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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 녹색연합 시민모임 “청년모임”은 2008년 3월부터 7월까지 “백문이불여일보”라는 취지로 말로, 귀로만이 아닌 두발로 생태현장을 밟으며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생태현장 나눔강좌 “씨앗나눔”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9일(토) ~ 30일(일)에는 제1강으로 강원도 양양의 양수댐 현장을 보며 훼손 실태를 관찰하고 구룡령 옛길을 걸으며 인간과 백두대간의 공존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김해정 회원님( “씨앗나눔” 1강 참가자)
[imgleft|080408_02.jpg|90|▲ 김해정 회원|20|1]지난해 치러진 대선은 저에게 작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약은 환경에 대해 막연한 지향만을 갖고 있던 저에게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보라고 소곤거렸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가 무능하게 느껴졌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제가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뭔가 가슴은 답답한데 아는 것도 없고 용기도 없었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소극적인 방법으로 우선 ‘공부를 하자’가 제가 찾은 위안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던 터에 씨앗나눔 강좌소식을 접했고 환경과 관련된 문제의식을 현장을 통해 느낀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imgcenter|080408_04.jpg|580|▲ 백두대간을 두 발로 만나기전 신발끈을 질끈 묶으며 마음까지 다잡아본다.|0|1]
첫날 일정으로 백두대간을 괴롭히고 있는 사례로 양양 양수발전소를 방문하였습니다. 양수발전댐은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잉여 심야전력을 사용할 목적으로 밤에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낮에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자는 취지로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10년간 거의 1조원을 들여 완공했다는 양수발전소가 이제는 심야전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니 존재의 당위성이 없어졌습니다. 후세에게 빌려 쓰고 있는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는 가치적 논쟁 이전에 타당성이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양수발전소가 늘어나고 있다니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들이 현실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에 휘둘려 벌어진다는 것이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imgcenter|080408_05.jpg|571|▲ 남는 전기의 힘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길을 막아 높은 곳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발전댐. |0|1]
본래 울창한 산림이었을 그곳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작은 화단에 심겨진 빈약한 조경수들이 애처로워 보입니다. 절개지의 안전성을 위한 높디높은 시멘트 옹벽이 평생 깁스를 하고 살아야하는 사람처럼 갑갑해 보입니다. 수문에 갇혀 떨어져 내리길 기다리는 저 물속에 있었을 작은 산골마을이 안개 속에 아른거립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청년회 회원님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균 나이는 40세가 넘는 갈천리 청년모임은 어르신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실천에 옮기는 마을의 원동력으로 의욕적인 에너지를 내뿜었습니다. 또한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위치한 마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아름다운 자연과 차곡차곡 쌓여 온 역사를 소중히 생각하며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산촌마을을 지키고 외지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담한 목조건물인 갈천분교를 생태체험학교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지에서 들어오신 분들이 정확하진 않지만 3~40% 된다고 하셨는데 저도 언젠가 자연 속에서 풋풋한 정을 나누며 살날을 꿈꿔봅니다.
[imgcenter|080408_01.jpg|580|▲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풍금소리와 학교종이 울릴 것 같은 갈촌분교의 모습. |0|1]
[imgright|080408_08.jpg|180|▲ 사람들이 이 길을 가기 전 오래전부터 동물들의 삶터였을 구룡령에 족제비 한 마리가 먼저 발자욱을 남겼다. |20|1]둘째 날은 이번 강좌의 하이라이트 구룡령 옛길을 탐방하는 일정입니다. 지금은 터널을 뚫어 관동과 관서지방을 오가지만 예전에는 구불구불 사람의 발길로 닦여진 이 길을 넘어 다녔다고 합니다. 봄꽃도 피기 시작한 3월말이지만 이 산골짜기는 눈이 많이 쌓여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노새와 조랑말이 짐을 싣고 넘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고개라지만 도시의 아스팔트와 평지, 계단에 익숙한 우리는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쉽지는 않은 길이었습니다.
홍천과 양양의 경계를 지나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서 눈은 없어지고 포근한 흙길이 나왔습니다. 푹신푹신한 길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길가에 나지막한 조릿대가 길안내를 하고 울창한 참나무며 유명한 금강소나무가 하늘로 뻗어있고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회사 출근하는 길에 고무탄성재료로 포장한 길을 걷게 됩니다. 푹신해서 걷기엔 편하지만 금세 망가지고 지자체에서 보수를 거듭합니다. 그 길을 걸으면 포근했던 구룡령 옛길이 떠오릅니다.
[imgcenter|080408_06.jpg|386|▲ 1000미터가 넘는 구룡령은 넘기가 힘들어서인지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다.|0|1]
[imgcenter|080408_03.jpg|386|▲ 겨울을 지나 봄으로 오다. 키 작은 나무 사이로 나 있는 옛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오고 있는 참가자들. |0|1]
[imgcenter|080408_09.jpg|386|▲ 오래 전부터 백두대간과 공존하는 법을 삶으로 터득해 온 마을토박이 이상용님으로부터 구룡령에 얽힌 옛이야기들을 들었다. |0|1]
이렇게 1박2일을 일정이 끝났습니다. ‘백문이불여일보’라는 취지처럼 커다란 시멘트 옹벽은 아픔으로 폭신한 구룡령 옛길은 따스함으로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 앞가림에 바빠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던 저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할 씨앗 한 톨이 뿌려졌습니다. 새싹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아름드리나무로 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그리고 많이는 몰라도 제가 보고 느낀 만큼은 사람들에게 전해야겠다는 작은 사명감도 생깁니다. 그럼 다음 나눔강좌를 기대하겠습니다.
[imgcenter|080408_07.jpg|580|▲ 역사의 숨결과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숨어 지내온 아홉 마리 용이 지나갔다고 전해져 내려온 구룡령에서는 구름도 쉬어 넘는다고 한다.|0|1]
생태현장 나눔강좌 “씨앗나눔” 제 2강은 4월 12일(토) ~ 13(일)에 전북 부안, 새만금 지역에 가서 아파하고 있는 갯벌의 생명들과 새만금 지역주민들을 만나러 갑니다.
※ 추가신청 및 문의 :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박효경 ☎ 02-747-8500 / ☞ 참가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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