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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미화 회원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란 제하에 ‘과자를 먹이느니 차라리 담배를 물려라’란 끔직한 부제를 단, 책 광고를 보았다. 그리고 며칠 후 남편이 그 책을 내밀며 심각하게 같이 읽고 공부해 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것도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거금을 들여 모두 두 권씩 선물까지 하는 지극정성을 들이면서 말이다. (그 책과 함께 대안이라며 ‘안전한 식당’이란 책까지 같이 돌렸다.)
어쩔 도리 없이 그 책을 읽고 나서 자극을 받아 반짝이는 눈으로 식품 첨가물을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나름대로 한동안 분주했다. 그런데 곧바로 들려오는 항변… “그럼 대안은 뭐냐.” “집에서 그 모든 것을 다 해서 먹으란 말이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어떡하란 말이냐.” 실은 그 책을 읽으면서 역시 궁금해 하던 그 질문을 받고 막연해 하다가 어느덧 하루 이틀 흘러가며 자신도 시나브로 기억이 희미해질 즈음…
좋은 자리 ‘별난 주부 전’을 여니 참석하라고 녹색연합에서 연락이 왔다. 개중에 ‘과자, 달콤한 유혹’의 저자 안병수 님의 강의도 있고 환경영화제 관람과 생생 떡 만들기 꼭지도 있단다. 마침 여성플라자가 바로 집 옆이고 스스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아서 냉큼 달려갔다. 10시 시작이라 알고 갔는데 10시30분 시작이란다. 뜻하지 않게 첫 번째 참석자가 되었다.
[imgleft|dscn051123_01.jpg|250||0|1]안병수 님은 벌써 오셔서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으시다. (얼른 인사를 하고 사인까지 받아두었다.) 그리고 한 켠에는 행사를 준비하신 옛사름 회원들이 같이 공부한 항생제 중독, 침묵의 봄, 슈가블로스, 블루골드 등 책이 놓여 있고 한 구석에는 천연비누, 천연화장품, 대안생리대를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다. 참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행사장이 미어터지도록 몰려들어야 할 터인데… 여하튼 개중 천연화장품과 대안생리대는 나도 만들어서 사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누구 같이 해볼 분 있으시면 연락 주시길 바란다.
무려 45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안병수 님이 강의를 시작하셨다. 1984년부터 국내 굴지의 모 과자회사 신제품개발부와 구매부에서 16년간 근무하다가 본인의 건강문제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만 두게 된 배경과 이 책을 쓰게 된 인생역전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는 시작되었다. 참 힘드셨던 모양이다. 무슨 라면, 무슨 파이처럼 한류의 상징으로 소개되지 않더라도 천직으로 알고 근무하는 동안 지녔을 자부심이 무척 컸을 터인데 막상 본인이 만든 수많은 과자가 실은 그리 아끼던 아이들에게 독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물론 그 덕택에 우리도 이리 소중한 만남에 초대 받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생활습관 병이라 불리는 당뇨, 심혈관계 질환, 암의 3대 원인은 정제당, 나쁜 지방, 화학물질(각종 첨가제)이라고 하며 그 폐해는 실로 오싹 소름을 끼치게 한다. (자세히 알고픈 사람은 책을 사봐라. 다 읽고 나면 전혀 책값이 아깝지 않다. 그래도 아까우면 동네방네 돌려 읽어라.) 지금 이 시간에도 이 세상 어느 엄마든 칭얼대는 아이를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며 모성애로 포장된 과자 한 줌씩을 입에 넣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대안은 뭘까. 소비자가 다 같이 과자에 스며들고 코팅된 그 나쁜 물질을 빼내라고 요구하고 그 여론의 힘으로 끝내는 스스로도 무지하고 별다른 경각심이 없는 식품회사를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어차피 과자니 라면이니 음료수니 하는 게 하나같이 개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업종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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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다. 