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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 중 하나는 봄에 피는 아카시아 꽃 향이다. 매년 5월 중순 즈음 창원에서는 아카시아 꽃이 동시에 핀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교 주변의 산들은 때 아닌 눈 폭풍에 의해 일시적으로 하얗게 변한다. 물론 그 눈 폭풍은 수백만의 작고 완벽한 꽃들이다. 짧지만 며칠 동안 도시 전체에서 사탕 같은 향이 난다.
반면 내가 한국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쓰레기다. 쓰레기는 일 년 내내 존재하지만, 달콤한 아카시아 향이 가득하고 모든 것이 푸르게 자라나는 봄에는 유독 더 불쾌하다. 생활 속 쓰레기를 분류하자면 광고물, 생활방식, 나들이, 가정 등의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광고물 쓰레기는 문, 벽, 표지판에 붙어있는 것부터 길거리에 뿌려져 있는 스티커, 명함까지 다 포함된다. 지나가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서 명함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껏 나는 단 한 번도 그 전단지들을 보고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배포되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밟히거나 때로 하수구를 막는 광고물들, 그리고 과자 살 때 나오는 과대 포장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활방식으로 인해 발생되는 쓰레기는 길거리를 더럽히는 담배꽁초, 껌, 빨대비닐, 사탕포장지, 아무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줄 모르는 주머니 속에서 나온 작은 종이와 플라스틱을 말한다. 최근에 서울을 다녀왔는데, 신촌역 출구에서 도로변에 검게 굳어버린 껌을 떼어내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작업하시는 분들을 보았다. 이미 검게 굳어버린 껌은 도구에 붙어 끈적거렸고 바람 때문에 껌 줄이 작업자의 옷과 장갑에 붙곤 했다. 그저 껌을 종이에 싸서 버리면 되는 문제인데…….
나들이 쓰레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불쾌한 쓰레기이다.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과자봉지, 크래커 박스, 일회용 종이와 컵, 맥주병, 맥주캔, 남은 음식물 등 야외 식사나 술자리에서 버려진 것들이다. 때로는 나들이 물품이 담긴 대형 박스 자체가 쓰레기로 버려진 것도 보았다. 사람들은 왜 소풍을 가기 위해서는 모든 준비물을 가져오면서 놀고 난 후에는 다시 가져가지 않을까? 그들이 선택한 자리는 명당이기에 선택했을 텐데, 왜 다른 사람들도 그 자리에서 깨끗하게 즐기고 싶어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까?
가정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는 보통 대형 규격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지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스티로폼 박스, 오래된 침대, 깨진 접시, 안 쓰는 가구 같은 것이다. 이러한 재활용 폐기물들로 집안을 꾸민 적도 있는 터라 이 쓰레기들은 비교적 덜 불쾌하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흔하게, 찢어진 소파, 부러진 책상이 대학캠퍼스의 예쁜 오리연못 옆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연못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 몇 블록이나 가야 나타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쓰레기를 그곳에 버린 주인공의 노력은 상당히 놀랍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다면, 왜 제대로 버리고 깨끗하게 하는 데는 노력을 안 하는 걸까?
나라고 해서 결코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다. 나도 거리에 있는 쓰레기를 봤을 때 줍지 않고 그냥 지나칠 때도 있다. 하지만 한번 그 쓰레기가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그 제공자가 누구였던 간에 쓰레기통에 처리한다. 선생님, 부모님, 홍보의 영향으로 나의 ‘더럽히지 말자’는 본능은 매우 강한 편이다.
나의 이 본능이 예외적인 곳은 영화관뿐이다. 나의 고향 캐나다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마시던 음료수와 팝콘봉지를 그대로 두고 퇴장해도 되었다. 다음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직원들이 일괄적으로 쓰레기를 치울뿐더러 쓰레기통을 찾기도 어렵다. 영화관은 일상생활과 현실세계에서 느끼는 책임에서 벗어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영화관에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면 상상의 세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어느 다른 곳보다도 영화관에서 만큼은 책임감을 갖고 쓰레기를 처리한다. 심지어 출구 앞에 대형 쓰레기통이 준비되어 있다. 영화관과 일상에서의 쓰레기 처리가 아이러니이다.
최근 내가 참석했던 대만의 한 축제에서 주최측은 2미터 간격으로 쓰레기통과 재활용 코너를 두었다.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3일 동안 6블록 되는 넓은 곳에 몰렸지만 행사장소는 깨끗하게 유지되었다. 지난 주, 버려진 소파가 발견되었던 오리연못에서 야외콘서트가 열렸는데 잔디밭이 안보일 정도로 쓰레기가 많이 버려졌다. 지금 그 쓰레기는 아카시아 꽃잎으로 덮여지고 있다.
편집자 주: 봄날의 아카시아 향을 좋아하는 Roberta Jenkins 회원은 친구를 통해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었다. 창원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한복이 아주 잘 어울리는 회원이시다.
글 : Roberta Jenkins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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