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백범광장에서 ‘지구 생일파티’를 열다

 녹색아카데미/생활·체험       2009. 4. 23. 13:04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월화수목금금금. ‘쉼’이 존재하지 않는 생활.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지구에게는 ‘쉼’이 없다. 인간은 자신의 끊임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구를 끊임없이 소비하고, 착취한다. 이에 지난 4월 19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많은 시민들이 남산 백범광장에 모여 조촐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지구 생일파티’를 열고 지구에 ‘쉼’을 주기로 했다. 자동차를 타는 대신 두 발로 걷고, 땅을 파헤치는 대신 꽃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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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12시 반 즈음부터 삼삼오오 시민들이 백범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행사장에는 유난히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엄마아빠를 따라 온 아이들은 커다란 지구 모양 애드벌룬과 재생종이 캠페인을 위해 나온 나무 인형을 보며 특히 즐거워했다.

‘지구를 위한 걷기’는 백범광장을 출발해 남산을 돌아 다시 백범광장으로 돌아오는 4km 코스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지구를 생각하며 각기 제 몸에 맞는 속도로 걸었다. 지구에 닥친 환경문제와 지구를 쉬게 하는 실천들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imgleft|20090423_04.jpg|300| |0|0]참가자들이 광장으로 속속 돌아오고, 재활용 퍼커션 그룹 티브로의 신나는 공연과 함께 ‘지구생일파티’가 열렸다. 지구를 위한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쉬어라 지구야’라는 말이 새겨진 떡 케이크에 꽂힌 초를 껐다. 그리고 일회용 접시 대신 뻥튀기에 담긴 떡과 우리땅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농산물로 만든 주먹밥을 깻잎에 싸서 나눠 먹었다. 작지만 의미있는 차이들을 즐기면서,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을 만들어냈는가를 생각하면서.

광장 곳곳에선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모종 나눠주기, 재생용지 사용하기 캠페인, 천연세제와 아크릴수세미 만들기 등. 사람들은 가져온 페트병을 반으로 자르고 골판지, 색지, 철사끈 등으로 제각각 꾸몄다. 그리고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애기별꽃 등 여러가지 모종 중 하나, 둘을 담아갔다. 10개의 작고 예쁜 수레에 담긴 모종이 금새 동이 났다. 집에서 키운 채소를 밥상에 올리겠다는 사람부터 창가에 예쁜 꽃을 두겠다는 참가자까지 다양한 생각, 다양한 의견, 다양한 마음들. 하지만 상추, 고추, 애기별꽃을 담아간 사람들 모두 다, ‘지구’였다. 마음과 마음은 다시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천연세제와 수세미를 만드는 것으로, 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재생종이로 교과서를 만들자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면서 행사가 마무리되고, 사람들은 떠났다. 수백 명이 모인 행사치고는 놀랍도록 쓰레기가 적었다. 종이박스와 페트병 조금 뿐. 지구에게 ‘쉼’을 주자고 모인 ‘아름다운 지구, 지구인’ 다운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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