’ 시행령에 해상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규정했습니다. 내륙의 국립공원 상인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바다는 되고 내륙은 안되냐는 것이었습니다. 상인들과 지자체, 건설업체는 법의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2km 로 되어있던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5km로 늘리자는 것과, 정류장 높이규정을 9m에서 15m로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규정이 완화되면 설악산이든 지리산이든 북한산이든, 어디든지 철탑을 세우고 5km 케이블카를 놓을 수 있게 됩니다. 과거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의 정기를 끊겠다고 명산 정상에 말뚝 박았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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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left|20090630_02.jpg|335| |0|0]환경단체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자연 생태계 보호를 위해 지정해놓은 국립공원을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유원지로 전락시키자는 것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립공원은 전 국토의 4% 남짓한 아주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거의 멸종단계에 이른 중대형 포유류를 포함한 천연 생태계가 그나마 남아있는 곳입니다. 기존에 설치되었던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 팔공산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상부위에만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다보니 덮고 있던 토사와 함께 소중한 식물들도 다 쓸려 내려가 버렸습니다. 산을 넘어다니던 야생동물들의 통로가 막혀버렸습니다.

또다시 환경부가 나서서 검토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 검토를 마치고 지침을 내놓았던 환경부가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발’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주변의 환경이 변한 것은 하나 없고,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들이 다시 만든 지침 ‘가이드 라인’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몇 개라도 설치하라는 듯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국립공원을 법으로 규정하는 ‘자연공원법’까지 개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서로 힘을 합쳐 반대운동에 나섰고 시민들의 반대여론을 확인했습니다. 환경부 앞에서 ‘케이블카 반대’라는 소리도 치고, 지리산과 설악산, 북한산 정상에서 많은 분들에게 사실을 알렸습니다. 서울 시내는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서 반대서명을 받았습니다. 방송에도 내보내고 신문에도 실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는 귀를 꼭 막고 듣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의 뜻은 국(민)이 (주)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는 걸 모르나 봅니다. 돈과 개발을 우선시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은 그저 인간의 이용대상일 뿐입니다. 돈이 되는 것은 좋고, 안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그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함은 물론이고, 인간을 자연과 구분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간이 초래한 개발과 파괴가 현재의 기후 대재앙을 불러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7월이면 거리규정과 건물규모의 규정을 담은 시행령, 시행규칙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됩니다. 또, 8월이면 임시국회에서 자연공원법 개정안이 상정됩니다. 지금 막지 못하면 케이블카는 기다렸다는 듯 일사천리로 건설될 것입니다. 아름다웠던 곳에는 철탑이 박히고 사람들의 구둣발로 짓밟히게 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더 가슴이 아픕니다.

글 : 김성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