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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right|20090805_03.jpg|350||0|0]거의 매일같이 밖으로만 돌아다니다 아주 가끔씩 한낮에 집에 있을 때면 왠지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집에서 오랜만에 쉰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집에 있으면서 자연스레 들리는 동네의 소소한 소리들이 참 정겹습니다. 아이들이 지나가며 부르는 노랫소리, 남모르는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두런두런 대화 소리, 정해진 시간이 되면 울리는 두부 땡그렁 소리, 가자미가 왔어요~, 토종닭이 왔어요~ 등 물건 파는 소리들...
요즘 장마철이라 비가 참 많이 내리는데, 집에서 듣는 빗소리 또한 가장 좋아하는 소리 중의 하나입니다. 비가 철철 내리는 날 밖을 돌아다닌다면 그 질척거림이 좋지는 않겠지만, 마냥 집에 있으면서 옥상에서 홈통으로 내려오는 콸콸콸 빗물 소리만큼 시원한 소리도 없을 것입니다. 빗줄기가 양철 처마를 때리는 소리도 제게는 너무 소중한 추억의 소리입니다.
특히, 맑은 날 아침이면 집 뒷산에서는 뾰뾰뾰뾰~ 청딱다구리 소리, 나야 나야 처럼 들리는 꿩~꿩~ 꿩 소리, 호이효~ 아름다운 꾀꼬리 소리, 구구 쿠구~ 멧비둘기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어느 동네에서나 오고 가며 자주 만날 수 있는 박새, 참새, 직박구리, 까치 등의 새소리도 제게는 참 정답고 아름다운 소중한 소리입니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작은 방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건너편 집의 넓다란 정원은 우리도 눈과 마음으로 같이 즐기는 정원이 되었답니다. 초록의 싱그러움과 사계절의 작은 변화들을 이웃집 마당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방 창문을 통해서 우연히 차경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해가 뜨면 매일 아침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녁이 되면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고 마음도 따뜻해지며 집에서 편안히 쉴 수 있다는 안도감에 행복합니다.
어릴 적 살던 정겹던 동네들이 개발로 많이 사라지고 아파트 군단으로 바뀌는 경험을 해서인지 지금 사는 동네의 골목길, 구멍가게, 그 앞 평상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의 소박한 풍경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냥 지금 이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안되는 것인지...
[imgleft|20090805_02.jpg|240||0|0]최근 수년간 너무 많은 역할에 바쁘게 살면서 나 자신을 너무 부려 먹으며, 내 주변 환경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쁘면 “나 자신“ 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무리 좋은 것을 봐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며 그저 하루하루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가까운 내 주변의 풍경과 일상의 소리들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소망합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엇을 읽어야 하고, 보아야 하고,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어디를 꼭 가야하는 정신없는 나를 버리고자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은 어떨지... 생활은 단순하게, 눈길은 따뜻하게, 몸과 마음은 여유롭게 살기를 희망합니다.
글 : 오사라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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