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공급과잉 시대, 잔치는 끝났다.

 활동이야기/골프장대응       2011. 10. 31. 15:16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강원도는 골프장 공화국⑦] 골프장의 경제성

2011년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42곳, 건설 추진 중인 골프장은 41곳이다. 이는 면적만 약 1천 225만평(43,769,652㎡)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더욱이 홍천군에만 13개의 골프장이 들어선다. 현재 강원도에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다양한 지역의 현장의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고 그 해결점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골프장 회원권을 사 주세요

강원도 최대규모의 산요수 골프장. 회원군 분양이 원활하지 않아 주민들에게 약속한 보상을 미루고 있어 주민들이 회원권을 사 달라는 글귀를 마을 곳곳에 남기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역전평리 마을 입구에는 “골프장 회원권을 사 주세요”라는 글귀가 여기저기 나붙어 있다. 이 지역 595만㎡ 일대에 강원도 최고 규모인 54홀짜리 골프장을 만들고 있는 무릉공원 관광단지에 내건 홍보글일까?

아니다. 관광단지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마을에 살던 주민들이 내건 플래카드다. 골프장 지역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게 대부분인데, 회원권을 사라는 플래카드까지 내걸다니, 이 지역 주민들은 골프장을 찬성하고 있는 것인가?

실상은 이렇다. 사업자가 회원권 분양이 원활하지 않아 돈이 없다며 주민들에게 약속한 보상을 2009년 착공 이후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어 보상을 받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서 회원권을 사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것이다. 대대손손 살아오던 마을을 골프장에 내준 주민들이 이제 골프장 회원권 판매에까지 팔을 걷어 붙여야 하는, 웃지못할 풍경이다.

150만평 강원도 최대규모 종합리조트에 수도권 최대규모 골프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을 달고서도 회원권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의 현주소이다.

골프장은 늘고, 골프인구는 줄고
“세계적 경기침체와 기상이변으로 골프장 내장객이 수년간 감소하면서 골프장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 말은 골프장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아닌, 10월 27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임시총회의 회장 인사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골프장 관계자들은 정부에 중과세 완화, 조세특례법 확대시행, 개별소비세 폐지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골프가 더 이상 사치성 오락이 아니라며 개별소비세가 과세의 적법성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이 반증하는 것은 골프장의 경영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골프장 입장객이나 골프장 경영자가 부담해야 하는 각종 세금을 줄여서라도 비용을 줄여 골프이용객을 더 늘리고 영업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경영협회 등은 경영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골프장 관련 세금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1991년 55개였던 국내 골프장은 2011년 현재 382개로 늘어났다. 올해 건설 중인 곳도 100개나 된다. 골프장이 이렇게 늘어난 배경은 골프인구의 증가와 함께 골프장이 ‘돈이 되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골프장 개발업자는 총 개발비용의 10% 수준의 자본만 갖고도 골프장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10%의 자기자본은 토지매입비, 인허가 처리비용,

주민무마비 등에 투입하고, 90%는 은행대출(PF)을 받았다. 건설비용을 부풀려 회원권 가격을 정하고 회원권 분양을 해서 대출금도 상환하고 건설비용과 분양가의 차액도 차지했다. 과도한 금융대출(PF)을 받더라도 수익창출이 가능했던 구조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0년엔 2009년에 비해 골프장은 43개가 늘어났는데, 골프장 연간내장객수는 2009년 2590만 8986명에서 2010년 2572만5404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골프장의 영업이익 지표가 되는 홀당 이용객의 감소세는 더 뚜렷해서 2009년 홀당 평균이용객은 3881명이었으나 2010년은 3468명으로 10.6% 감소했다. 이런 상황은 2002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내장객의 감소는 바로 영업이익으로 연결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10년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11.4%로 2009년에 비해 7.4포인트 급락했다고 한다. 연구소는 2002년 회원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27%로 최고수준을 기록한 후 2009년까지는 호황을 누렸지만 신설골프장 수가 급증하고 골프붐이 진정되면서 경영실적이 크게 둔화되었다는 점에서 회원제 골프장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다고 내다보았다. 한마디로 골프인구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는데, 골프장은 여전히 늘어나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골프인구는 2009년을 최고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골프장 공급과잉에 따른 경영난에 관한 예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문화관광부가 발주하고 삼성경제연구소가 연구한 <골프장 수요예측조사> 보고서를 보면 2003년을 정점으로 골프장 사업은 점차 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하여 2006년 이후 서서히 삼파고(내장객 감소, 그린피인하, 원가율상승)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도 세수입의 2%, 그래도 골프장이 효자인가?