저자의 말씀은 다 좋은데 그걸 누가 어떻게 하나? 다시 말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어느 생쥐가 무슨 수로 다냐 이 말이다. 잠시 흠짓 소스라친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만약 내게 그 방울을 달라면 어쩌냐.” 별 쓰잘 데 없는 생각을 다 해 본다. 아마 그래서 녹색연합 같이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는 곳이 필요하리라. 다들 나처럼 소심하고 겁 많은 사람들이 대종일 것이다. 우리가 각자 나서서 무얼 할 용기와 재간은 없고 그저 녹색연합 같은 통로라도 제대로 지어서 아쉬운 대로 저자가 강조한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여하튼…
점심을 먹고 ‘위대한 강’이라는 환경영화를 관람했다. 다른 볼 일로 늦게 들어가고 뒷자리에 앉았더니 자막이 흐릿해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이래서 볼 일은 아침에 봐야 한다.) 그래도 회원들이 보는 책이니 소개는 해야 한다. 1993년에 발표한, 애니메이션의 거장 프레데릭 백의 마지막 작품이란다. 캐나다 동부에 있는 세인트 로렌스 강의 역사를 아름답고 사실감 넘치게 만들었는데, (맞다. 자막을 못 보아도 그림은 봤다.) 늘 파괴의 위험에 직면한 산천이 스스로 그 모든 것을 품어나가고 치유해 나가는, 관대한 자연의 생명력을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다. 다들 보시길. 밥 먹고도 조는 사람 별로 없다. 강추.
[imgright|dscn051123_03.jpg|250||0|1]자리를 옮겨 오세희 회원의 떡 만들기 강좌가 있었다. 떡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있어 아예 해 볼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의외로 간단했다. 방앗간에서 쌀이랑 현미 등 가루를 빻아 와서 거기다 넣고 싶은 호두 밤 등 견과류나 콩이나 고구마 호박 등을 넣고 찜기에 쪄주기만 하면 된다. (나도 집에 가서 한번 해보아야지.) 떡이 찌는 동안 EM효소(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한 미생물’에 대한 설명과 분양이 있었다. 효모, 누룩 균, 광합성 세균 등 인류가 오래 전부터 식품의 발효에 이용해 왔던 80여 종의 미생물이 들어있어 악취제거, 식품 산화방지, 수질정화, 독성제거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상에 널리 쓰이는 각종 세제 대신 EM을 사용하면 가족의 건강뿐 아니라 자연을 소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여 한 병을 사왔다. 열심히 발효시켜 사용해 보아야겠다. 특히 싱크대의 음식물 찌꺼기 받침은 언제 보아도 괴롭다. 주부라면 누구나 실감할 게다. 아파트라서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편하긴 하지만 그 근처를 지날 때면 역시 발걸음이 빨라진다. 수도권 매립지에서 음식물 쓰레기 받지 않는다고 언제 기사가 난 걸 본 적이 있는데 주변을 보니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마 내가 그 동네 사람이라도 머리띠 둘러매고 결사항전 했을 게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버려 두었는지… 가끔씩 이럴 때면 여성 정치인들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 좋은 자리였다. 대방동 아줌마들이, 아니 아저씨들이나 꼬맹이들까지 다들 와서 들어도 좋을 이야기고 마당이었다. 녹색연합 관계자들이나 안병수 님을 비롯한 모든 발표자들께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널리 열려서 모두가 건강한 음식, 쾌적한 삶을 누렸으면 한다. 아니다. 그러다 언제 5천 만이 이를 다 접하나. 아예 이는 새집증후군처럼 방송사가 나설 일일 게다. 그 방송을 보니 일본 도쿄에서도 방송인 교사 의료인 등 모두가 힘을 합쳐 10년 캠페인 끝에 젊은이들의 관상까지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고 그러지 않았나. 그에 비하면 이번에 다룬 이야기는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더 수월하게 극복할 수도 있으리라. 기왕이면 과자 부스러기가 아니라 이렇게 건강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삶의 방식으로 한류가 온 세상에 넘쳐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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