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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42곳, 건설 추진 중인 골프장은 41곳이다. 이는 면적만 약 1천 225만평(43,769,652㎡)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더욱이 홍천군에만 13개의 골프장이 들어선다. 현재 강원도에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다양한 지역의 현장의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고 그 해결점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 구정리 소나무숲 강릉시가 치유의숲을 만들려고 했던 이곳은 푹신한 흙과 소나무사이로 비춰진 햇빛만으로도 지친 우리를 낫게 해줄수 있는 자연의 힘이 있는곳이다. ⓒ 녹색연합
칠성산 자락이 뻗어 내려온 마을 앞에는 잘 가꾼 소나무 숲과 서낭당이 오래된 마을의 역사를 전한다. 마을을 감싼 숲에는 40년 이상 된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히 메우고 있다. 키 큰 소나무 덕에 햇빛이 은은하게 번져 내린다. 좀 더 시야를 멀리 두면, 동해와 대관령까지 마을의 풍경으로 담긴다. 한적한 인가를 접한 울창한 숲, 운이 좋다면 멸종위기동물인 하늘다람쥐나 삵, 수달, 담비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이른 아침 굵은 소나무 숲 속에는 안개가 가득 들어차 있다. 붉은 빛의 밑 둥 위로 청녹색 잎이 안개와 섞인다. 그림 같다. 안개 낀 숲의 몽환적인 풍경은 발밑에 느껴지는 오래된 숲의 푹신한 흙의 감촉 덕에 현실감을 얻는다. 소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쳐들자 희뿌연 주황색 광선으로 빛나던 숲이 곧이어 여름 색으로 바뀐다. 연두색, 조금 진한 연두색, 진초록색, 파랑에 가까운 초록색.
강릉시 구정면의 구정리 일대 숲은 강릉 사람들의 바다 사랑 탓인지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히 높이 뻗은 굵은 소나무는 이 일대 숲의 주인공이다. 청정지역답게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오래된 마을에는 정성들여 가꾼 마을 숲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는 것은 올해까지이다. 현재 이곳에 골프장 건설계획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강릉CC 조성사업은 (주)동해임산이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산 100번지 일원 약 110만㎡에 1천58억 원 가량을 들여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2009년 주민들의 반발과 환경 훼손 등의 이유로 사업자 측에서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마을에서는 사업자의 결정을 크게 환영하며 마을잔치까지 벌였으나, 토지적성평가지침의 개정(국토해양부 도시정책과-1215호, 2009.03.10)으로 보전지역의 판단기준이 완화되자 같은 해 7월 사업계획을 다시 제출했다.
구정리 마을을 둘러싼 강릉CC 강릉 구정리, 여산리 마을을 포위한 강릉CC. 마을을 폭 감싸는 골프장 부지의 소나무숲에는 70년 이상된 소나무도 즐비하다. ⓒ 참뉴스
사업자가 제출한 내용에 따르면 골프장은 마을을 중앙에 두고 둥그렇게 둘러싼 형태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골프장 티박스(홀의 출발지점)와 민가의 거리가 약 20미터밖에 안 되는 곳도 있어 골프공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승진 구정리골프장반대대책위원장은 "절차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주민들이 밝혀내고 있다. 잘못된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 것이다. 당장 삶터에서 쫓겨나야 하는 주민들이 이해당사자로서 자료를 요구해도 자료를 주지않아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수가 없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비공개결정을 내리고 이의제기를 하고, 행정심판을 하고 소송을 하라고 한다. 누구를 위한 공무원이고, 행정기관인지 알 수가 없다"라며 강릉시의 태도와 절차에 강한 문제제기를 하였다.
