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정상회의 폐막식 파월장관의 망언과 망신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2. 9. 5. 18:0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난 4일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부대표단은 주요 합의내용으로 세계 20억 인구를 빈곤에서 해방시키고 개발의 악영향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설정하고, 최종이행계획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는 세계의 시민단체들은 물론 UN의 인사들로부터도 실패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미 언론에 소개되었듯이 이번 정상회의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이용확대 등 지구온난화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들이 어느 하나 합의되지 않은 실패작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결과의 주요원인으로 수량화되고 구속력있는 어떠한 목표설정에도 반대해온 미국과 일본 그리고 석유수출국가들의 훼방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폐막일 각국 대표단의 연설은 이번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의 결과와 이에 대한 세계시민사회의 분노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가 실패하는데 주요한 원인을 제공한 미국이 연설장에서도 똑같은 용어와 논리를 펴면서 폐막연설에 참석한 국가들중 유일하게 청중들로부터 항의와 야유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지구정상회의 폐막회의 연설도중 파월장관의 망언들

요하네스버그의 세계정상회의 폐막일 연설에서 콜린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의 아프리카 식량원조정책과 환경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발언을 하던 도중 청중들로부터 야유와 비난을 받았다. 파월장관 발언의 핵심요지는 최근 미국의 유전자조작 처리된 원조식량을 아프리카국가들이 거부한 행위는 비난받아야 하며, 미국은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환경문제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img:joha01.jpg,align=left,width=130,height=130,vspace=2,hspace=4,border=0]연설을 시작하고 있는 콜린 파월 미국무부 장관
파월장관이 최근 짐바브웨 정부가 백인들의 토지몰수를 골자로 하는 토지개혁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짐바브웨 정부가 국민들을 기아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청중들의 야유는 시작되었다. 파월장관이 짐바브웨정부가 짐바브웨의 식량위기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수백만의 국민들을 기아로 내몰고 있다”고 발언하자, 폐막식장은 그 발언에 대한 비난과 고함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청중들의 비난과 야유로 1분이 넘게 머뭇거리던 파월장관은 "내가 당신들의 말을 들었으니까, 이제는 당신들이 내말을 들을 차례요”라는 말로 에둘러가며 망언을 계속했다. 파월장관은 (역시) 식량난에 처한 잠비아가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먹고 있는“ 유전자조작 옥수수의 식량원조를 거부한 것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아에 처한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난 1995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안전하게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테크 옥수수를 거부함으로써 미국의 중요한 식량원조를 거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급기야 청중석에 있던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NGO들의 참석자들은 “부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Shame on Bush)”라는 구호를 반복 제창하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연설을 저지시켰다. 이들 중 몇몇은 “정부들에 배반당했다(Betrayed by governments)”와 “부시, 민중과 지구는 당신의 장삿거리가 아니야(Bush: people and planet are not big business)”라고 즉석으로 작성한 현수막을 펼쳐들기도 했다.

콜린파월의 망언에 격분한 청중석의 NGO들[img:yoha02.jpg,align=right,width=315,height=180,vspace=2,hspace=4,border=0]
결국 시위자들의 상당수는 연설장에서 경비원들에 의해 강제 퇴장당했다. 파월장관은 이같이 지속된 항의시위로 인해 연설을 계속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이 폐막회의의 사회를 맡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들라미니-주마 외무장관이 시위자들의 야유를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회의장을 통제하려 하는 사이, 파월장관은 망언을 계속할 기회를 잡았다.
그는 청중들로부터 계속 야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연설을 강행하면서 “우리는 단지 수사적인 표현이나 이러저러한 목표를 세우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지구온난화를 저감시키기 위한 기술의 개발과 실용화에 10억달러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한 기어코 “미국은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실천하고 있다”는 결론까지 마쳤다. 그러나 BBC취재기자의 조소처럼 그의 "유려한 말솜씨도 경비원들의 제지노력도 세계 시민단체들과 정부대표단들의 분노와 야유를 막는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img:yoha03.jpg,align=left,width=150,height=190,vspace=2,hspace=4,border=0]청중들의 분노섞인 반응에 당황해하는 파월장관
미국은 그동안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환경운동가들로부터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에 있어서 결정적인 협정으로 여겨지던 쿄토 의정서를 거부한데 대해 강력한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은 교토협정이 미국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체들에게 너무 많은 비용을 지우고, 수백만명의 실업자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미국정부는 빈국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불평을 해왔다. 부시 정부는 이번 지구정상회의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이용을 증가시키기 위한 구속력있는 목표를 거부함으로써 또다른 비난을 사야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본인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도 세계 NGO들의 비난의 대상이었다.

유럽연합, “미국이 동참하지 않겠다면 우리끼리라도 간다!“
폐막연설과 별도로, 재생에너지 목표설정과 관련하여 미국의 방해로 타결에 실패한 유럽연합은 미국의 도움없이 재생가능에너지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의지있는 국가들간의 연맹”을 선언했다. 이 선언은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과 노르웨이, 브라질, 스위스, 멕시코, 범람위기를 맞고 있는 태평양 섬나라들 등 총 30여개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세계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실현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믿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표단은 백악관의 지침에 따라 빈곤과 환경악화에 대한 UN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실천목표와 시한설정을 지속적으로 거부해왔다. 이번 지구정상회의 내내 미국이 양보한 유일한 주요의제는 2015년까지 적절한 위생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세계 20억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합의뿐이다. 정상회의의 마지막 격론에서 미국, 바티칸(교황청), 몇몇 이슬람 국가들은 전통적이며 종교적인 권리를 언급하고 있는 정상회의의 문구에 인권관련 조항을 삽입하는 것에 반대해오다가 최종적으로 반대입장을 철회했다. 또한 영국, 덴마크, 캐나다는 낙태이슈에서 낙태에 부정적인 입장이던 미국을 입장철회하게 만들었다.
최종적인 논쟁은 보건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관련 조항이 문화적 종교적 가치에 더해 인권과 자유를 추가시킴으로써 종결되었다. 이 논의결과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여성할례나 생식기 절단과 같은 관례들을 중단시키는데에 있다. 이번 정상회의의 70쪽짜리 이행계획은 빈곤 국가들이 환경적 침해없이 경제개발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의도되었다.
환경단체들은 폐막일 성명을 통해 이번에 채택된 이행계획은 인간 존엄성을 우선적인 중요성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성명은 또한 “국제 경제 및 재무시스템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목표에 전혀 부합하지 않고 있으며 지구환경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개발도상국들의 위생에 대한 새로운 실천목표와 지구의 어족자원 복구에 대한 약속에 대해서는 환영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재생가능에너지의 이용증가에 대한 목표설정에 실패한 것에 실망을 표했다. 이러한 목표설정은 미국과 원유생산국가(OPEC)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다루어진 협상은 “가난한자들에게 던져주는 빵 부스러기” 정도에 불과하며, 그 결과는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자들의 승리이자, 가난한 사람들과 환경에게는 비극”이라는 혹평을 했다.

*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가 열린 센튼 회의장 현지에서 NGO들의 출입에 대한 극심한 통제와 현지 활동가들과의 원활한 연락이 어려운 관계로 Financial Times, BBC, The Guardian 등의 보도를 바탕으로 이 글을 게재하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녹색연합 대안사회국 석광훈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