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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들꽃반 꿀샘이에요.
초록이학교 들꽃반 친구들, 쌤들과 함께 지난 주 일요일에 가평 조종천 탐사를 다녀왔었죠? 사실 초록이학교도 처음이고 들꽃반도 처음인, 그야말로 초보인 제가 친구들을 잘 인솔할 수 있을지 내심 두려움에 떨고 있었답니다. 기대반 걱정반이라는 말은 그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하지만 양재역에 도착해서 하나같이 인상이 좋으신 선생님들을 만나고(제비꽃 쌤이 그러시는데 다들 얼굴에 “나.착.해.”라고 써있었데요^^) 하나 둘 모여드는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보니까 걱정은 일순간에 사그라 들더군요.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우리는 시끌벅적~ 출발했습니다. 날씨도 어찌나 좋던지 아이들도 쌤들도 신이 날 수 밖에요^^ 가는 길에는 선생님들 소개도 했었죠? 오리선생님이 소개를 하시자 아이들이 꽥꽥거리는데 어찌나 귀여웠는지 몰라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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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지쳐서 아우성 칠 때쯤 조종천에 도착했는데 거의 점심때라 가까운 폐교에 짐을 풀고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 원기충전하고부터 탐사에 돌입! 모둠마다 뜰채와 족대를 받고 물에 들어갔어요. 물이 좀 차다 싶었지만 고기를 잡으려는 투지가 워낙 뜨거웠는지 다들 금세 잊었던 것 같네요.^^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한데 뭉쳐, 구분이 안 될 만큼 열심히 하셨는데요,ㅋㅋ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은 못 따라가겠더라구요. 족대를 들고 수풀을 밟으면서 고기를 모는 솜씨들이 우와~예사롭지 않았어요 처음엔 고기가 너무 안잡힌다 싶었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여러 종류의 고기를 잡았더군요. 저와 저를 따르던 몇몇 친구들은 어린 돌고기도 겨우 잡았지만요.ㅠ_ㅠ
고기를 잡으려고 물속을 뚫어지게 살피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진지해보였어요. 어린이의 눈에서 그런 광채를 느낀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한 모둠에 2개씩 배분된 뜰채와 족대를 8~10명의 아이들이 함께 쓰는 모습도 너무 예뻤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서로서로, 배우고 가르쳐 나가는 것 같아요.
우리가 잡은 것들은 꺽지, 미꾸리, 돌고기, 갈겨니, 참종개, 개구리, 다슬기 등이었어요. 이 수중생물들에 관한 물고기 형아의 물고기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따뜻한 가을 햇살을 받으면서 냇가에 모여앉아 듣는 물고기 이야기는 한층 감칠맛 났다고 해야 하나요, 귀에 쏙쏙 들어왔답니다.
재미있는 점 몇가지는 꺽지가 육식이라는 것(크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데요)과 미꾸리는 얼굴이 볼록하고 미꾸라지는 얼굴이 납작하다는 것(저는 이제껏 미꾸리가 사투리인줄 알았네요^^;), 참종개가 한국 고유어종이라는 것... 우리가 그냥 한데 모아 부르는 물고기라는 것들이 저마다 다른 특성과 역사를 갖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자연이란 말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고 홀대할 뿐이라고. 자연의 생물들은 우리 인간만큼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역사를 살아왔고 그만큼 위대하다고.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사람, 한사람과 마찬가지로 저마다 열심히 살고 죽는 것을 우리는 왜 우리의 관점에서만 내려다보려 할까요. 왜 쉬이 잡히고 꺾이는 한 가지 약점만 알까요. 역지사지는 인간을 넘어서서 다른 생물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명언이 아닐까 싶어요.
다음은 돌멩이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는데요 각자 납작한 돌멩이를 들고 다시 폐교로 걸어오는 길에는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참 고왔어요. 저는 꽃이 예뻐서도 좋지만 너무 매끄러워서 참 좋아요. 신비하다는 생각도 들구요.^^어쨌든 폐교로 다시 돌아와서 준비해온 붓과 물감으로 돌에 그림을 그렸답니다. 다들 그림삼매경이었어요. 오리 선생님의 ‘엉터리 개구리’는 순식간에 유행이었죠. 누구선생님이었는지 아이들 얼굴에 예쁜 물고기나 문어를 그려주셔서 다들 하나씩 눈 밑에 달고 다녔죠.^^그리고 나서는 학교 운동장에서 춤을 추고 게임을 했던 것 같네요. 저는 무리에서 벗어난 몇몇 아이들을 지도하느라 같이 못해서 너무 아쉬워요.ㅠ_ㅠ
마음 같아서는 폐교에서 1박을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짐을 챙기고 쓰레기를 줍고 4시 쯤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어요. 금세 곯아떨어지는 친구들도 있고 피곤하지도 않은지 쌩쌩한 친구들도 있고... 역시 저는 깨고 보니 서울이더군요. ^^; 예쁜 친구들과 경황없이 헤어져서 아직도 섭섭해요. 한 달 동안 꿀샘을 까마득히 잊고 오는 건 아닐 런지!! 저라도 애들 이름, 얼굴 까먹지 않게 복습을 철저히 해야겠어요!^^ 어쨌든 오랜만에 한없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뭐든 친밀해지기에 가장 빠른 길은 한바탕 같이 뛰노는 건가 봐요. 함께 뛰놀고 나니까 아이들도 물고기도 들꽃도 무척 가깝고 소중해진 느낌이에요. 들꽃반에서는 굳이 가르치고 배우려하지 않아도 신기하게 하나씩 둘씩 차곡차곡 배워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게 가장 좋은 교육이 아닐런지요 ^^
후기를 쓰고 나니 다시금 좋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10월 홍릉수목원에서는 또 어떤 재미난 일들이 있을까 벌써부터 이른 기대를 가져봅니다.
쌤들~ 친구들 다같이 10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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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꿀샘, 도선미
꿀샘 도선미 선생님은 자연과 놀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쫓아, 들꽃반 아이들과 다시 한번 어린시절로 돌아가 산으로 들로 다닐 작정이래요. 벌과 나비에게 맛있는 꿀을 주는 꽃 아래 꿀샘처럼, 달콤하고 영양가 높은 이야기와 재미들이 샘솟고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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