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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 녹색연합 시민모임 “청년모임”은 2008년 3월부터 7월까지 “백문이불여일보”라는 취지로 말로, 귀로만이 아닌 두발로 생태현장을 밟으며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생태현장 나눔강좌 “씨앗나눔”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2일(토) ~ 13일(일)에는 제2강으로 전라북도 부안의 새만금 갯벌을 돌아보며 방조제 완공이후 새만금 갯벌의 모습을 보고 주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들었습니다.
- 오은영 (생태현장나눔강좌 ‘씨앗나눔’ 참가자, 녹색연합회원)
두 번째 녹색연합 생명나눔 씨앗강좌가 있던 지난 토요일. 갯벌에서 조개를 캘 때 쓰는 도구의 이름을 따 ‘그레’라고 명명된 따뜻하고 정겨운 공간에서 새만금 갯벌의 마지막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나는 너무나 부끄럽고, 슬퍼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애를 써야했다. 나의 무지와 무관심이 만들어낸 비극의 그 자리가 참 힘들고 아픈 시간이었던 그 두 번째 기행. 새만금이었다.
첫 번째 강좌 때와 마찬가지로 강변역에 모여 출발한 길. 첫 강좌보다 인원이 적었지만 이미 한번 안면을 익힌 분들도 계셔서 훨씬 활기차고 친숙한 분위기 속에서 부안을 향해 달렸다. 미리 나눠준 교재를 읽기도 했고, 새만금은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했기에 어느 만큼은 다 아는 얘기일 거라는, 아니 알고 있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굳이 다섯 번의 강좌 중 빠져도 된다면 아마 두 번째일 거라는 생각도 했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듣던 곳이니 한번 눈으로 보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을 얼핏 했을 뿐이다.
[imgcenter|080424_06.jpg|580|▲ 지역주민들의 요구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 줄포만 갯벌 . 갯벌은 그대로 논밭이고 공장이다. 아니 그대로 생명이다.|0|1]
처음 도착지인 줄포만은 자연생태지역으로 지정되어 생태공원까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지만 자연생태에 대한 국가와 공공기관의 이해는 어찌나 단편적인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광범위한 갯벌은 보존 대상에서 제외하고 달랑 3.3㎢만을 지키겠다고 남겨둔 곳이다. 하지만 그나마라도 보존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기에 아직까지 부지런히 땅을 파고 드나드는 참게며, 각종 염생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게들의 흔적을 좇아 이리저리 갯벌을 밟아보느라 시간을 보낸 후 하루를 묵을 계화로 향했다.
[imgcenter|080424_03.jpg|580|▲ 갯벌배움터 ‘그레’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기억과 마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0|1]
새만금 방조제를 막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계화마을의 고은식 님을 따라 뒷산에 오르니 저 멀리 방조제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저렇게 넓은 바다를 한낱 인간이 만든 콘크리트와 돌 더미로 가두려 하다니 마음이 답답해 온다.
[imgcenter|080424_04.jpg|397|▲ 방조제 너머로 지는 해와 저녁노을. 저 아름다운 바다에 누가 금을 그은 것이냐?|0|1]
때 아닌 등산으로 더욱 좋아진 밥맛 덕에 배가 부르도록 밥을 먹고 따뜻한 방안 온도가 더해지니 몸도 마음도 노곤해 진다. 어느새 낯을 익힌 다른 수강생과 조곤조곤 수다도 떨며 기다리고 있자니 녹색연합 활동가 분들이 새만금에 관한 노래와 영상을 준비해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나는 새만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그때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이렇게 슬픈 일이,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동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별 수 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imgcenter|080424_02.jpg|388|▲ 갯벌 배움터 ‘그레’ 사무국장 고은식님. 아직까지 갯벌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새만금 방조제가 터질 것이라 바보같이 믿고 살아가는..|0|1]
다음날 맛난 백합죽으로 아침을 먹고 경운기를 타고 새만금 갯벌로 향했다. 전날 배운 노래에 등장하는 도요새도 볼 수 있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오래 도요새들을 만날 수 있을까 안타까움이 더하다. 아마 그대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면 나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어찌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imgcenter|080424_01.jpg|580|▲ 경운기를 타고 바닷물이 밀려오는 지점까지 들어가는 길. 파도의 길. 농게의 길이였던 그곳에 이제 다른 길이 생겨나고 있다.|0|1]
그런데 계화를 떠나 마지막 들른 곳이 바로 새만금에 관한 사진이나 영상에 종종 등장하던 해창 갯벌이었다. 수많은 장승들이 서 있는 그곳.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다였지만 이제는 육상 식물인 클로버가 자라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여전히 늠름하게 그곳을 지키고 있는 장승들과 이제는 너무나 멀어져 버린 바다를 기다리며 장승 사이를 꼼꼼히 청소하던 부안지역 활동가분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왠지 이것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나도 모를 확신이 생겼다. 언젠가는 다시 그리운 바다와 만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눈 부릅뜬 장승들을 향해 가만가만 속삭여 본다. 그때 다시 도요새도, 참게도, 백합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은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imgcenter|080424_05.jpg|475|▲ 방조제가 막히고도 끝까지 갯벌의 뭇생명들과 함께한 장승.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아픔을, 그 아우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 마음을..|0|1]
그때는 부끄러운 눈물이 아니라, 기쁘고 행복한 투정이라도 부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엄마 품처럼 넓고 따뜻한 그 생명의 갯벌에서 만날 수 있기를.
※ 추가신청 및 문의 :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박효경 ☎ 02-747-8500 / ☞ 참가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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