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 Our Earth!

 회원이야기/회원참여       2010. 11. 10. 13:55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녕하세요. 노리플라이, 그리고 튠(TUNE)이라는 팀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정욱재입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음악페스티발이 있습니다. 그중에 저는 매년 잠실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GMF(Grand Mint Festival)라는 음악축제에서 공연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뮤지션이 함께하는 환경캠페인(프로젝트명 Balance Our Earth)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계기는 2008년 GMF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직접 담당하면서인데요, 당시에는 작은 규모로 UNEP 한국위원회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 공연장을 찾아주신 관객들에게 분리수거의 필요성을 일깨워드리고 직접 도와드리는 일을 했습니다. 첫 회에는 이틀의 축제기간동안 뮤지션이 직접 쓰레기를 치우며 돌아다니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셨고, 저희 또한 많이 서툴었지만 3회를 맞는 지금 이 캠페인은 한국 음악페스티발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분리수거를 요청해도 봉지채로 휙 던지고 사라지던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2회부터는 봉사자들이 없어도 관객들 스스로가 분리수거를 실행해 주시고 덕분에 쓰레기의 총량 역시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축제가 “먹고 마시고 소비하라”식 개념의 축제였다면 점차 남을 배려하는 축제로 발전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음악 페스티발을 다녀온 지인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곳의 상황과 비교해보니 아직은 부족한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인파가 빠져나간 그 자리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들인 버려진 돗자리, 맥주병, 치킨, 피자상자의 모습이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닭꼬치 꼬챙이에 붙어있는 살들을 일일이 발라내어 음식물 쓰레기통에 분리수거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쓰레기통 옆에 꼬치로 차곡차곡 탑을 쌓아 놓는다고 하더군요. 수거하기 편하도록 말이에요. 수십만 명이 다녀가는 초대형 페스티발이 끝나면 그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고요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이 땅에는 결코 나 혼자만이, 혹은 우리 인간만이 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걸까요?

이곳에는 수많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 자신과 타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기위해 룰을 만들고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까지는 그것이 비단 인간과 인간을 위한 룰과 질서였다면 이제는 그 룰과 질서가 단순히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닌,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종과 자연을 위한 것으로 그 범위가 확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버리는 이 작은 휴지조각을 위해 희생된 나무를 생각해봅니다. 제가 연주는 기타가 되기 위해 잘려나간 나무를 기억해봅니다. 우리의 편의와 안락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와 댐과 간척지 때문에 서식처를 잃게 된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우리의 행위들이 과연 생명을 빼앗아도 되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과 환경은 영원할 수 없고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끝없는 우리의 욕구를 결코 쫓아올 수 없습니다.

설령 이런 마인드가 너무 계산적이라 생각되신다면 쉽게 생각해봅시다. 바로 이런 작은 행위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작은 실천이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 : 정욱재 (녹색연합 시민참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