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낙입니다.
자연학교 다녀오고 나서 우리 친구들이 어떻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지냈는지 소식이 많이 궁금하셨지요?
제가 늦장을 많이 부셔서 이제야 소식을 전합니다.

하늘의 노여움을 크게 산 일이 있는지 제가 출장만 가면 비가 쏟아지는 기현상을 여러 번 겪으면서 별명마저 소나기가 됐어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 자연학교도 첫째날 출발부터 비와 함께 시작을 했습니다.

첫째날, 비가 오면서 예정되었던 물놀이는 하지 못하고 실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바깥에서 멋지게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겠다는 기대도 강당과 숙소에 텐트를 치고 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즐겁지 않았을까요? 텐트를 치던 때가 가장 아이들이 진지하게 몰두했던 때입니다. 감자 수십개를 강판에 스스로 갈아 녹말을 분리해내고, 손으로 반죽해서 옹심이를 만들어 큰 솥에 팔팔 끓여 저녁도 함께 해 먹었습니다. 신기한 실험같기도 한 저녁 만들기, 참 잘 먹었습니다.

비가 오면 아이들이 즐겁게 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기우입니다. 숙소 복도에 펜으로 그린 팔방놀이를 하고, 손으로 하는 제로게임을 하며 서로 쥐어박고, 잠깐 비가 갠 틈을 타 풀숲에 쉬는 여치를 잡아 관찰하기도 하고, 마을 염소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방식으로 놀 거리를 찾습니다.

둘째날, 우리가 백두대간 숲으로 가야 하는 날인데 아침까지 소나기가 퍼붓습니다. 다행히 하늘이 개자 이른 점심을 먹고, 사과와 양갱과 물을 배낭에 챙기고 백두대간 조령산에 올랐습니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에 들러 백두대간이 뭔지 먼저 살펴보았지요. 칭얼대는 친구하나 없이 설명도 잘 듣고, 궁금한 것들은 물어보기도 하고, 백두대간까지 직접 그려보았답니다. 그리고 새재에 오르면서 노루오줌 꽃을 보고, 생강나무 열매를 맛보고, 괭이밥을 먹어보고, 별꽃같은 단풍나무 숲을 걸었습니다. 아! 도롱뇽이 되고 있는 올챙이와 직접 눈 맞춤도 했네요. 우리 친구들에게 물어봐주세요. 도롱뇽 발가락이 몇 개인지. ^^ 바람이 시원한 계곡을 건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드디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덥고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족대에 물고기를 몰아 잡고, 물에 사는 다양한 생명들을 관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새코 미꾸리와 등에 알을 업고 있는 물자라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혹시 집으로 그림그려진 은행알을 수북히 들고 온 친구들은 없었나요? ^^ 은행과 나무조각과 손수건에 숲에서 본 것들을 그려보면서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에 참 놀랬습니다. 숲의 나무 이름을 많이 아는 것보다 숲에 사는 많은 생명들이 숲의 진짜 주인임을 아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음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아주어 참 고마웠습니다. 비가 오는 바람에 물놀이도 맘껏 하지 못하고, 별도 보지 못하고, 백두대간 새재까지 걷느라 다리도 아팠지만 우리 친구들이 백두대간이라는 큰 숲을 분명 품었을 겁니다.

올해가 자연학교 참가가 마지막이 됐을 6학년 친구들에게는 좋은 기억이 되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내년에도 가고 싶은 캠프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볼 수 있으면 또 좋겠구요. 함께 고생(^^;;)했던 모둠교사 자원활동가들도 내년에 또! 보아요~



글 : 윤소영(녹색연합 시민참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