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색다른 경험이 필요했다. 도심 속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차가운 에어컨 바람도 내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무작정 인터넷을 뒤지다가 녹색연합 어린이 자연학교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지원서를 낸 것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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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캠프를 참여하기까지 고민한 부분은 2가지였다. 하나는 자연보호와 개발, 또 다른 하나는 아이들과의 생활. 우선 전자에 대해서 언급해 보자면, 소위 말해서 교과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것이다.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수준에서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 고등학교 수업시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단어였으며 그 옆엔 항상 빨간 별이 처져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지식만을 배웠지, 그러한 개발에 대한 나 나름 자신의 개념과 가치관을 잡지 못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것이 어떻게 나의 삶과 직결되는지 느껴보지 못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풀잎, 꽃잎을 따야하는 상황에서 나는 얼마나 아이들에게 그것을 허용해야할 것인가... 또한 갯벌에서는 생물들을 잡게 될 텐데... 다른 선생님들도 그러했듯 2박 3일의 일정동안 어떻게 아이들을 잘 이끌어 나갈지 걱정이 앞섰다. ‘자연의 이용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자연의 보호 또한 인간의 삶을 다채롭게 한다.’ 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의 이용을 택할 것인지 보호를 택할 것인지는 그들 나름의 가치와 주관에 맡겨두기로 했다. 아이들이 캠프 일정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녹색생활과 더욱 친해지고 자연을 사랑하고자 하는 취지였지만 갯벌을 조금 파괴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고, 옷과 졸업장을 꾸미기 위해 꽃잎과 잎을 조금 뜯은 것도 그러하다. 캠프 생활동안 과연 아이들은 자연을 우리 인간 생활 속에서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랬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선생님이라는 권위있는 존재가 그렇게 하라고 하니 그 말을 당연히 따랐던 것이었을까? 아직도 의문이다 -_-;;; 물어봤어야 했는데... 아깝다... 아이들 안전 생각하느라 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눠보는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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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아이들과의 생활. 이 부분은 전자의 경우보다는 나에게 심각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물론, 처음 버스에서 내 모둠 아이들을 만났을 땐, 참 서로 서로 서먹하기 그지없었다. 은호 선생님과 내가 나서서 잠깐의 자기소개 시간을 가지려고 했으나 서로 많이 불편했는지 뒤로 빼기만 했다. 우리 모둠에는 다들 숫기 없는 아이들만 모였나 싶었다. 하지만 2박 3일 동안 아이들과의 아낌없는 대화와, 스킨십을 통해 우리 모둠의 우용이, 사현이, 률이, 윤주, 수민이 그리고 그 외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으며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꿈나무들인가를 알 수 있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역시 유아들이나 초등학생들이나 나이를 불문하고 똑같다. 더러운 것, 유치한 것, 엽기적인 것들을 좋아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때문에 선생님들의 자연이름을 이것과 연결해서 지었던 것이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돼랑이, 공룡, 메기 선생님은 외모를 빗대어 이름을 지었는데 들을 때마다 얼마나 정감이 가던지... 호홋. 나 같은 경우에는 처음의 내 의도와는 다르게 참이슬(소주) or 모기로 아이들에게 불렸는데 이를 합쳐서 모기가 참이슬을 마신다며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다행이게도 이런 웃긴 이름과 놀림감은 내 모둠의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둠의 아이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던 큰 계기가 되었다. 이름 하나가 이렇게 크게 작용하다니...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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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새롭게 느끼게 된 것이 있다. 캠프 마지막 날, 아이들 부모님들과 몇 시간 뒤에 있을 도착을 알리는 전화통화를 하면서였다. 그런데 여기서 모든 부모님들의 공통점은 우리 아이가 캠프에서의 생활은 잘 했는지 궁금해 하셨다는 것이다. 질문의 형태는 달랐지만 결국 묻고 싶었던 것은 우리 아이가 캠프에 잘 적응하고 돌아오는 것인지 였다. 나는 부모님의 속마음을 통화를 하면서 파악했고 ‘oo가 캠프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잘 보낸 것 같아요.’라는 말에 모든 어머님이 만족해 하셨다. 조금 놀라운 점이 있다면 모든 선생님들이 캠프를 위해 고민하고 준비했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내 아들, 딸들이 문제없이 캠프를 마치고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랄뿐... 그래서 노상은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저 아이들이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캠프 진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 다른 건 몰라도 2박 3일 동안 아이들이 캠프 생활을 큰 사고 없이 즐겁게 보냈던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좀비놀이 하는 모습을 봤다면 이건 확실하다. -_-;; 헤헤)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캠프의 궁극적인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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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유진 (모둠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