공사 예정지에는 "여기 있는 나무만 갖다 팔아도 골프장 공사비가 나올 거"라 할 정도로 훌륭한 숲이 우거져 있다. (추가) 강릉시는 이러한 울창한 소나무 숲을 알리기 위해 '솔향강릉'을 강릉시의 브랜드로 정하고, 구정면 구정리 산144번지 일원에 솔향수목원을 조성하고 있다. 우수한 소나무 숲을 알리는 솔향수목원과 산을 밀어내고 만든 골프장이 한공간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2010년 하늘다람쥐, 2011년 5월 담비 등 멸종위기야생동물의 사체가 잇달아 발견되었고, 녹색연합의 현장조사결과 삵(멸종위기종), 담비(멸종위기종), 하늘다람쥐(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의 서식이 확인되었다. '골프장의 중점 사전환경성 검토항목 및 검토방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은 원칙적으로 개발이 불가하다. 하지만 골프장 사업자가 작성한 사전환경성검토서(2008년 1차 사업 추진 시)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강릉생명의숲은 "골프장 부지는 강릉의 대표적 수종인 금강소나무 우량림이 자라고 있는 아름다운 숲으로, 산림치유와 휴양의 자원으로도 매우 가치가 있다. 또한 소나무숲 내부에 위치한 계곡은 주민들의 상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어 개발이 진행될 경우 상수원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며 골프장 건설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릉 구정리 숲에 살고 있는 담비 담비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며 생태계 상위포식자이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담비는 보존이 잘된 산림생태계의 지표종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하였다. 담비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 ⓒ 녹색연합
9년 동안 안 자란 나무?
'토지적성평가서'는 개별 토지가 갖는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여 보전할 토지와 개발 가능한 토지를 체계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기초 조사로, 사업자가 직접 작성하여 제출하게 되어있다.
(주)동해임산이 제출한 토지적성평가서에 인용한 임상도에 따르면 이 일대 나무 나이는 30년생 정도이다. 임상도는 나무 나이를 10년 단위로 등급화한 도면으로 산림청에서 10년 단위로 작성한다. 평가대상지역의 나무 나이가 41년생 이상으로 확인될 경우 해당지역은 개발이 불가능하므로, 임상도의 작성년도는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토지적성평가서' 작성 규정에서도 가장 최근에 작성된 임상도를 이용하도록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자는 1차 토지적성평가(2008년 11월)에서 1996년 작성된 4차 임상자료를 두고도 1987년 조사 작성된 3차 임상도를 인용해 제작된 환경부의 자연환경 현황도를 근거로 토지적성평가서를 작성한 것이 확인되었다. 4차 임상도를 적용할 경우 이 일대 나무 나이는 대부분 41년생 이상으로 골프장 개발이 불가하다.
토지적성평가 기초자료 체크리스트 토지적성평가 기초자료로 쓰인 자료들이 모두 2010년 1월로 기록되어있다. DB기준시점이 조사시점이라는데 각 부처의 조사시점이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 토지적성평가 기초자료 체크리스트 토지적성평가 기초자료로 쓰인 자료들이 모두 2010년 1월로 기록되어있다. DB기준시점이 조사시점이라는데 각 부처의 조사시점이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또한 토지적성평가 작성에서의 또다른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적성평가값을 산정할 때 모든 자료가 제출되고, 배제조항에 근거한 적용, 적용배제사유는 도면에 함께 수록되어야 함에도 일부지표가 누락된 채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규정에서는 공익용 산지가 장애물 등으로 개발하려는 해당 토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면적이 작아 평가대상 토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누락시킬 수 있다고 되어있으나, 가까운 거리의 공익용산지의 누락, 다른 마을, 다른 지류의 적용, 평가적용면적보다 누락된 면적이 수백배 달하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주제도의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토지적성평가의 적정성, 객관성은 무엇보다 보장되어야 했다. 부실한 조사, 부실한 관리 감독은 끊임 없이 지역사회의 논란을 불러 왔다.
지난 9월 9일 강릉CC를 둘러싸고 지역주민들은 최명희 강릉시장과 면담을 진행하였다. 환경단체, 전문가, 지역주민, 언론들이 끊임없이 제기하고 주장하던 문제점들을 끈질기게 제기하자, 더 이상 변명으로 일관할 수 없었던 강릉시장은 한발 물러났다. 토지적성평가를 다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 동안 지역주민들이 주장했던 문제들이 단순히 의혹이 아니라,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부실한 조사, 불탈법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들이 명명백백하게 정리되는 것이다.
강릉 구정리의 숲의 하늘다람쥐와 마을 사람들과 담비에게 필요한 것은 부실조사 골프장이 아니라, 지금 그대로의 숲이다.
*글쓴이: 문은정(대화협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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