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학교 참석기] 환경법의 체계와 최근 동향 -제1강

 회원이야기/회원참여       2007. 5. 21. 10:27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5월 15일 저녁 7시, 제3회 환경법률학교 첫 강의에 참석했습니다.
정확한 시각에 환경소송센터 정연경 사무국장님이 짧은 인사말로 강의를 열어주셨습니다.
새만금, 낙동강 하구 명지대교, 천성산 터널 소송같이 환경문제를 현 법체계 안에서 풀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지난시절에는 불가능한 발상이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환경갈등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법적 해결을 상상하고 기획하려면 법률지식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법률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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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함께 공부할 우리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 얼굴을 익혔습니다. 학생, 교사, 활동가, 기자, 다양한 삶터에서 모인 우리의 공통점은 환경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지만 모르는 것 또한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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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강의는 서울시립대 박수혁 교수님께서 <<환경법의 체계와 최근 동향>>이라는 제목으로 환경법 체계의 큰 틀과 기본정신을 나눠 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선 환경문제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로 여기던 시절부터 한 길을 걸어오신 환경법 연구 1세대이십니다. 지난시절 경제성장에 온 힘을 쏟느라 환경을 희생한 결과 환경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금은 환경법이 꼭 필요한 분야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우리나라 환경법의 역사를 보면, 경제성장의 초기였던 1960년대 공해방지법은 환경기준을 정해 규제를 하는 소극적인 단계였습니다. 1972년 스톡홀름 UN환경회의가 있었고, 1970년대 후반에 미국의 NEPA(국가환경정책) 등을 수용하여 만든 환경보전법에서 선진 환경정책을 도입합니다. 비록 장식조항이나마 1980년 5공화국헌법에서 환경권을 신설합니다. 1990년대 초에 낙동강 페놀오염, 심각해진 서울 대기오염 같은 문제에 부딪히면서 환경정책기본법을 큰 줄기로 삼고 복수법주의에 따라 개별 법률들을 제정합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은 환경자치 시대로서 각 지역에서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 욕구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동시에 지구환경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지구 전체의 환경문제와 환경기준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환경문제에 적용되는 법체계에는 환경정책의 기본이념과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법인 환경정책기본법을 근간으로, 자연환경 관리, 대기환경 보호, 수질환경 보호,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 배출규제 및 관리, 상수원 관리 등 분야에 따라 개별 법률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환경보전 방법과 수단으로는 환경계획 단계에서 공익과 사익을 충분히 비교․형량하고 형량하자에 대해서는 행정구제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 정부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환경기준을 정해 직접 규제하고 명령하고, 의무 부과를 하는 것과 간접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건전한 환경활동을 조장하고 유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현실에서 진짜 문제는 법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설령 법이 부족하다 해도 관습법이나 조리 같은 불문의 법원들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환경법 체계 안에는 헌법에서 환경권을 보장하고 있고, 환경법과 환경판례도 상당량 쌓여 있고, 법적구제방법도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잘 갖추어진 법이 정하는 기준과 이상이 너무 높아서 현실에서 지키기 어려울 때나 규제가 지나칠 때는 위반하고 벌금을 내는 것이 기준을 따르는 것보다 사업의 수익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개발과 보전을 한꺼번에 아울러 ‘환경건설부’를 만드는 것은 어떠할까, 교수님의 반문은 우리 현실을 정확히 꼬집는 것이었습니다.

법의 이상이 정의 실현이므로 환경법의 이상은 자연히 환경정의 실현입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높은 선은 물과 같다.’ 물이 흘러가는 것이 법(法)이고 보면 ‘자연법’, ‘자연의 질서’는 자연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입니다. 개발과 성장에 몰두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고 자연스럽게 더불어 세상사를 풀어가려는 공익 마인드, 환경 마인드, 공동체 의식, 준법정신이 절실합니다. 기본적인 삶의 태도는 어릴 때부터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 교수님께서는 강의를 마무리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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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법체계로 입문하는 것은 예상한 대로 건조한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체계의 차가움을 녹이는 것은 사람의 열정과 활동이 아닌지요? ‘법률’의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푸는 방법을 새로 배우고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환경법률학교’ 문을 두드린 우리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삶을 나누며 이 학교에서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소송센터 식구들은 서울대기오염소송을 수행하느라 분주한 나날이지만 그날도 따뜻한 차와 떡을 준비하고 두툼한 자료집을 만들어 배도 든든하고 손도 묵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원활동가 백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