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또 다른 나무숲, 소리나무숲 - 젬베 연주가 김예수

 회원이야기/회원참여       2011. 11. 21. 15:3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리산 백무동 계곡 아래, 때마침 동네 초등학교에서 가을운동회가 열렸다. 50대부터 10대까지 열사람 남짓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북을 두드린다. “두둥, 두둥둥” 10사람 모두 따로따로 들리던 북소리가 어느새 열 배나 큰 한소리로 모여 체육관을 넘고, 운동장을 넘어 온 골짜기를 뒤덮었다. 북의 매력에 한껏 빠져든 그날, 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녹색연합도 인연이 닿은 북 연주가가 있다. ‘젬베’라 불리는 아프리카 북을 연주하는 김예수씨가 바로 그다. 

“그럼 한번 와보든가.” 
 
무작정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밥상 좀 두들겨 봤다는 얼토당토않은 구실을 대 마지못한 승낙을 얻었다. 젬베와 첫 만남, 현란하지도 않고, 잘 치지도 못하는 ‘둥 둥둥’ 북소리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이야기한다.

“첫날, 젬베를 끼고 앉아 밤새 두드린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았어요. 타고났냐고요? 아니요. 젬베는 100번 두들겨 본 사람은 딱 봐도 그래 보여요. 많이 쳐보는 것이 잘 치는 방법이에요. 시작한 이상 게을리 하고 싶지 않았고, 잘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매일 크고 있고, 더 다져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끊임없이 해 보는 것,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늘 강조하죠.” 

도예가로 알려졌던 그가 젬베의 무엇에 그리 매료되어 연주가로 직업까지 바꾸고야 말았는지 궁금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젬베를 영혼을 울리는 악기라고 불러요. 실제 마음을 울려 마음을 치료하는 악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룹연주를 할 때 뭔가 맞지 않는다 생각이 들 때 바로 내가 틀린 거예요. 나머지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만 연주가 되지요. 남의 이야기를 듣는 연습, 병이 아니더라도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치료지요.” 
 

그는 은평씨앗학교에서 5학기째 젬베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기왕이면 우리 동네 은평구에서 활동하고 싶었어요. 무작정 지하철 불광역장을 찾아가서 공연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호의적인 역장님 덕에 몇 차례 공연을 했습니다. 그 때 은평씨앗학교와 인연이 닿아 원하던 대로 동네에서 활동할 수 있는 꿈을 이루게 되었어요. 원했던 일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그만둘까를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죠. 그런데 아이들이 학기를 마치고 한 공연을 본 부모님들이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아이들이 만들어 낸 연주가 감동적이고, 자랑스러웠어요. 나날이 발전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나에게는 마음치료라는 생각을 합니다.” 질풍노도와도 같은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손바닥을 통한 북과의 교감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많은 감정들을 담아내 연주의 감회가 남달랐을 것임이 분명하다.  

연주하고, 가르치는 것 말고 그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우리나라 젬베 연주가의 북 치고 그의 손을 거쳐 가지 않은 것은 드물다. 그는 터진 북을 고치고, 못 쓰는 나무를 다시 북으로 살려낸다. “연주만큼 재밌는 것이 나무 깎는 것이에요. 깎는 내내 어떤 소리가 날까 기대가 되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못 쓰는 나무통을 다시 북으로 살려낼 때면 나도 지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해요.” 둘러보니 그의 젬베연구소는 그가 보존하고 지켜야 할 또 다른 나무숲이다. 다시 소리가 날 나무, 소리가 잘 나는 나무, 키 큰 소리나무, 통 작은 소리나무, 소리나무숲. 

북소리는 어느 대륙의 것이든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난다. 나무에서 울려나오는 이 자연소리는 기계음과는 다른 따뜻함이 있다. 어떤 음악에도 잘 섞이고, 잘 스민다. “북은 모든 행사의 오프닝에 씁니다.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어요.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북을 배우면 좋겠어요. 집회할 때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요? 하하.”

살면서 겪은 새로운 세상이 곧 젬베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그다. 여러 해 젬베를 연주하고, 가르치고, 고쳐왔지만 매번 잘하고 싶어 긴장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손과 북이 한번 부딪히고 나면 마법이 풀리는 것처럼 긴장이 싹 사라지고야 만다. 북소리를 말로 듣지 말고 그 울림을 마음으로 들어보길 권한다. 기회가 된다면 꼭 손바닥으로 전달되는 그 교감을 한번 느껴보기를 바란다.






김예수, 본명이다. 이름 덕에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도 감히 ‘예수씨’라 부르지 못하고 ‘예수님’이라 부른다. 지난해 녹색연합 후원행사에 활동가들과 함께 젬베 공연을 했고, 지난달에는 녹색연합 회원들과 드럼써클을 진행했다. 녹색연합과 함께 하면 착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 다음에는 어떤 자리에서 만나게 될까.


글 윤소영 / 녹색연합 시민참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