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도 행복한 녹색 세상을 꿈꾸며

 회원이야기/회원참여       2009. 11. 2. 08:31  l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녕하세요? 저는 2006년 여름 녹색연합 청년생태학교에 참가했다가 녹색 세상을 꿈꾸며 헌신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녹색연합에 가입한 시골 초등학교의 교사랍니다. 소박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 가는 제 삶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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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2006년 6월, 학교 텃밭의 일부를 논으로 만들어 벼농사를 지은 이야기입니다. 먼저, 우리 학교 동편 관사 옆 텃밭에 고추와 상추, 들깨, 옥수수, 토마토를 심고 남은 땅을 가로 60cm, 세로 12m, 깊이 50cm로 팠습니다. 주로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과 오후 수업을 마친 후 혼자 땅을 팠지만 가끔은 지나가던 아이들이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흙을 파낸 땅바닥에 전지 크기의 질긴 폐지를 고르게 깔고, 그 위에 물이 새지 않게 두꺼운 비닐하우스용 비닐을 두 겹 더 깐 후에 흙을 채워 넣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논에 물을 대고 레이크로 써레질을 대신하여 땅을 고른 후 약 400여 포기의 모를 심었습니다. 우리 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준영이와 제가 장화를 신고 논에 들어가 비닐 끈으로 만든 못줄을 떼어 가며 모내기를 했습니다. 논에 물을 많이 가둘 수 없어 논이 마르려하면 지하수를 끌어다 물을 대 주었고, 큰 비라도 올 조짐이 보이면 물꼬를 터 줘야 했지요. 여름방학 때는 학교에 계신 분들이 보살펴 주신 덕택에 태평스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개학을 하고 가 본 논에는 벼 포기 사이사이에 메뚜기들이 살고, 바닥에는 방동사니가 자라고 있었으며, 물속에서는 수서 곤충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인위적으로 만든 논이었지만 생태적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사실 농사는 사람이 짓는다기보다 햇빛, 바람, 비, 구름, 이슬과 땅속, 물속의 미생물들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들로 이루어진 자연이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형우네 축사에서 나온 두엄을 밑거름으로 넣었을 뿐, 제초제는 물론 농약 한번, 비료 한번 주지 않았지만 자연의 손길로 벼는 잘 여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면서 황금색으로 곱게 물들어 고개를 숙인 벼가 바람에 찰랑거리는 모습을 볼 때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솟구쳤습니다.

가을 하늘이 유달리 높고 푸르던 10월 26일, 우리 반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나가 낫으로 벼를 베었습니다. 녀석들도 여느 때와는 달리 서로 낫질을 해 보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더군요. 요즘엔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홀태(‘벼훑이’의 전라도 방언)를 빌려다 낟알을 떨어내고 말려 [imgright|091101_06.jpg|320||0|0]숙희네 정미소에서 방아를 찧었더니 4.6Kg의 쌀이 나왔습니다. 숙희가 가져 온 쌀을 보더니 아이들도 일제히 탄성을 질렀습니다. 직접 가꾸고 수확한 쌀로 우리 반 아이들과 밥을 지어 먹고 싶었지만, 생각을 바꿔 어느 독지가가 보태 준 쌀과 함께 절편을 해서 전교생이 간식으로 2개씩 나누어 먹었습니다. 좁은 면적에 실험적으로 지어 본 벼농사지만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농사를 지은 벼논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농부들 모습을 보면서 그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토끼장을 흔들면 어미 토끼가 갓 낳은 제 새끼들을 물어 죽이는 심정이 아닐까요?

번에는 우리 아이들과 점심 먹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는 점심 식사를 마친 아이들의 식판을 확인합니다. 이남은 반찬이 있는지 살펴보고 편식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서죠. 음식의 양은 조절할 수 있으나 일단 받은 음식은 다 먹는 것이 우리 반의 식사 원칙입니다. [imgright|091101_07.jpg|320||0|0]버섯, 당근, 양파 같은 야채를 먹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심지어는 콩나물을 못 먹는 아이도 있다면 믿으실까요? 물론 집에서 밥상 교육을 잘 하고 계시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담임인 제가 악역(?)을 담당하고 있지요. 가끔은 “내가 키가 작고 벌써 이 나이에 머리가 빠지는 것은 아마 어렸을 때 OO을 잘 먹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고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하면서요. 음식을 가리는 친구들도 잘 먹는 친구를 칭찬해 주면 용기를 얻어 조금씩 먹기 시작한답니다. 집에서는 투정과 응석이 통하겠지만 학교에선 친구들도 의식해야 하고, 제가 그냥 넘어가지 않으니 효과는 크답니다. 편식 습관은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고치기 어렵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녘 동포들을 생각하면 그 이름도 생소한 ‘음식물 쓰레기’, 또한 그로 인한 환경 오염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지요. 아이들에게 쌀 ‘한 톨’이 나오기까지 들어가는 농사짓는 분들의 노고와 음식의 고마움을 알게 하려는 저의 바람이 담긴 원칙이기도 하고요.

또한 텃밭 가꾸기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도 있지만 땀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서 저는 아이들에게 식물을 키우도록 합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 우리 아이들이 제일 먼저 달려 간 곳은, 아이들이 손수 심어 놓은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는 급식실 가는 비탈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심고, 풀도 뽑고, 가물 때는 물도 주며 가꾸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지난 초여름에 심은 것이 이제는 예쁜 꽃을 피워 한결 가을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작은 행동 하나 하나, 그 마음과 마음들이 모여 미물까지도 행복한 녹색 세상을 여는 그 날을 꿈꾸며 이만 줄입니다.

글 : 송후용 (녹색연합 회원)