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해양생태문화 탐사기

 녹색아카데미/활동·현장       2007. 4. 27. 12:50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글로만 이해하려는 이기적인 게으름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잡더니 거침없이 자라고 있었나 봅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가볍게 짐을 챙겨 떠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빈둥빈둥 지내던 주말 습관 때문에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새로운 한 주를 맞아야 한다는 부담으로 잠시 주춤 했지만 큰 망설임 없이 쉽게 마음을 정할 수 있었던건 관해기(觀海記)의 저자 주강현 선생님과 녹색연합 식구들과 함께 푸른 바다 품안에서 숨 쉬고 있는 남해로 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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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쌀쌀한 토요일 아침, 낯익은 얼굴들과 함께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된 회원분들과 가볍게 소개를 하고 차에 올랐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주강현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자료들을 읽으며 의문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문의 바다’라...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곳 저곳에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그래서 유독 눈에 밟혔던 것 같습니다. 창피한 고백이지만 바다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싶을 정도의 얇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인문의 바다...너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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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참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다들 선한 인상을 가지신 분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지요. 회원분들의 친구분들 모두 선한 눈매를 가지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과 글에 공감하는 이들...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마음 통하는 이들을 만난다는 건 언제나 뿌듯합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어디 숨어 계셨다가 인제야 나타나셨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지금도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은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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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도착해서 처음 찾은 곳은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낮은 곳에 설치되어 물고기를 유인하는 물고기 함정 죽방렴입니다. 돌살과 함께 남해의 대표적인 생태어법 중 하나입니다. 조류를 따라 흐르다 발통에 든 고기를 잠자리채 같이 생긴 쪽대로 거둬들이는 원시적 어로 방식으로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포획되는 것입니다. 돌살도 이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바닷물이 해안가로 들어오면서 고기떼도 함께 들어왔다가 물이 나갈 때 미쳐 빠져나가지 못하고 돌살에 갇히게 됩니다. 물때를 맞춰 찾은 돌살에는 바다로 가지 못한 작은 물고기들이 이러저리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 물고기들은 잡지 않고 어느 정도 성장 한 후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경제 논리로 이러한 돌살어법이 지속될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20세기 ‘싹쓸이 어법’과 더불어 가장 먼저 퇴조한 어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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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은 곳은 물건마을을 지키고 있는 바다숲입니다. 수백 년동안 바람과 조류를 막아 마을을 보호한 이 물건숲은 170여종, 1만여 그루의 나무들이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제 소임을 다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이 마을의 역사를 가능케한 숲을 진중한 마음으로 지켜 오고 있습니다. 썩어 빠진 고목도 스스로 무너지기 전에는 감히 손을 대지 않고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믿음은 바로 주민들의 신앙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해를 떠나는 날 찾은 다랭이논 또한 자연과 함께 장고한 세월을 함께한 주민들의 삶을 보여주었습니다. 손노동으로 지어진 축대는 산사태가 나도 씻겨 내려가지 않는 견고한 장벽이 되어 마을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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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야생 독수리 사냥꾼인 할아버지가 서너 살 된 손자에게 사냥을 가르치십니다. 눈이 쌓인 허허벌판에서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던 손자의 작은 손은 어느새 동상에 걸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눈으로  손자의 손을 씻긴 후 당신의 따뜻한 가슴에 고사리 손을 품어 주십니다. 서로 아끼고 따르는 마음에 코끝이 찡해 왔습니다. 남해의 바다와 주민들도 서로를 아끼고 따르는 마음이 이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이것이 인문의 바다를 이야기 하는 것 아닐까요. 자연을 경외시 하는 주민들의 마음의 발자취가 역사가 되어 지켜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진중함을 알고 있는 바다도 그 커다란 품에 남해와 주민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는 듯합니다.


글 : 황혜인 / 녹색연합 회원    사진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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