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활동이야기/군환경       2012. 5. 9. 07:30  l   Posted by 비회원

하나의 공간, 찬성과 반대로 나눠지는 마을 공동체

-제주해군기지건설에 가려진 강정마을의 생활 속 뒷이야기-


어린이 여러분 제가 옛날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옛날 옛날에 남쪽 바다에 작은 섬이 하나 있었어요. 그 섬에는 고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어요. 뒷집 셋째 딸이 건너 마을 총각과 결혼이라도 할 때엔 마을엔 큰 잔치가 벌어지고 섬사람들이 좋아하는 돼지를 잡아다가 축하잔치를 열었어요. 그리고 사거리 집 할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셨을 때엔 슬픔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면서 슬픔을 함께 이겨냈어요. 옛날부터 논농사가 잘 안되어 먹을 게 귀했던 섬에서는 보릿고개 때마다 가진 음식을 나눠먹으며 척박한 땅을 일구어가며 농사를 짓고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렇게 평화롭던 섬마을에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육지에서 사람들이 내려와서 갑자기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했어요. 섬마을 사람들은 두 가지 의견을 가진 사람들로 나누어 졌어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우리 마을이 발전 될 것이고 더 살기 좋게 될 것이다.” 라고 주장하였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우리 마을 앞바다는 오염되어서 물고기들이 죽고 군부대가 들어서기 때문에 마을에 안 좋은 영향만 있을 거다.” 라고 주장하였어요.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진 사람들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논의해 보지도 못한 채 결국 마을엔 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되었지요.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요? 평화롭던 섬마을 사람들은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을 나뉘어져 서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인사도 안하면서 살게 되었어요. 


가정의 달 5월. 진부하지만 이 기회에 가족 이야기 한번 해볼까요? 혹시 여러분 중에 위 옛날이야기처럼 친척들과 왕래를 안 하고 지내본 경험이 있나요? 저는 큰아버지 댁과 20년 동안 연락을 안 하고 지내고 있어요. 자세한 이유는 말씀 드릴 순 없지만 이렇게 친척들 중에 한, 두 집과 인연을 끊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런 경우는 보통 한 집안에서 한, 두 가족이 서로 맘이 상해 그러는 일이 대부분일 거예요. 그런데 여기 친척들이 모여 사는 한 마을 전체가 서로 연락을 끊고 제사도 따로 지내며 지낸지 5년째 되가는 곳이 있어요. 바로 제주 강정마을이에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모습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습


제주도 강정마을. 현재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중이고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는 곳이죠. 그동안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되는 생태계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국방부의 이야기는 많이 해왔지만 그 속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까 해요. 


원래부터 제주도는 섬이란 지리적 특징 때문에 지역성이 강하고 공동체가 발달한 곳이에요. 한집건너 옆집이 외삼촌이고 뒷집이 고모 댁이고 한 다리 건너면 이어지는 끈끈한 공동체로 이루어진 곳이죠. 그런데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건설이 확정된 2007년부터 마을공동체는 파괴되기 시작해요. 우선 해군기지가 건설되기 위해서는 마을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과정부터 소수의 마을주민들만을 모아 놓은 채 진행이 되었고 찬성이 아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발언을 할 수도 없이 회의는 속전속결로 끝나버렸거든요. 결국 마을내부에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 없이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 된 거예요.  그 이후 마을에서는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져 찬성하는 사람들은 찬성하는 식당과 가게를 이용하게 되었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식당과 가게를 이용하게 되었어요. 더 심각한건 명절이면 다 같이 모여 제사도 지내고 친척들끼리 만나 즐겁게 지내던 모습이 사라진 거예요. 같은 마을에 살지만,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지금은 남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이러한 현상은 비단 제주 강정마을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잘 아시는 골프장과 핵폐기물 처리장, 원자력발전소, 수력발전소와 같은 토건사업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업부지로 지정된 마을의 공동체는 너무나도 처참하게 파괴되고 말아요. 누가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그러는 거다. 누가 거짓말을 해서 사기를 쳤다는 식으로 서로 의심하게 되고 이러한 의심과 비난들은 몇 십년동안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고소하는 상황까지 이끌고 가죠.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마을도 다른 토건사업들이 진행되는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해군기지건설이 완공되면 이렇게 무너진 공동체는 다시 합쳐질 수 있을까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과거처럼 함께 명절에 제사도 지내고 친척들이 모여 잔치도 하면서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가 생길까요? 강정마을의 경우 국책사업으로 파괴된 공동체인데 이에 대해서 정부는 정말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일까요? 

아마 제주해군기지가 이대로 건설이 된다면 강정마을의 이야기는 잊히고 묻히겠죠. 하지만 이건 확실한 것 같아요. 아직도 마을 주민 분들에겐 공동체 파괴로 인한 피해는 현재진행중이라는 것을요.  



어린이 여러분 앞에서 이야기 해준 옛날이야기 기억나나요? 그 뒷이야기를 해줄게요!

섬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사는 것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요. 비록 서로가 다른 의견을 가졌고 오랜 시간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고요. 그래서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을잔치를 열기로 했어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도,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도 상관없이 모두가 모여서 놀 수 있는 잔치를 하기로 한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마을잔치가 제대로 되지 못 할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섬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공동체가 더 이상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결국 섬마을 사람들은 마을잔치를 열었고 5년 만에 처음으로 그동안 서로에게 서운했던 일, 힘들었던 일들을 모여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알 수 있었어요. 우리가 남이 아니라는 것을요. 마을잔치를 치른 뒤로 섬마을에서는 하나, 둘씩 변화가 일어났어요. 이제는 길가다가 만나도 서로 인사를 하게 되었고 더 이상 찬성하는 사람은 찬성하는 가게나 식당으로 가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동안 마을에 있던 안보이던 선은 사라졌어요. 다시 섬마을 사람들은 웃음 찾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강정마을에 평화가 오길 기원하며


글 발칙한평화국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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