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시민추모제 그러나 …

 활동이야기/환경일반       2009. 5. 28. 16:12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5시경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름아닌 27일 예정된 시민추모제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죠. 예고된 장소는 서울시청이었습니다.하지만 그때까지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여느때??처럼 서울시청광장은 경찰버스들로 꽉!! 막혀있었습니다.



“5시부터 행정안전부 장관과 면담이 있습니다. 그 면담에서 광장허가가 나옵니다. 5시 20분쯤에 결정되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래서 그곳 모퉁이에서 기다렸지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무대차량과 led 차량도 도착해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자 진행을 위한 탁자도 도착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청광장 허가를 천명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당연히 그곳에서 추모제를 열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울시장은 허가를 했지만, 행정안전부 장관이 딴지를 걸었습니다.

곧 의경의 무리들이 주변을 감쌌습니다. 무슨 피켓을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민추모제를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그냥 인도였을 뿐인 지역이 완전 차단되어 감옥 같은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가뜩이나 시청이 공사중이라 삭막한 분위기였는데…

그런 후에 경찰버스 한 무리가 오더니 행사차량까지도 고립시켜버렸습니다. 높다란 버스 탓에 시야는 전경들 아니면 높은 빌딩뿐이게 되었죠. 그런데 숨겨진 문제가 있습니다. 면담을 어찌나 끄는지 5시부터 준비를 해야하는 행사를 6시 30분이 지나서야 결정을 한 것입니다. 서울시청광장이었던 장소를 정동극장 앞으로 옮기도록 한 것이지요. 미리 결정을 했다면 정동극장 앞에서 시민들의 참여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를 했을 겁니다.

그리고 행사장비를 경찰버스로 막아 세우곤 빼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황당하더군요. 일단 사람들만 빠져 나와 정동극장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덕수궁 앞 대한문 앞에는 역시나 수많은 조문객들로 붐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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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앞 사거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행사장비가 없어서 그저 마이크를 들고 진행을 할 뿐이었죠. 도우미로 참여한 것이었지만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호출이 있었습니다.

경향신문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가니 다른 행사차량이 와 있었습니다. 시청앞에서 고립된 차량들은 결국 구해내지 못하고 새롭게 섭외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차량들마저도 경찰들이 가로막고서 보내주지 않았던 것이죠.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그것을 빼내기 위하여 그곳에 모인 것이었습니다.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차량을 빨리 빼야 했죠. 누군가와의 이야기가 잘 됐는지 차량은 다시 움직였습니다.

정동사거리를 중심으로 두 대의 대형 led 차량이 세워져 멀리 계신 시민분들께도 행사내용이 잘 전달이 되도록 준비가 되었습니다. 추모 현수막도 설치하고 길을 따라 늘어선 시민분들도 자리에 앉았습니다.

조금 전 어설프게 이루지던 행사가 좀 더 매끄럽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청앞에 묶여있던 초도 가지고 오게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를 들었습니다. 향이나 초는 연기를 통해 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저 세상과 소통을 했을 겁니다. 그곳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말이지요.

아침이슬,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등 여러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무대 앞 쪽에서는 기자들의 취재열기가 뜨거워 조금은 짜증스러웠지만 시민들 속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의 생전 활동모습이 화면에 비추어졌습니다. 카랑카랑하게 날카롭게 권력에 맞서던 그 목소리도 흘러나왔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공연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몸동작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국화를 흩뿌렸습니다. 그것을 감싸 안으며 또 내던지며… 그 어떤 슬픔의 동작보다도 더 슬픈 것이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모두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 애절했습니다.

추모제가 끝나고도 수많은 시민들은 남아 열기와 슬픔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거리에 붙은 그를 향한 목소리들을 읽어보았습니다. 헌화를 하기 위한 줄은 끊어지지 못하고 밤새 이어질 듯 했습니다.

그의 실체는 이제 사라졌지만 그의 정신은 모두의 마음속에 남아 영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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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성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