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한마당 후기] 신입회원, 설레이는 지구인

 회원이야기/회원참여       2009. 7. 30. 11:32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7월 25일 토요일, 2시 녹색연합 신입회원 한마당 하는 날이다.
가깝지 않은 걸음에 이미 5분쯤 지각한터라 맘 졸여가며 나무와 골목에 가려진 녹색연합 건물을 겨우 찾았다. 다행히, 한 활동가 분이 허둥지둥 지각한데다 참가 신청도 하지 않고 덜렁 온 신입을 반갑게 맞아 손수 이름표를 만들어 주시고 친절한 웃음을 짓는다.

성북동의 3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사무실은 작지만 알찬 공간으로 구성된 것 같았다. 빗물받이,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집광기와 마당 한 켠의 텃밭에 회의실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녹색연합 이름처럼 집안 곳곳에서 녹색을 바라 볼 수 있는 게 인상 깊었다.

[imgleft|20090730_03.jpg|300||0|0]마당 한 켠에는 오두막, 그 옆에는 깻잎 따먹는 텃밭
별로 늦지는 않았다는 안도와 첫 걸음의 설렘으로 안내 받은 곳은 집안과 연결된 마루에 지붕 얹은 작은 별채.
먼저 온 신입회원들은 이곳에 둘러 앉아 자기소개를 하고 가입동기를 말하고 있었고, 활동가 분들은 한 켠에서 전을 부치고 있었다.
오늘 모임을 위한 먹을거리는 농사 짓는 회원이 보내준 유기농 감자를 갈아 넣고, 녹색연합 텃밭에서 기른 깻잎 잘라 넣어 갓 부친 감자전과 또 다른 회원이 보내준 유기농 토마토였다.
서울 한복판, 소박하고 건강한 먹을거리와 둘러 앉아 얘기 나누는 모양이 정겹고도 낯설다.

신입회원, 설레이는 지구인
신입회원들의 가입동기를 모두 듣지는 못했지만 요약하자면,
“다들 환경이 걱정되고 관심도 참 많았지만 이제야 뭔가 해봐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가입하게 되었다.” 인 것 같았다. 또는 지하철역 지나가다가 회원 모집 하는 활동가 분에게 “낚였다.”는 분도 꽤 있었다. ^^; 다들 서먹함과 부끄러움 때문인지 가입동기를 충분히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얼굴은 아름다운 지구인으로서 실천의 첫걸음을 딛은 설렘과 기대로 빛이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입회원 중에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대학생은 정부와 환경단체의 관계가 애증의 관계일 것 같은데 어떠냐는 질문과 사회적 기업과 같이 수익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회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녹색연합의 활동을 지원하는 건전한 비판자이자 아이디어 공급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imgright|20090730_01.jpg|300||0|0]느린 걸음 기분 좋은 산책, 서울성곽길 걷기
마지막으로 마당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녹색연합 건물과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는 서울성곽길 산책을 나섰다.
이곳 활동가 중 한분이 직접 발품 팔아 만들었다는, 색상과 재질이 너무 예쁘고 좋아 믿기지 않겠지만 재생 종이로 만들었다는 안내책자을 손에 들고. 일회용이 아닌 물통 2개에 물을 가득 담아 나눠 들고.
세월의 흐름에 이끼로 까맣게 된 성곽 옆 가파르지 않은 길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는 길.
기분 좋은 땀이 나고 나무, 풀, 꽃 이름 알아가며 걷는 길. 정복하듯이 걷는 산행이 아닌, 천천히 걷는 길이 참 좋다.

마치며...
후기를 쓰기 위해 기억을 더듬다 보니, 긴 글을 주저리 주저리 쓰게 되었다. 그래서 다 필요 없고 뚜렷하게 남는 게 뭐냐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건강하고 소박한 먹을거리.
참 거대한 포부처럼 들려서 부끄러운 느낌이 같이 들게 하지만 어쨌든 지구를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과 뭔가 해보고자 하는 실천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로부터 오는 설렘.
참 경제적으로는 부족할 터이고, 이슈화되기 전에는 누가 알아주지도 않아 묵묵히 내부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다 일을 해나가야 하는 어렵고 힘겨운 과정을 견뎌야 하는 활동가들.
"바지 주름과 얼굴 주름은 펴야 한다." 그들의 생활공간 한 켠을 차지한 이 말처럼 정말로 밝은 웃음, 환한 표정으로 빛나는, 충만감 가득한 얼굴.
느린 걸음을 위한 작은 책자 하나 만들기 위해 몇 킬로미터를 지친 발걸음을 옮기고 며칠을 고민하며 보냈을 시간, 그 마음.
무엇보다, 지금 자신이 사는 방식이 당연하거나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뭔가 다른 방식을 찾고자 편한 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마음.
힘들여 번 돈을 쪼개어 지원하고자 결심한 사람들의 설레는, 빛나는 얼굴.

[imgcenter|20090725_02.jpg|600||0|0]

글 : 정소영 (녹색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