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즐거운 불편

 활동이야기/습지·해양       2007. 8. 2. 13:57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8월 1일 - 그린맵(Green Map) 대장정 2007 2일째

“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환경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생 60명이 모였다. 7월 31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여주 신륵사에서 사전 교육을 통해 열흘간 대장정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사찰 중에서 유일하게 강을 끼고 있는 남한강 변 신륵사에는 많은 고려 시대  문화재가 있다. 그래서인지 신륵사 불교문화원에서 하루를 자고 나니 몸이 더욱 개운한 기분이다.

[imgcenter|greenmap_01_01.jpg|580|▲ 그린맵 대장정 2007 힘찬 발걸음을 약속하며 발도장을 찍은 참가자들|0|5]
8월 1일 아침 5시에 기상하면서 본격적인 대장정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오늘부터 주제는 “즐거운 불편”이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란 생각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실천해 보자’는 다짐을 해 본다.


왕의 피난처 - 최대 생태계보호 구역으로 돼

대장정의 첫 번째 코스인 왕피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왕피천으로 가는 버스는 36번 국도를 타고 여주에서 울진으로 향했다. 찻길 옆에 피어있는 해바라기군락과 옥수수 밭의 풍경들 그리고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냇물에 의해 자연스레 만들어 진 사행천들이 보인다. 지리산, 설악산 계곡과 더불어 국내 3대 계곡으로 불리는 왕피천 불영사 계곡을 따라 우리도 창가 풍경처럼 서서히 도시에서 자연으로 스며들어가는 듯 했다.

왕이 피난했던 곳(왕피리)에 흐르는 천이라 하여 이름 붙혀진 왕피천은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가파른 동쪽 사면을 흘러내리는 하천이다. 주변이 협곡과 절벽은 주변 풍광만 둘러보아도 이 곳이 왜 남한의 마지막 두메산골로 불리는지 짐작되었다. 험한 지형 때문에 사람들 접근이 어려워 왕피천 주변에는 우수한 원시림이 형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왕피천 유역은 멸종위기 종 등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로서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 그 자연 생태적 보조가치가 매우 높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선정되었으며 단일 보전지역으로는 국내에서 최대규모(102.84㎢)라고 한다.  

[imgcenter|greenmap_01_03.jpg|580|▲ 왕피천 트래킹으로 대장정이 첫걸음을 내딛었다.|0|5]
드디어 시작된 본격 활동! 왕피천 하류에서 망양정해수욕장까지 트래킹이다. 출발 직전, 나와 다른 대원들은 본격적인 활동에 대한 기대감과 뜨거운 태양아래 장장 12km를 걸어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출발 직전 흥분을 숨길 수 없었다.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태양은 중천에 건재했고, 오후 1시 10분경, 우리는 설레는 첫발을 내딛었다. 대장정의 첫걸음에서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앞선 박정운 국장님으로부터 들은 울진의 친환경농업 중 오리농법을 하고 있는 논이다. 각 논의 한쪽에 파란 우리 안에 있는 오리들이 첫길을 떠나는 우리를 보며 응원을 해 주는 것 같았다. 걷기 시작한지 30분이 채 안 된 우리들은 행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태양에 도전하는 신화시대의 전사들 마냥 당당히 길을 걸어갔다.

왕피천 유역을 지나오면서 근남면 왕피천 일원이 수달보호지역이라는 팻말을 볼 수 있었다. 박정운 자연생태국장님은, 근남면 주변에만 수달이 사는 것은 아니며, 왕피천 유역 전체에 서식하고 있다고 하셨다.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수달은 예전에 왕피천 근처에 많이 서식 했으나 환경쓰레기와 하천 직강화 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할 만큼 많은 수가 줄었다고 한다.


왜 우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나

[imgcenter|greenmap_01_02.jpg|580|▲ 왕피천 트래킹 중 잠깐 물놀이를 하고 있다. 뜨거운 날씨에 지쳤던 몸과 마음을 식힐 수 있었다|0|5]
고단했지만 보람찼던 왕피천 트래킹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뒤 박그림 선생님의 '야생동물 이야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박그림 선생님은 23년 동안 산양의 발자취를 따라 살았고 설악에 산양이 마음껏 뛰어노는 꿈을 꾸시는 분이다.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직접 찍은 사진들은 푸르른 연두빛으로 시작된 설악산의 일년나기는 온 산이 초록빛으로 뒤덮힌 여름, 산 위에서 아래로 빨갛게 물든 가을, 눈이 쌓이고 사람의 발길이 드문드문해진 겨울에 이르기까지 한 컷, 한 컷의 사진에 담긴 설악산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느끼기 충분했다. 아름다운 자연 사진과 선생님의 재치있는 입담에 매료되어 4시간의 트래핑일정에 피로감을 잊은 채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겨울 사진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흰눈은 야생동물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발톱을 숨기고 걷는 고양이과 야생동물들, 꼬리를 끌며 걸어가는 쥐, 앞발 앞에 뒷발이 찍히는 재빠른 토끼 발자국까지 무심코 지나가는 야생동물의 발자국에는 그들의 생활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와 같은 생명이 있다.

그러나 인간 중심의 사고로 자연은 서서히 파괴되어 가고 야생동물들은 집을 잃고 있다. 정상위주의 산행문화는 생태가치가 높은 곳까지 길을 만들어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생태 섬을 만든다. 산 정상의 편의 시설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또 다른 편의 시설 확충으로 연결된다. 자연은 그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항상 남아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은 괜찮겠지’ ‘이번에도 자연이 참아주겠지’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다.

산양은 10~11월에 짝짓기를 하여 한해 1마리의 새끼를 낳고, 평생 5마리의 새끼를 낳는 번식력이 매우 낮은 동물이다. 거기에 점점 나빠지는 생태환경으로 산양은 그 숫자가 빠르게 감소되는 추세라고 한다. 산양은 특히 사람의 접근을 민감하게 읽어내 사람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멀리 도망가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개발로 얼룩진 우리나라에서 산양을 자유롭게 관측할 수 있는 딱 한 곳이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비무장지대라는 사실은 씁쓸하게 만들었다.

[imgcenter|greenmap_01_04.jpg|580|▲ 즐거운 불편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밥 다 먹었어요! 빈그룻 운동을 실천하는 참가자들|0|5]

즐거운 불편,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처음으로 친환경제품을 사용하면서 처음에는 어색했다. 거품이 많이 나야 깨끗하게 씻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거품도 별로 나지 않는데 효과가 있을까. 그러나 우리의 이런 불편들, 덜 쓰고 덜 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쓰는 것들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것임을 알았다. 우리 욕망을 자제할 수 있어야 더 빠르고, 더 편하게 가기 위한 도로를 덜 짓고 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조금 불편하면 자연이 덜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즐거운 불편을 익혀가는 그린맵 대장정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 글 : 김도형, 최은혜 / 그린맵 대장정 2007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