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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42곳, 건설 추진 중인 골프장은 41곳이다. 이는 면적만 약 1천 225만평(43,769,652㎡)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더욱이 홍천군에만 13개의 골프장이 들어선다. 현재 강원도에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다양한 지역의 현장의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고 그 해결점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골프장을 짓기위해 이렇게 훼손된 산림에는 평생 그곳에서 살아온 주민과 보호하자고 약속한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 살고 있다. ⓒ 녹색연합
평야가 없어 산을 일궈 감자를 심고 옥수수를 심는 땅이 바로 강원도 땅이다.
그런데 그곳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건? 당연히 산을 모조리 깍아 낸다는 걸 의미한다. 그 산에서 나물을 캐고 벌을 키우고 논밭을 일구던 마을 주민들이 찬성할 리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골프장 사업은 시행자들이 주민들 몰래 진행하여 거의 허가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주민들이 알게 되거나 일부 주민들에게 주민지원금이라며 돈을 주고 협조를 구한다.
땅을 판 주민들조차 그 땅이 '표고버섯단지', '사슴농장,' '오갈피농장' 같은 걸로 쓰인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끝까지 땅을 팔지 않는 이들은 '토지의 80%를 매입하면 나머지 20%는 강제수용 할 수 있다'는 법에 의해 강제로 땅을 잃어왔다.
골프장이 공공체육시설?
이렇게 삶터를 잃게 되는 근거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때문이다. 골프장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라목에 따라 공공시설인 '체육시설'에 해당되며 이를 근거로 사업시행자는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개정 2011.4.14>
6. “기반시설”이란 다음 각 목의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말한다.
가. 도로·철도·항만·공항·주차장 등 교통시설
나. 광장·공원·녹지 등 공간시설
다. 유통업무설비, 수도·전기·가스공급설비, 방송·통신시설, 공동구 등 유통·공급시설
라. 학교·운동장·공공청사·문화시설·체육시설 등 공공·문화체육시설
마. 하천·유수지(遊水池)·방화설비 등 방재시설
바. 화장시설·공동묘지·봉안시설 등 보건위생시설
사. 하수도·폐기물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
제95조(토지 등의 수용 및 사용) ① 도시·군계획시설의 시행자는 도시·군계획시설사업에 필요한 다음 각 호의 물건 또는 권리를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개정 2011.4.14>
1. 토지·건축물 또는 그 토지에 정착된 물건
2. 토지·건축물 또는 그 토지에 정착된 물건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
그러나 골프장의 근거법인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에서는 골프장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고 있어 두 법률이 모순이 지적되어왔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체육시설업”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체육시설을 설치·경영하는 업(業)을 말한다.
제3장 체육시설업
제10조(체육시설업의 구분·종류) ①체육시설업은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1. 등록 체육시설업 : 골프장업, 스키장업, 자동차 경주장업
2. 신고 체육시설업 : 요트장업, 조정장업, 카누장업, 빙상장업, 승마장업, 종합 체육시설업, 수영장업, 체육도장업, 골프 연습장업, 체력단련장업, 당구장업, 썰매장업, 무도학원업, 무도장업
골프장 토지강제수용은 위헌
골프장은 체육시설이 맞지만 국토계획법 도시관리계획시설의 학교, 병원, 운동장과 같은 공공시설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이러한 모순된 법률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은 경기도 안성시 동평마을 주민들이다.
골프장으로 땅을 강제수용당하게 될 처지에 놓인 안성시 동편CC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와 녹색연합 녹색법률센터는 "골프장으로 토지수용을 하는 국토계획법은 헌법에 위배 된다"며 2008년 10월 28일,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고, 지난 2011년 6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골프장을 이유로 토지를 강제수용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토계획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골프장 사업과 같은 사기업의 영리사업을 이유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지만 도시계획시설사업 자체가 토지를 수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렸다.
1)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제2조 제6호 라목중 “체육시설” 부분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여 위헌 (위헌8:합헌1)
→ 체육시설을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대상이 되는 기반시설의 종류로 규정했으나 체육시설의 구체적인 범위를 결정하는 일을 전적으로 행정부에 위임한 것으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됨.
2) 국토계획법 제95조 제1항의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중 “제86조 제7항”의 적용을 받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음으로 합헌 (합헌7:위헌2)
→ 민간기업이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로서 도시계획시설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수용할 수 있음.
이 헌법소원을 담당했던 최재홍 변호사는 "체육시설의 공익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골프장 사업과 같이 사기업의 영리를 목적으로 할 경우에도 공익성이 떨어진다고 볼수 있고, 골프장사업으로 토지수용당하는 주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뿐 아니라 마을공동체 파괴 등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라고 헌법소원 청구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12년 12월 31일까지 기존 법을 유예하는 것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국토해양부는 그 시점에 맞춰 개정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도 토지강제수용은 진행중
현재 전국적으로 341곳의 골프장이 있고, 건설되고 있는 곳도 약 200여 곳에 이른다. 골프장은 이렇게 건설되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내년 연말까지 법개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사회적인 혼란을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토지수용허용으로 지역민원이 심화되고 있으며, 골프장개발을 위한 토지수용 재결현황은 2003-2008년까지 342건으로 161만4061㎡에 이른다. 녹색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후 2년 6개월 동안 그 피해는 증가하여, 2011년 6월까지 1136건, 389만416㎡ 면적의 토지가 강제 수용 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골프장으로 인한 토지강제수용 현황이다. 2004년부터 2011년 6월까지 전국 49곳에서 1,136건, 3,890,416㎡ 면적의 토지가 골프장으로 토지강제수용이 이뤄어졌다. .ⓒ 녹색연합
지금 강원도 홍천 동막리에서 건설중인 골프장은 토지수용절차가 진행중이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7월초에 사업자는 강원도에 토지수용을 신청했으나 강원도는 이를 반려했고, 다시 8월말에 사업자가 수용을 신청하여 현재 보류중이다.
강원도 홍천 동막리에 살고 있는 지성구 할아버지는 "강원도지사가 민관협의체가 운영중일 때에는 행정절차를 중단한다고 했어. 그래서 지금 강원도에 서류가 있는 거야. 근데 마을이 흉흉해졌어. 외지에 살면서 땅 있는 사람은 자기네 주머니만 챙기느라 정신없고 골프장을 찬성과 반대가 갈려서 앞․뒷집이 말도 안해. 그게 더 큰 문제야" 라고 하신다.
빼앗긴 고향의 봄
국토해양부는 골프장, 스키장 등 공공의 이익이 없는 민간사업자의 체육시설을 제외하는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국토계획법의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다른 법률에 의하여 진행되는 골프장 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제 수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는 어떤 법령으로도 골프장 토지강제수용이 될 수 없도록 다른 법률 개정을 동시에 진행하여 더 이상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NO골프장, NO토지수용! 골프장 사업자를 위해 땅을 내줄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가 법개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동훈이네 집도, 민희네 고추밭도, 세영이네 논도 모두 없어질지도 모른다. |
국토계획법 개정을 촉구하는 주민들 국토해양위원회인 강기갑의원과 전국 골프장 피해주민등이 모여 국토계획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잘못된 법으로 삶터에서 쫒겨날 수밖에 없는 억울함을 국회에, 국토해양부에,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모였다. |
국회 앞에서 법을 빨리 개정해달라고 요구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고 있다.
논밭을 일구며 평생 살아온 고향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 욕심인 것일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울긋 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글 : 허승은(대화협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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