최근까지도 정부는 골프장 사업을 장려하고 지자체는 앞다투어 골프장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 세수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관광이 활성화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골프이은 정말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효자일까?

2011년 강원발전연구원에서 작성한 <강원도 골프장 산업 발전방안>을 보면 신규골프장이 들어서면 해당 도에 취득세와 등록세로 약 48억원을 1회 납부하고 해마다 재산세로 시군에 약 4.6~8.7억원을 납부한다며 매년 징수하는 재산세 총액이 감소하고 있어 지방세수입기여도가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세수입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표에서 보다시피 강원도 내 지방세 수입총액에서 골프장이 납부하는 지방세 비율을 살펴보면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가 되지 않는다. 2%에 이르지 않은 비율을 두고 상당한 세수입이라고 말하기는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또한 2008년 국회예산처가 작성한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자체 재정 확보 및 지역경제 발전효과> 보고서를 보면 여러 연구자들의 사례를 종합해 보았을 때 재산세는 골프장이 있기 전에도 토지나 건물소유자들이 납부하는 세금이므로 세율차이에서 발생하는 차액을 계산해보면 실제로는 시군이 거둬들이는 세수입은 골프장 1개당 2~3억원에 불과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골프장의 고용효과 역시 미비하기만 하다. 18홀 규모 골프장의 고용인원은 약 150명 가량 이나 이중 지역주민들이 고용되는 일자리는 주로 주방, 경비, 청소, 잡초 제거 등의 일자리 30~50명 정도다. 그 일자리 조차 최근엔 전문 인력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역관광 활성화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골프는 다른 레져와 달리 철저하게 숙식이 모두 골프장 안에서 이뤄지는 형태고 가족 단위의 레져도 아니기 때문에 골프장 인근에 관광효과가 발생하는 사례는 전무하다.

이런 까닭에 2008년 국회예산처는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자체 재정 확보 및 지역경제 발전효과> 보고서를 통해 골프장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에선 상공회의소가 골프장이 경기부양 효과가 있어 골프장 건설을 활성화 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골프장으로 인한 경제파급효과는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2003년부터 이미 골프장 1개당 연간 내장객수가 감소하고 있고 이런 경향은 골프장 건설이 증가하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한 골프장 수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일본 경우처럼 도산하는 골프장이 속출할 수 있으므로 골프장 건설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골프장의 자연환경 복원 등에 대한 재정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례로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에 건설중이던 골프장 신도CC는 벌목을 모두 하고 성토작업을 하던 중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된 부실저축은행문제 역시 골프장에 대한 과도한 PF대출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골프장으로 인해 기존의 농경지나 농특산물 생산지역이 사라지는 것에 따른 경제적 손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자연자원의 손실, 지역공동체의 파괴, 사회적 갈등비용을 따져보면 골프장이 경제성 있는 사업이라고 말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골프장을 짓기 위해 벌목까지 진행한 후 부도가 나서 방치된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신도 CC

돈되는 사업이라고 해서 너도나도 골프장에 뛰어들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전국에 미분양아파트가 넘쳐나는 것처럼 ‘회원권을 사달라’고 애걸해야 하는 골프장이 넘쳐날 날이 곧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