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의 눈으로 바라보기

 활동이야기/야생동물       2009. 3. 2. 22:2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밀렵방지 캠페인

야생동물의 눈으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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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고개고개 마다 깃들어 있는 지리산에 “2009 야생동물의 눈으로 바라보기 밀렵방지캠페인” 50여명의 참가자들도 하나의 사연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느지막이 지리산으로 도착했습니다. 가장먼저 사연을 풀어낸 것은 지리산이었습니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 그곳에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음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의 사연이었습니다. 강의를 맡아주신 최현명 선생님은 호랑이, 표범, 늑대, 사향노루, 검은담비,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그리고 나열하지 못한 많은 동물들의 사연을 들려주었습니다. 이 땅에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과 이미 사라진 동물들과 그래도 아직은 건재한 녀석들의 사연이 칠판위에서 풀어지고 있었습니다. 참가자들과 강사는 서로에게 이 땅에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사연을 묻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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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녹색친구들의 성기철 회장님이 잔득 녹슨 밀렵도구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올무와 창애, 덫을 하나씩 꺼냈습니다. 지난 10년간 녹색친구들이 진행 밀렵방지캠페인에서 수거한 밀렵도구라고 합니다. 지난 10년간 밀렵방지캠페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녹색친구들의 사연과 다행히 올무를 수거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야생동물의 사연이 구구절절 합니다. 다 녹슬어 버린, 그러나 다시 펼치면 처참하게 아가미를 닫으며 야생동물의 다리 몇 개쯤은 꼼작도 못하게 만들 것 같은 밀렵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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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서 듣는 바람소리는 덜컥 사람을 겁나게 하기 충분한 듯합니다.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분다 싶었는데 22일 새벽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을 확인한 기상안내에서는 이리 비가 온다고 하지 않았는데. 산 위의 날씨는 비싼 장비의 일기예보도 비껴나가게 만듭니다. 비와 눈이 섞여 내리고 깊은 지리산은 길을 얼게 했습니다. 암만 살펴보고 기다려 봐도 산에 들어 올무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을 듯 했습니다. 아쉬웠지만 세차게 내리는 비에, 유쾌하게 야생동물의 이야기를 풀어낸 녹색친구들의 하정옥 회원님 덕분에 아쉬움이 조금은 수그러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지리산 자락에서 야생동물을 잡아먹어버리는 밀렵도구를 끊어내고 위용 있게 지리산을 내려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숙소 처마 아래에서 비 내리는 지리산을 바라봤습니다. 1박2일, 어쩔 수 없이 산으로 들지 못한 우리의 아쉬움을 사연으로 지리산에 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산을 내려오며 서로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이 사연, 각자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 우리가 사는 곳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밀렵도구를 살펴보자고. 마을 근처, 동네 야산 심지어 국립공원에도 있을 밀렵도구들이 더 이상 야생동물에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만들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해보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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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버스에 올랐다. 꼬불꼬불 길을 따라 간다. 지리산자락에 오면 언제나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그런 편암함과 깨끗함을 느낀다. 나를 작게 만드는 산을 바라보며 저 속에 조용히 살아가고 있을 동물들을 생각한다. 저절로 웃음이 나고 눈빛이 반짝인다.


녹색연합에서 밀렵방지캠페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늘 동물들을 위해 살겠다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에야말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으려나.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나는 늘 궁금했다.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노는지, 새끼는 어떻게 기르는지, 비오는 날은 무엇을 하는지, 다른 동물들과는 어떻게 지내는지…. 하지만 그에 반해 그들이 어떻게 죽어가는 지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가…


야생에서 제 수명을 다 채우고 죽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굶어 죽거나 먹히고,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어 죽는다. 올무에 걸리고 총에 맞아 죽는다. 죽고 또 죽는다. 야생동물의 이야기는 왜 항상 슬프게 끝이 나는지…. 하지만 그 중 가장 허탈한 죽음은 다른 게 아니라, 인간의 보신이라는 옹졸한 생각 때문에 자행되는 밀렵에 의해 죽는 것이 아닐까. 얼마나 허탈하게 죽는가, 얼마나 가볍게 죽임을 당하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


지리산자연휴양림에 도착해 함께할 사람들을 만나니, 어색하기도 하지만 바깥세상에서는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낀다. 최현명 선생님의 한반도 포유류의 특징과 수난사 강의를 들으니, 이 땅에 살았던 많은 동물들을 지금은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소수의 사람들만 빼고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을 것 같다. 이 땅의 남아있는 동물들마저 하나 둘씩 사라져도. 오히려 편해할까. 우리는 왜 동물들을 지키려고 하는 걸까. 생태계의 그물과 같은 구조, 생물다양성이 주는 금전적 가치, 도덕적 이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그런 건 진짜 이유는 아니다. 그냥 동물들이 너무 좋고, 사라지지 않았음 좋겠기 때문이다.


다음날 올무를 제거하러 가려고 했으나, 비가 너무 많이 와 취소가 되었다. 지리산을 떠나면서 발길이 너무나 무거운 것은 살릴 수 있던 생명을 버리고 온 것만 같아서…. 올 땐 그리 깨끗하고 편안해보이던 산이 이젠 조금 슬퍼 보인다. 동물들도 이런 날엔 쉬어야 한다며, 우리가 산에 오르면 얼마나 불편하겠냐는 길라잡이쌤의 말씀에 우리도 결국 동물들에겐 같은 인간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에 부끄럽고 또 슬퍼진다. 미안하다.


하지만 금세 다시 희망에 차오르는 것은 그들을 도우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길라잡이쌤은 2달 동안 올무수거만 계속해서 하셨다고 한다. (사냥꾼으로 오인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반나절을 걸려 멀리까지 달려온 사람들도 있다. 이 캠페인이 일 년에 한번 하는 일회적인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개인의 삶 속에서 계속되는 그 시작점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희망차게 만드는 것은, 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주위를 기울이면 보인다. 그들의 은밀한 삶이… 그리고 죽음이…


사랑하기에 가슴이 아파온다. 조금 더 가슴 아프게 살길….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무뎌지지 않기를.

글 : 최서윤 (녹색연합 회원, 멍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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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보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