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회원이야기/회원참여       2009. 6. 5. 12:19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고등학교 2학년인 나는 올해 초부터 교내의 환경동아리를 꾸려 활동 중이다. 동아리의 이름은 ‘자연’이란 뜻의 라틴어 ‘NATURA(나투라)’. 내가 환경동아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사실 뉴스와 신문에서 매일같이 나오는 ‘탄소배출권’이니 ‘4대강 개발사업’같은 말들은 일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가 아니었다. 그런 어려운 말들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동아리의 지도교사를 맡고 계시는 생물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성(性)이 흔들린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인간이 아무렇게나 배출한 각종 산업쓰레기에서 나온 환경호르몬 때문에 동물들의 성이 교란되고 있고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였다. 충격이었다. 이제까지 환경보호니 절약이니 하는 것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환경호르몬에 의해 기형을 출산하는 동물들을 보며 ‘그러면, 인간은?’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듬해 환경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imgcenter|20090605_001.jpg|600| |0|0]
NATURA(나투라)의 활동은 캠페인이 주를 이룬다. 동아리의 모토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인 만큼 무엇이 가장 우리 생활에 밀접한 문제인지 찾아야 했다. 그렇게 생각해본 결과 우리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쓰레기통의 크기가 너무 커서 그것을 몇 개씩 가져다 두고 분리수거를 할 수도 없었고 또 그렇게 한다고 해도 어디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학생들은 어떤 정보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교내 캠페인 주제가 ‘분리수거’로 결정되었다. 먼저 학생들에게 ‘학생들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피켓홍보를 시작했다.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매점 앞, 운동장 등에서 박스를 재활용해 만든 피켓을 들고 분리수거를 잘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의 반응은 여러가지였다. ‘어, 쟤네 뭐야’ 부터 ‘오, 저런 활동도 할 수 있어?’, ‘왜 자기들만 잘난척 해?’, ‘재미없겠다’까지... 그렇게 홍보활동을 하면서 분리수거를 더 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았다. 서로의 머리를 맞댄 결과, 이미 설치되어 있는 쓰레기통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크게 써 붙이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각 반의 담임선생님을 직접 만나 우리가 하는 캠페인을 설명하고 분리수거에 대한 설문조사를 부탁 드렸으며 직접 제작한 분리수거 표시판을 붙여 달라고 부탁했다. 또 일반쓰레기보다 양은 적지만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는 캔, 플라스틱 등을 분리수거 할 수 있는 함도 직접 만들어 각 학급에 나눠주었다.

우리의 교내 캠페인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아직 눈에 띄는 결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활동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쳐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활동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활동을 탐탁찮게 보는 사람들의 말처럼,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한다고 해서 바로 지구온난화가 멈추고 공기가 맑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은 행동이 조금씩 다른 이들에게 퍼져나가 모든 이들이 환경을 생각하게 될 수 있다면, 중국의 나비가 날갯짓을 해 뉴욕에 태풍을 불러온다는 나비효과처럼,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행복한 결과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나와 모든 부원들의 생각이다.

[imgright|20090605_002.jpg|300| |0|0]지난 4월에는 녹색연합과 함께 ‘국정교과서를 재생용지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의 내용은 국정교과서를 재생용지로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서명을 받는 것이었다. 교내 캠페인 때처럼 박스를 재활용해 피켓을 만들었다. 햇볕이 유난히도 찬란했던 놀토, 혜화동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던 교내 캠페인과 달리 반응은 ‘냉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다 듣고도 바쁘다며 그냥 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어떤 이들은 우리가 다가가자 귀찮은 기색을 역력히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Interesting!’을 연발하는 외국인부터 아이에게 캠페인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부모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캠페인을 통해서 우리가 무심코 쓰는 종이 한 장에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내게 ‘고등학생이 공부나 하지 왜 그런 일을 하느냐’라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환경동아리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 공부인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지구가 아파하는 것을 덜어주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실천하게 되었다. 내가 동아리에서 하는 일은 절대로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것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환경보호’란 주제에 대해 지레 겁먹거나 따분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실천 가능한 일을 한 가지만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자신이 생각한 일을 실천하는 순간, 환경보호란 절대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 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환경보호가 정말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고 자신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지구는 좀 더 아름다워 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보호 실천해 보셨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마세요~^^ ”

글 : 이상은 (녹색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